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절망 중에서도 밭을 살 이유. / 렘 32:1-15.

박성완 2023. 5. 8. 00:00

묵상자료 8026(2023. 5. 8. 월요일).

시편 시 137:1-3.

찬송 54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유럽의 미술 작품 가운데 <피에타>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경건한 마음”, “동정심쯤 되는 이탈리아 말이라고 하는데요. 이 피에타라는 작품은 그림이나 조각처럼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어 집니다만, 모두가 비슷한 구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수의 시신을 무릎에 안고 있는 마리아를 주제로 한 것이 바로 피에타이기 때문인데요. 피에타 가운데 대리석에 완성한 미켈란젤로의 조각은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하나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은 2시간이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하지요. 종교적인 것을 떠나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장 가슴 아픈 모성이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본능처럼 평생을 그리워하는 그 모성 말입니다.

    “그리움을 엮는다면 하늘까지 닿으리라. 내 어머님 가신 세월, 어찌 그리 크신지요. 산허리 가로질러, 저 하늘로 외쳐보면. 어쩌다 나타나는 당신의 눈물자락. 그립다 말을 한들, 돌아서면 눈물이요. 살 찢어 내게 주신, 어미 사랑 그리워라. 산비둘기 슬피 울던 고향 길은 멀고먼데. 어쩌랴, 허공 속에 그려보는 내 그리움.”

    나이가 들수록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가정을 보기가 어려워집니다. 쉽게 왕래할 수 없는 거리가 아니라면, 길에서 또래의 어르신만 봐도 내 어머니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은 더 간절해지지요. 기억 속 부모님의 모습은 특별할 게 없는, 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소한 풍경입니다. 화단에 물을 주시던 아버지, 맛난 반찬을 내 앞으로 놓아주시던 어머니. 무슨 무슨 날이라고 이름이 붙어야만 자식 노릇이나마 하는 것 같아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58일 방송>

 

2. “예레미야가 밭을 사다(1-15)”을 읽었습니다. 남왕국 유다의 시드기아 왕 재위 10(주전 587)에 유다 궁궐 근위대 감옥에 갇힌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습니다. 그것은 그의 사촌 하나엘이 아나돗에 있는 자신의 밭을 사라고 한 말씀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집이나 땅 같은 부동산을 사기에는 적절한 때가 아니었습니다. 시드기아 10년이면 유다가 멸망 직전입니다. 나라는 망해 가는데, 수많은 지식인들이 바벨론으로 포로로 붙잡혀 가고 있는데, 밭을 사라고 하십니다. 그가 지불한 그의 사촌의 밭 값은 은 17세겔이었습니다. 매매 문서를 만들었고, 증인들 앞에서 은을 저울에 달아 지불하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증인들이 있는 앞에서 자신의 절친 네리야의 아들 바룩에게 넘기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훼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너는 이 봉인된 매매계약서와 봉인하지 않은 부본을 옹기그릇에 넣어두라. 이곳에 있는 집과 밭과 포도원을 다시 팔고 사게 되리라 고 만군의 야훼께서 말씀하셨다.” 그런데 당시의 시대 정황은 정치가들은 시대의 경륜을 읽어내지 못하고 충신의 진언은 거부하고, 아첨꾼들에 놀아나는 나라의 앞날이 암담한 시절에, 집을 사고 땅을 사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토지는 근본적으로 야훼 하나님의 것이라는 정신이 있었습니다(25:23). 그것은 가나안 정착 과정에서 12지파에게 토지를 분배하였는데, 가족 단위로 분배되었고, 세습 재산이었고 상속되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토지를 매각할 경우에는 근친자가 이것을 무를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25:25-34). 그리고 희년에는 자동적으로 팔았던 원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규정도 있었습니다(25:13-16). 이렇듯 땅에 대한 유대인들의 생각은 각별하였는데, 이는 그들에게 허락된 가나안은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망하고 민족이 소멸되어가는 혼란기에 집을 짓고 땅을 사는 일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대표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예레미야를 통해서 아나돗의 땅을 은 17세겔에 사게 하시는 의미는, 절망 한 복판에서 희망의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신앙을 심어주고 있다 하겠습니다. 오늘 저는 저의 아홉 남매들에게 부친의 추모예배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발송했습니다. 벌써 57주기가 되는 추모 예배를 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부모의 은혜를 되새기는 것과 함께 부활과 영생의 소망을 다짐하기 위해서입니다. 신앙은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며, 동시에 미래를 바라보고 희망하게 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신앙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성장시켜야 할 과제를 짊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