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우리들의 막힌 귀와 붙어있는 혀를 향해 에바다 하십니다. / 막 7:24-37.

박성완 2023. 8. 18. 00:00

묵상자료 8128(2023. 8. 18. 금요일).

시편 시 12:4-8.

찬송 53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여행 전문가들은 참 대단하다, 경탄이 나올 만큼 뭔가 험난한 여정을 감내하며 여행을 지속합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여행 중에 가장 견디기 힘들다 손꼽는 순간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여행 도중에 문득 외로움이 찾아오는 바로 그 순간이라고 하더군요. 지독한 날씨나 신체의 고통 같은 것은, 고독함이나 외로움이 주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을 합니다. 외로움이 만드는 파문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찾아오지요. 우리가 늘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에 말입니다.

    “누가 그곳에 나무를 심었을까? 강가를 따라 서 있던 미루나무들, 지나는 강물을 마시고 자라서 강물의 그늘이 되어 주었네. 문득 내 안에 한 외로움 다가와 그 띠마다 나직이 불러보는 이름 있었지. 누가 그대 그리움 심었을까? 길가를 따라 서 있던 따스한 집들, 목마르면 그 한 집에 들어가 물 마시곤 다시 그 길을 떠났었지. 문득 내 안에 한 외로움 다가와, 그 때마다 아득히 불러보는 이름 있었지.”

    박목월의 시 <나그네>의 분위기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리움이나 외로움을 주제로 담고 있습니다만, 시나 곡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애절하거나 쓸쓸하지 만은 않지요. 곡은 그리움의 그러한 맑은 서정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때로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것은 강열하게 끓어오르는 것보다 더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하니까 말이지요. 임용식 시 오숙자 곡 <문득 한 외로움 다가와> 이었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818일 방송>

 

2. “수로보니게 여자의 믿음(24-30)”귀먹은 반벙어리를 고치신 예수(31-37)”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둘째 단락입니다. 우리 속담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헛수고를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제가 은퇴 후 가장 잘한 일 중의 하나는 장애인 교회를 섬기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말이 섬기는 일이지, 겨우 한 달에 한번 설교하는 것이 전부입니다만, 오히려 많은 것을 깨닫고 옵니다. 그런데 제가 다니는 농인교회는 20명이 채 안 되는 아주 작은 교회인데 저까지 목사가 셋이나 됩니다. 이 교회 세우고 10여 년간 목회를 하신 원로목사님과 그 분의 막내 동생인 현 목사님이 계십니다. 제가 설교하러 교회에 가면 담임목사님이 연로하신 교우들을 모시러 가셨다가 예배 전 20분 전쯤에 도착하십니다. 교우들은 50대 서너 명 말고 대부분 70대에서 90대 노인들입니다. 교회당 임대료에서 매 주일 성도의 교제를 위한 애찬 식재료비 까지도 담임목사님의 사비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것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필립핀과 멕시코에서 농인들을 위해서 선교하시는 선교사들의 후원자로도 힘써 돕고 계십니다. 제가 지켜보니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고 계신 것이 틀림없습니다. 자립할 기대는 애당초 꿈에도 없었습니다. 요즘 광고하실 때 보면, 병원에 입원한 환자 교우들 얘기가 자주 나옵니다. 겨우 한 달에 한번 설교하는 제게 너무 미안하시다 며 이런 저런 빵과 고기도 싸 주십니다. 받기가 민망하지만 거절하면 더 미안해하실 것 같아 냉큼 받아들고 나옵니다. 그래서 이래저래 많은 깨우침을 받곤 합니다.

    가장 불쌍한 사람들에게 단 한 푼의 사례도 받지 않고 복음을 전하는 일, 그것은 숭고하다 못해 거룩하다 생각이 들곤 합니다. 주님께서 하신 대로 따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동네 사람인지 아니면 먼 친척뻘 되는 사람인지 몇 사람이 귀먹은 사람을 주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안수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주님께서는 그 귀먹고 반벙어리인 사람을 불러내 당신 앞으로 나오게 하십니다. 그리고 손가락을 그 환자의 귓속에 넣으신 다음에 다시 침을 발라 그의 혀에 대시고, 하늘을 우러러 큰 숨을 내쉰 후에 에바다!”라고 소리치셨습니다. 에바다(εφφαθα)란 아람어인데, 뜻은 열려라!” 입니다. 마치 귓속에 솜뭉치 같은 것이 꽉 차 있어서 그것들을 뚫어버리려고 하신 말씀이며, 혓바닥에 무슨 강력본드가 짝 달라붙어 있어서 그걸 떼어 내려는 듯 말씀하신 것입니다. 막힌 것들이 그 농인(聾人)의 삶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으니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겠습니까? 그 답답함을 고통스러워하다가 제분에 못 이겨서 성질을 부리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에바다! 에바다! 에바다! 지금 주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귓속에 꽉 차있는 것들, 딱 달라붙어 있는 장애물들을 뚫어주고, 풀어주시겠다고 말입니다. 헛된 욕심과 야망들을 뚫어버리고 풀어주시겠다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