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신비현상을 통해서 전하는 복음. / 막 9:2-13.

박성완 2023. 8. 24. 00:00

묵상자료 8134(2023. 8. 24. 목요일).

시편 시 15:1-3.

찬송 87.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화가 모네가 즐겨 그렸던 수련(睡蓮), 흔히 짐작하는 것처럼 물에서 피어나는 연꽃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이 아닙니다. 낮에 활짝 피었다가 저녁이면 노을과 함께 봉오리를 다물어, 수련은 잠자는 연꽃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상에 어둠이 깔리는 시간, 잦아드는 인적과 함께 잠드는 연꽃, 수련의 이름 무척이나 낭만적이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 곁의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의 이름에도, 하나하나 아름답고 소중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각자의 생이 하나하나 모두 소중한 것이듯 말입니다.

    야생초의 이름은 동물이나 사람의 생김새 또는 그 행태를 빗대어 지어진 것이 많이 있습니다.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노루귀, 범 꼬리 같은 이름이 붙기도 하고요, 소화가 안 될 때 고양이가 먹는 것을 보고서 괭이 밥이라 명명되기도 했습니다. 할미 꽃, 광대 수염, 애기 똥 풀. 야생초의 이름에는 누군가가 겪었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기도 하지요. 떠돌이 광대로 멸시 받았던 삶, 가뭄에 모진 생을 마감해야 했던 어느 노파의 이야기까지도 말입니다. 우리가 매일 지나는 길 가 언저리, 이름도 모른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풀 한포기에, 왠지도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잇는 듯합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824일 방송>

 

2. “예수의 영광스러운 변모(2-8)”엘리야와 요한(9-13)”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첫 단락입니다. 의식교회(儀式敎會)에서는 사순절이 시작하는 성회 수요일 직전의 주일을 주님의 산상 변모 주일로 정하고 그 의미를 묵상합니다. 오늘 본문은 공관복음서가 모두 취급하는 내용으로(17:1-8, 9:28-36), 그 중요성을 반증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종교는 신비현상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공개합니다. 오늘 말씀은 대표적인 신비현상으로 주님의 변모현상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예수님과 세 제자들(베드로, 야고보, 요한)이 산 기도를 하시게 되었는데, 그 산(다볼 산)에서 주님의 모습이 변화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엘리야와 모세도 함께 계셨고, 그 분들의 옷이 눈부시게 빛났다고 했습니다. 전형적인 신비현상입니다. 현실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말입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주님께 제안을 하나 하였는데, 이곳에 초막 셋을 지어 기념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주님과 모세 그리고 엘리야를 모시는 초막을 짓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엉겁결에 그렇게 말했다고 기록되었습니다. 바로 그때 구름이 몰려와 그들을 덮은 뒤에 구름 속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잘 들어라.”는 소리가 들려온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변모현상의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오늘의 말씀이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참 뜻은 무엇일까요?

    그동안 우리는 이런 종교 현상에 대해서, 의심하고 놀라는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려고 노력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엘리야와 모세와 회동하신 것에 대해서 의미를 찾으려고도 하고, 아예 처음부터 신비현상에서 말씀하는 눈부신 빛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초막 셋을 짓고자 하는 발상이 너무도 인간스럽다는 데에 초점을 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말씀이 우리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초점은 구름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잘 들어라.” 우리는 이 말씀을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주님의 사역에서 많은 부분이 병자를 고치고 배고픈 사람들을 먹이시는 기적활동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기적 사역들은 중심 사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일 기적 사역이 중심이었다고 한다면, 세상에 있는 모든 병자들을 고치는 일에, 그리고 배고픈 많은 사람들을 다 배부르게 하는 일에 전심전력했어야 옳았다는 말이 됩니다. 그러니까 그런 기적 사역들은 다른 목적을 위한 보조 사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 중심 사역이란 무엇일까요? 하나님의 구원 소식인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과, 하나님은 당신의 아들이 세상을 구하러 오신 구세주이신 것을 믿는 사람들을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신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이 목적을 위해서 주님은 신비현상을 도구로 사용하셨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구름 속에서 들리는 말씀처럼, 주님의 말씀을 잘 듣는 복된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