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 비밀을 풀 열쇠는 십자가와 부활 사건. / 요 8:21-30.
묵상자료 7973호(2023. 3. 16. 목요일).
시편 시 119:167-168.
찬송 94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시인 조병화의 호가 편운(片雲)입니다. 조각구름을 뜻하는 아호가 지닌 이미지처럼 조병화 시인은 쉽고 낭만적인 언어로, 도시인의 고독과 사랑을 담아냈지요. 1949년 발표한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우산]을 시작으로, 2003년 영면하기 까지, 현대 시인가운데 많은 다작을 하면서 광범위한 독자층에게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조병화를 추억하는 지인들이나 펜들은 5주기를 맞는 지금까지도, 그의 시와 함께 생전에 즐겨 썼던 베레모와, 늘 입에 물고 있던 파이프 담배를 함께 떠올리곤 합니다.
“사랑은 아름다운 구름이며, 보이지 않는 바람, 사람이 사는 곳에서 돈다. 사랑은 소리 내지 않는 목숨이며, 보이지 않는 오열, 떨어져 있는 곳에서 돈다.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는 마음. 받아도 받아도 모자라는 목숨. 사랑은 닿지 않는 구름이며, 머물지 않는 바람. 차지 않는 혼자 속에서 돈다.”
조병화는 훗날 이 시를 쓸 무렵 그는 한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을 하고 있었다고 고백을 합니다. 더 가까이 갈 수 없는 두 사람 간의 거리를 고뇌하면서 체념도 아니고 사랑도 아닌, 그 감정을 이 시에 담았다고 말을 하지요. 시란 무릇 이런 거리에서 생기겠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 꿈과 현실 사이, 욕망과 현실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 그 차이가 만들어내는 거리에서 그리움이 생기고, 시 역시도 탄생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겁니다. 꿈이 크고 많아서 늘 이루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망과 고독을 품고 사는 현대인의 마음을, 가장 잘 담아 낸 시가 바로 조병화의 <사랑은> 이 아닐까 합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년 3월 14일 방송>
2. “내가 바로 그리스도이다(21-30절)”을 읽었습니다. 젊은 목사 시절, 한 편의 설교를 준비한다는 것이 참 힘들었습니다. 어쩌면 살아가는 것처럼 목회도 복잡하고 날마다 해결해야 할 일들이 끝도 없이 쌓여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설교의 내용이 부실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화집을 꺼내어 비슷한 주제가 있나 없나를 찾아 헤매곤 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실수는 본문 안에 있는 여러 가지 주제들을 이것저것 다 취급한 것입니다. 그렇게 하니까 설교에서 다룰 내용들이 풍부해졌습니다. 설교를 듣는 제 회중들이 천재들로 생각한 것입니다. 어떤 주제를 취급하든,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 해도 다 소화해 낼 것으로 생각한 것이지요. 그러다가 한 자리에서 여러 분의 설교를 듣는 기회를 가진 것입니다. 그때 크게 뉘우쳤습니다. 도무지 머릿속을 뒤죽박죽 만드는 설교들을 듣게 된 것입니다. 청중의 한 사람이 되어 다른 분의 설교를 듣는데, 도무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는 고사하고 감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깨달은 것이 청각에 의존해야 하는 청중에게는 단순한 다시 말하면 단일한 주제를 가지고 설교해야 옳다고 말입니다. 비록 본문에는 여러 주제가 있을지라도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아니면 취급할 주제는 하나여야 한다고 말입니다.
유대인들이 예수를 싫어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구약 메시아 예언에 대한 오해였습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다윗의 자손으로 오신다는 말씀을 다윗과 같은 강력한 왕권을 행사할 분으로 오해한 것입니다.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함으로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그런 왕으로 기대한 것입니다. 그래서 다윗과 예수를 비교했으나 아무래도 예수는 그들의 기대에 함량 미달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가 구약이 예언한 메시아가 옳으냐 그르냐로 궁금증을 자아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끈질기게 질문하기를, “예수여, 그대는 누구요?”라고 물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대답에서 그를 잡을 함정을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처음부터 내가 누구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너희에게 할 말도 많고 판단할 것도 많지만, 나를 보내신 분은 참되시기에 나도 그분에게서 들은 것을 그대로 이 세상에 말할 뿐이다.” 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서 기자는 예수께서 아버지를 가리켜 말씀하신 줄을 깨닫지 못했다고 해설을 붙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아버지는 하늘 아버지를 지칭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하늘에서 내려온 하늘 아버지의 아드님, 곧 메시아이신 것을 간접적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혹자는 왜 메시아이시면 내가 메시아라고 말씀하지 않고, 이렇게 에둘러 궁금증만 더하게 말씀하실까 하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1901년 윌리엄 브레데가 쓴 <메시아 비밀>이란 책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브레데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혹은 메시아 비밀)을 너희에게는 주어졌으나 외인에게는 모든 것이 비유로 하나니, 이는 그들로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며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여 돌이켜 죄 사함을 얻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막 4:10). 는 말씀에서, 아무리 “내가 메시아이다.”라고 말씀해도 그들이 오해하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십자가와 부활 사건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는 진리였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 예수 사건(십자가와 부활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예수께서 메시아이심을 비밀에 붙여두었다는 주장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