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것에서 찾지 말고, 있는 것으로 만족 찾기. / 딤전 6:3-10.
묵상자료 8059호(2023. 6. 10. 토요일).
시편 시 144:12-15.
찬송 460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시인 황동규는 <즐거운 편지>라는 시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소나기>로 유명한 황순원 선생의 아들답게 황동규는 21살에 미당 서정주의 추천을 받고 시인으로 등단하지요. 1958년 그가 대학 1학년 때였습니다. 이제 등단 50주년, 시인 황동규가 오랫동안 시로 담아냈던 것은, 어지럽고 가혹 현실 속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었습니다.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채, 고통스러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바로 그러한 삶 말입니다.
“휴대폰 안 터지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살갑다. 아주 적적한 곳 늦겨울 텅 빈 강원도 골짜기도 좋지만, 알맞게 사람냄새 풍겨 조금 더 슴슴한 부석사 뒤편 오전 약수 골짜기. 벌써 초여름, 산들이 날이면 날마다 더 푸른 옷 갈아입을 때, 흔들어 봐도 안 터지는 휴대폰, 주머니에 쑤셔 넣고 걷다보면. 면허증 신분증, 카드, 수첩, 명함, 휴대폰, 그리고 잊어버린 교통 범칙금 고지서까지. 지겹게 지니고 다닌다는 생각. 시냇가에 앉아 구두와 양말 벗고, 바지를 벗는다. 팔과 종아리에 이틀내 모기들이 수놓은 생물과 생물이 느닷없이 만나 새긴 화끈한 문신들. 인간의 손이 쳐서, 채 완성 못 본 문신도 있다. 요만한 자국도 없이, 인간이 제풀로 맺을 수 있는 것이 어디 있는가?”
냇가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혔던 <탁족>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시원한 기분이 전해지는 듯합니다. 문명의 이기에서 조금 벗어나, 한가롭게 즐기는 마음을 황동규 시인은 이 시 <탁족>으로 담아냈습니다. 삶이 지닌 무게나 엄숙을 소소한 것에서 읽어내고,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한 후에, 또 다시 가볍게 마무리 짓는 것은 시인 황동규만의 문학 어법입니다. 생을 좀 낯설고 가벼운 방식으로 읽어내는 것, 그것은 시인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인지도 모르고 말이지요. 재미있고 시와 경쾌한 곡의 분위기가 잘 어우러진 색다른 가곡이었습니다. 황동규 시 서정선 곡 <탁족>이었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년 6월 9일 방송>
2. “만족할 줄 아는 신앙생활(3-10절)”을 읽었습니다. 요즘 저는 최소한 하루 하나 이상의 소확행(小確幸)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묵상자료를 자정으로 예약을 해 두었는데, 2분 늦게 배달되는 것입니다. 그 원인을 알려고 했지만 제겐 컴퓨터 도사인 아들도 풀지를 못해서 답답해하고 있었는데, 지난 현충일 아침부터 예약 시간에 배달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확행으로 이메일 자정배달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참 기쁜 일입니다. 그리고 어제는 모과나무 밑에서 앵두를 발견하고 한 20여개를 수확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아내가 얘기해 주지 않았으면 올해도 모르고 지나칠 뻔 했습니다. 오늘은 첫 오이 3개를 수확했다 기록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게 뭐 대수냐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작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행복감이 퍼져오르게 하니 말입니다. 만족이 무엇입니까? 맛있게 식사를 하고, 꽃밭에 물을 흠뻑 주고, 고춧대를 똑바로 세우는 것은 저의 마음을 기쁨으로 가득 채워줍니다. 그리고 체념하고 있었던 작은 물건을 되찾았을 때의 기쁨은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입니다. 사도는 우리들이 만족할 줄 아는 신앙생활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사도는 만족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찾아내라고 말씀합니다. 그러니까 누구든 만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가지지 않은 것에서 찾으려고 한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니 누구나 만족한 삶이란 가능한 일이라고 말입니다. 우선 먹을 것과 입을 것에 대해서 만족할 것을 명령합니다. 시골 생활을 하면서 뒤늦게 배운 것 중에 하나는 제가 가꾼 채전에서 나오는 먹거리들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중에서 오이와 상추 그리고 고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런 것들은 밥솥을 취사로 누른 후 텃밭으로 가서 따오면 됩니다. 그리고 이런 채소들이 얼마나 입에 맞는지 모릅니다. 처음에는 자라나는 상추를 주체할 수가 없어서 꽃대가 오르도록 내버려두곤 했는데, 마음을 바꿔 먹었는데 그때부터 상추쌈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습니다. 오이는 비빔국수를 할 때 삶은 계란과 함께 고명으로 올리면 안성맞춤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의 식단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됩니다. 아침은 두유 2팩에 선식 두 스푼, 삶은 고구마, 바나나와 토마토 각각 하나씩, 점심은 구운 고등어 두 토막과 김치와 한 공기 밥, 저녁은 비빔냉면과 고명용 삶은 계란반쪽과 채 썬 오이 한 주먹. 생각만 해도 군침이 오르는 식단입니다. 더욱 감사한 것은 아직은 식욕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점입니다. 생활비는 은퇴 후 연금을 아내와 절반으로 나눠 아껴쓰는데, 아들과 사위가 생일과 명절 등에 보태주는 효도 용돈으로 만족합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