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복음의 능력이 당신 가슴에 있는가? / 고후 4:1-12.
묵상자료 8065호(2023. 6. 16. 금요일).
시편 시 145:17-19.
찬송 277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인 이형기는 <낙화>라는 시로 떠남과 이별의 미학을 완성했습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이라는 투병중이면서도 시인은 구술을 통해서 <절벽>, <저 바람 속에서> 등의 절창을 뽑으며 시를 놓지 않았습니다. 보들레르와 허무주의 철학자 셰스토프를 섭렵했고, 오스카 와일드의 예술 지상주의를 신봉했기 때문에, 시인은 자신의 생 내내 시와 예술의 열정적이고 철저했습니다. 이형기의 시는 상징적이고 철학적이었습니다만, 읽는 사람의 마음을 쉽게 움직이는 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숫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잔잔해 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속에 지니는 일이다.”
곡이 참 아름답고 평온합니다. 이형기의 시가 담고 있는 정적인 분위기를 헤치지 않고 가곡으로 완성됐지요. 시인 이형기는 1950년 17살에 문예지로 등단을 합니다. 청록파나 미당의 시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만, 모더니즘 적인 시 세계를 거쳐서 이후에는 존재론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담는 시들을 발표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시가 어려우면서도 한편으론 쉽다 말하곤 합니다. 시를 읽다보면 아무 말 없이 가만히 그저 말하는 이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는, 오래전 친구와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이지요. 아픔을 들여다보고 있는 이가 지긋이 잡아 주는 손, 작은 위로가 이형기의 시에서 느껴집니다. 이형기 시, 윤혜중 곡 <호수>이었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년 6월 16일 방송>
2. “질그릇에 담긴 보물(1-12절)”을 읽었습니다. 우리 인간에 대한 상반된 이해를 하는 얘기는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더할 수 없이 위대한 존재라는 이해와 함께, 만물 중에서 가장 타락한 최악의 존재라는 이해가 뒤섞여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이해는 그 빌미를 성경이 제공하고 있다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창 1-2장에서는 인간을 위대한 존재로, 창 3장에서는 최악의 존재로 소개하는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따로 따로 떼어두고 말하는 이해를 조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처럼 서로 다른 이해는 그 연관성을 무시한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창 1-2장에서 말하는 인간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처음 인간을 두고 하는 말이나, 장 3장은 위대하게 창조된 인간이 타락하게 될 때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는지를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인격자라고 할지라도, 타락하게 되면 얼마든지 형편없는 존재로 떨어져 버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사도 바울이 묘사하고 있는 인간은, 보잘 것 없는 인간이 얼마든지 위대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발견이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도는 우리 인간을 질그릇과 닮은 존재라고 규정합니다. 질그릇이란 흙으로 만든 볼품없는 옹기를 연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그릇 안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서, 그 인간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위대한 존재로 회복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오늘 묵상은 7-12절입니다. 사도는 우리 인간의 현실에 대해서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질그릇 같다고 말하면서, 다만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이 질그릇 안에 보물을 담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외치고 있습니다. 천지가 개벽이라도 하듯 엄청난 고백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치 제가 “제 안에는 세상에 있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을 간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보물을 사도는 이렇게 진술합니다. 이 엄청난 보물을 그 자신에게서가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인데, 그것은 어떤 절망 속에서도 낙심하지 않게 하는 것이며, 어떤 궁지에 빠져서도 나갈 길이 있고, 아무리 맞고 쓰러져도 죽지 않는 힘입니다. 그런데 이 보물의 실체란 예수의 생명이 자신 안에 살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자신이 죽음에 내몰리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많은 사람들을 죽음에서 살려내는 복음의 힘이 자신 안에 있다고 말입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려내고 싶은 복음의 능력이, 그 감격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사도 자신의 마음 안에 가득 차 있다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