묵상자료

결혼의 목적과 의미 그리고 가치를 숙고할 때. / 룻 4:1-12.

박성완 2023. 2. 25. 00:00

묵상자료 7954(2023. 2. 25. 토요일).

시편 시 119:116-118.

찬송 28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한 음악가가 있습니다. 감옥에서 조차 영혼은 자유로웠고, 죽음 앞에서도 아름다운 음악을 썼던 그는, 오래전 조국을 떠난 뒤에 끝내 조국 땅을 다시 밟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요. 하지만 벗에게 쓴 편지에 그는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귀국하면 고국의 흙에 입을 맞추고, 사랑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라고 말이지요. 고국인 우리나라에서보다 세계의 여러 무대에서 더 높이 인정을 받았던 작곡가 윤이상. 윤이상은 20세기 100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작곡가 30명 중 한명으로, 그리고 생전에 현존하는 세계 5대 작곡가로 손꼽히기도 했습니다. 그의 삶은 늘 고되고 지난했지만, 생의 가장 비극적인 순간에도, 윤이상은 음악을 통해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달무리 뜨는 달무리 뜨는 외줄기 길을, 나 홀로 가노라. 나 홀로 가노라. 옛날에도 이런 밤엔 홀로 갔노라. 마음에 솟는 빈 달무리 두둥둥 띄우며, 나 홀로 가노라, 나 홀로 가노라. 울며 가노라. 옛날에도 이런 밤엔, 울며 갔노라.”

    윤이상은 1917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습니다. 20대에 일본에서 첼로와 음악이론, 작곡을 수학하고 광복 이후에는 귀국해서 대학의 강사를 맡기도 했습니다. 그 기간에 발표한 것이 윤이상의 가곡집 [달무리]였지요. 귀국 후 동요와 가곡 창작에 몰입했던 그는, 우리 고유의 오음 계를 조금 넘어서는 음의 배열로, 한국적인 정서가 묻어나는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가곡집 [갈무리]옅지요. 하지만 이 당시 작곡한 곡들은 훗날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윤이상이 유럽으로 건너간 후에, 그 스스로 모두 파기해 버리기도 했습니다. 외줄기 길을 홀로 가는 이의 뒷모습, 그 고독과 쓸쓸함이 곡 안에서 전해져 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226일 방송>

 

2. “룻이 보아스와 결혼하다(1-12)”을 읽었습니다. 며칠 전 이제 쉰 살이 된 아들 녀석과 저녁을 먹는 자리였습니다. 제 엄마가 장가갈 마음이 없느냐고 묻자, 그냥 부모님 모시고 이렇게 살고 싶다 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네 인생의 책임자는 네 자신이니 존중하겠다고. 그러나 못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육신이 멀쩡한 젊은 사내가 결혼을 원치 않는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 전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 참 좋아했던 주일학교 선생님이 계셨는데, 교사들 야유회 자리에선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분은 서울의 명문 대학생이셨고, 그분의 부모님은 경제적 신앙적으로 넉넉하고 금술 좋은 부부로 알려져 있어서, 남들이 알 수 없는 가정 생활의 파도가 얼마나 심했을까 하는 뒷담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혼생활에 깃든 많은 폭풍에도 불구하고 결혼 제도엔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나, 종족의 번성을 위해서 많은 장점을 가진 제도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언급하는 룻과 보아스의 결혼 이야기는, 결혼으로 맺어진 가정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은 다른 어떤 수고와 희생 그리고 갈등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지킬만한 가치가 있음을 강조한다 하겠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결혼의 목적이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어제 언급했던 유대인의 결혼제도에 속한 수혼법에는 꽤나 복잡한 절차가 있음을 오늘 본문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형제나 친척이 장손을 낳지 못하고 죽었을 경우, 우선 죽은 이의 형제가 있다면 그 형제들이 장손을 낳기 위해서 차례로 관계를 가지거나, 그런 형제가 없을 경우에는 가장 가까운 친척에게 알려 그 의무를 수행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온 마을 사람들 앞에서 공증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에 지역 장로 10분을 증인으로 세우고, 이 과정을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보아스는 룻을 법적으로 돌볼 가장 가까운 친척을 불러 그 의무를 이행할지 여부를 묻고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보아스는 이런 모든 복잡한 절차를 마다하지 않고 추진하였다는 점에서, 나오미와 룻의 미래를 진심으로 염려하고 있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차제에 우리는 결혼의 의미와 가치는 물론 그 절차까지도 소홀히 하는 이기적이고 개인주의 적인 풍토에 대해서는 물론, 가정과 결혼생활을 중시했던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3. 성회를 이마에 바른 가족 사진을 보내주신 묵상식구 엥글러목사님께(미국 위스콘신) 감사드립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