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삶에서 인정받는 삶이란. / 딤후 2:14-26.
묵상자료 8049호(2023. 5. 31. 수요일).
시편 시 142:5-7.
찬송 372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로댕의 유명한 조각 작품 <생각하는 사람>. 그 사람의 자세는 사실 생각하기에 결코 좋은 자세는 아니라고 합니다. 손을 뺨이나 턱에 대는 자세는 사람이 깊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무의식적으로 하는 자세이기는 하지만요. <생각하는 사람>은 오른 팔을 직각으로 꺾어서 손등으로 턱을 받치고 있어서 아주 불안해 보이지요. 게다가 발바닥에도 잔뜩 힘을 주고 있고 가슴 근육도 호흡곤란을 일으킬 만큼 잔뜩 긴장하고 있어서, 그런 자세로는 오래 생각하기는커녕 숨쉬기조차 힘들 것이라고, 국내의 한 법의학 전문가가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어느 미술 평론가는 어디까지나 예술적인 표현으로 봐야 한다면서,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히 깊은 사색에 잠겨 있는 것이라고 얘기했는데요. 같은 미술 작품을 봐도 각자의 입장과 관심사에 따라서, 그렇게 다르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5월의 마지막 주말인 오늘, 그냥 보내기에는 왠지 아쉬울 것 같은 날인데요. 가족과 함께 전시장 나들이도 좋을 것 같고요. 좋은 계획들 실천해 보시지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08년 5월 31일 방송>
2. “인정받는 일꾼(14-26절)”을 읽었습니다. 인정을 받는 사람으로 사용된 단어는 도키모스(δοκιμος)인데, 시험이나 훈련을 통과해서 합격한 경우를 두고 하는 용어입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이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제자 디모데가 모든 면에서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꾼으로, 하나님께도 인정을 받는 사람이 되기를 힘쓰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목사 안수식에서 성경 구절로 덕담을 하는 시간이 있는데, 저는 항상 이 구절을 안수 받는 분에게 들려주곤 했습니다. 물론 제 자신을 격려하고 새삼스럽게 다짐이라도 하듯 진심으로 권고하곤 하였습니다. 사도는 사람들 앞에서는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람으로, 하나님 앞에서는 인정받는 사람으로 서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운 사람이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이며, 하나님 앞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창 3장에는 우리 인간이 타락한 생생한 기록이 소개되고 있는데,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한 아담과 하와는 부끄러움을 알게 되었다고 말씀합니다. 부끄러움의 원인이란 불순종이었고, 우리는 이를 죄라고 부릅니다. 성경은 죄로 가득한 세상을 하나님께서는 진노하셨고, 홍수로 벌하셨다고 말씀합니다. 모든 부끄러움은 하나님의 말씀을 불순종한 죄로부터 시작되었고, 그래서 하나님이 주시는 시련과 훈련을 잘 감당함으로 마침내 인정을 받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옛 수도사들의 삶을 보면 “완덕/完德”이라는 말을(마 5:48) 강조하였는데, 그 완덕에 이르는 길이란, 하나님이 주시는 시련과 훈련을 잘 이겨낸 결과물로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어 보이고, 그럴만한 능력도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실제의 삶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머리와 가슴 그리고 손과 발로 부지런히 수고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죄의 쓴 뿌리가 남아 있어서, 우리들은 죄 가운데로 빠져들어 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불가능한 일을 뻔히 알면서도 어찌하여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꾼”이 되라하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를 힘쓰라.” 말씀하시는 것일까요? 바로 이 점이 기독교 신앙이 진솔하다는 점을 나타낸다 하겠습니다. 사람과 하나님 앞에서 제구실을 해야 마땅하지만,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이 환히 보이기는 하지만, 육신에 머무는 한 죄 가운데서 헤어 나올 수 없다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허락된 축복을 발견해야 하겠습니다. 바로 우리들이 할 수 없는 순종의 길, 믿음의 길을 인도하시는 주님께서 우리 앞에 서 계시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능력과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의지하는 믿음으로 가능하다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