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가 여인의 간절함이 필요할 때. / 요 4:1-26.
묵상자료 7961호(2023. 3. 4. 토요일).
시편 시 119:135-136.
찬송 84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개화초기 서양음악을 공부하고 우리 음악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던 이들 가운데 홍난파가 있습니다. 그는 당시 문화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었던 우리나라에서 작곡가 바이올리니스트, 그리고 평론가로써 늘 한발 앞서는 행보를 하지만 비극적인 시대의 상황과 아내와의 사별 등을 겪으면서 홍난파도 남모를 고통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가 느꼈을 허무와 비탄의 마음은 사찰에서의 감흥을 담아낸 성불사의 밤, 장안사 같은 곡을 통해서 표출되기도 했지요.
“장하던 금전벽우 찬 재 되고 남은 터에, 이루고 또 이루어 오늘을 보이도다. 흥망이 산중에도 있다하니. 더욱 비감하여라.”
홍난파의 음악은, 한으로 대표될 수 있는 우리 민족 고유의 애상을, 선율 속에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봉선화>, <옛 동산에 올라>, <사랑>과 같은 작품들 안에서 섬세한 감수성,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읽을 수 있다면, <장안사>, <성불사의 밤> 같은 곡은 장엄하면서도 쓸쓸함이 느껴지지요. 장안사는 한 때 금강산의 4대 사찰로 꼽힐 정도로 큰 사찰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 전쟁으로 전소되어서 절터만 남게 되었고 그 모습에서 느낀 허무와 쓸쓸함을, 노산 이은상과 홍난파가 담아냈지요.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년 3월 4일 방송>
2. “예수와 사마리아 여자(1-26절)”을 읽었습니다. 바리새파 사람들이 예수께서 세례를 베푸신다는 얘기를 듣고 있음을 아시고 갈릴리로 떠나시게 되었는데, 사마리아 지방을 지나가게 되신 것입니다. 수가라는 마을 야곱의 우물이 있는 곳을 지나가신 것입니다. 정오쯤 된 시간에 제자들은 먹을 것을 구하러 가고, 야곱의 우물을 찾으신 주님은 마침 한 여인이 물을 긷고 있었고, 주님은 그녀에게 물 한 모금을 구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주님과 그 여인 사이에 긴 대화가 오고 갔다는 내용입니다. 주님은 마셔도 계속 목마름을 줄 뿐인 야곱의 우물이 아니라 목마르지 않는 생수를 주시겠다는 말씀과, 남편을 불러오라는 말씀에서 그녀가 이미 다섯 남편과 살았던 이력을 가진 돌싱녀라는 사실을 얘기하자, 대화는 급진전하였고, 예배할 장소가 예루살렘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사마리아인들이 주장하는 그리심 산이어야 하는지를 묻게 되고, 예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영적이며 진실한 예배라고 말입니다.
오늘자 국민일보는 우리나라 개신교인의 10%는 이단이라는 충격적인 통계자료를 보도하였습니다.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의심을 하거나 무조건 외치는 아멘파가 아니라, 비성경적이고 비기독교 신앙적이라는 사람들이 많다는 현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사마리아 여인과 주님 사이에 가진 대화는 몇 가지 점에서 흥미진진하며 주목할 말씀이 있습니다. 첫째로 주님은 진리에 대해서 간절함을 품은 사람들에게 귀를 기우리신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이나 결혼을 하고도 돌싱녀로 동네의 다른 여인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고 살고 있는 외로운 여인을 찾으셨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녀의 마음속에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일에 대한 많은 의문들을 풀어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둘째로 신앙적인 허망함을 잔뜩 품고 있었는데, 예루살렘에서 섬기는 하나님도 그리심 산에 있는 하나님도 자신에게는 공허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감격과 기쁨을 찾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셋째로 하나님을 향한 예배의 형식주의였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안고 씨름하고 있는 여인에게 주님은 하나님 중심적인 예배와 동시에 있는 그대로의 진정성을 가진 예배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드리는 예배이며, 질서 있고 합리적인 예배가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사람을 대하듯 푸닥거리를 하며 야단법석을 떠는 예배행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바뀌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신다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