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성경은 물론 성화/聖畫나 성상/聖像에서도 말씀의 뜻을 살려내야. / 막 13:1-13.

박성완 2023. 9. 9. 00:00

묵상자료 8150(2023. 9. 9. 토요일).

시편 시 18:19-22.

찬송 240.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 계절만이 지닌 향기들이 있습니다. 공기와 바람에 실려 전해오는 그 묘한 그 계절만의 냄새 말인데요. 이 향기들은 선입견 때문인지, 계절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봄의 파릇하고 신선한 기운과 여름의 열정, 그리고 가을의 쓸쓸함, 겨울의 서정 까지도 말이지요. 이른 가을 지금쯤의 밤공기 안에는 무게 향기가 배어 있는 듯도 합니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은은하고 아린 그 향기 말이지요.

    “솔바람 굽이도는, 소수서원 뜨락에, 꿈을 꾸듯 무게 전설, 변함없이 푸르르네. 곧게 살라 가르치던, 마음속의 스승이여, 밤을 밝혀 글 벗하던, 짙게 깔린 옛날이여. 모시 솜에 젖은 눈물, 별 빛 되어 머무는 곳. 그대들의 글 읽는 소리, 환영으로 돌아오네. 솔바람 굽이도는, 소수서원 뜨락에. 이슬 젖은 무게 전설, 오늘 따라 사무치네. 곧게 살라 가르치던, 마음속의 스승이여, 밤을 밝혀 글 벗하던, 짙게 깔린 옛날이여. 도란도란 피어나는, 별빛 되어 머무는 곳. 뿌리 내린 땅 속 깊이, 그대 향기 넘치네.”

    옛 사람들은 선비로써 학식과 인품을 평가할 때, 그 사람에게서 나는 묵향(墨香)을 통해 가장 먼저 가늠했다고 합니다.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서는,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묵향이 은은하게 배어나온다고 말이지요.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묵향은 지식인들이 꿈꾸었던 덕망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시인은 옛 문인들의 산실이었던 소수서원 뜰을 거닐며, 오래전 그 곳을 채웠던 무게 향기를 바람결에 맡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네들의 곧고 의연한 의지와 더불어서 말이지요. 하옥이 시 김동환 곡 <무게 향기> 들으셨습니다<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99일 방송>

 

2. “성전 파괴에 대한 예언(1-2)”재난의 시작(3-13)”을 읽었습니다. 어느 핸가 제가 지방에 출장 중이었는데, 북한의 비행기 한 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으로 귀순하였습니다. 그때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실제 상황이라며 대피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합니다. 그런데 제 아내가 엉겁결에 베개를 들고 교회당 기도실로 뛰어가 엎드렸다고 합니다. 돈지갑도 아니고 성경도 아닌 베개를 들고 기도실에 엎드린 자신을 보고 응급상황에서는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제게 얘기해 주었던 것입니다. 위급한 상황이 되면 어떤 모습을 취할까? 그러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란 어딜까? 오랫동안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 아내는 성전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논산 훈련소 병영 교회에서는 성탄절 선물로 포켓 영어 성경을 주었습니다. 그리곤 2차 대전 때 미국의 한 병사가 가슴에 총을 맞았는데 한참 죽은 줄 알고 있다가 깨어났는데, 총알이 성경책에 박혀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을 읽든 말든 가슴에 그 포켓 성경을 넣고 다니는 군인들이 많았다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논산 훈련소에서 주로 배식시간에 그 성경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모르는 단어는 건너뛰면서 말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없는 한 성전도 성경책도 우리를 지킬 피난처는 아니었습니다.

    성경이 각 나라의 말로 번역되고 인쇄된 성경이 보급되기 전에는, 주로 성화(聖畫)와 성상(聖像)이 성경을 대신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다 당시의 교회는 견신례반(세례반)에서 교리는 가르쳤지만, 성경을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성화나 성상은 신자들의 신앙을 유지하고 지탱하게 하는 유일무이한 도구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성화를 오랜 시간 바라보거나 성상을 손으로 정성스럽게 만지는 것이 신앙의 깊이를 더해준다고 믿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듯 시간이 지나갈수록 성화와 성상은 무당 신앙에서 가르치는 부적과 같은 신비한 것으로 숭배의 대상이 되어갔을 것입니다. 우리들 역시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게 되면 처음의 존중이나 경외감을 너머서 숭배의 대상으로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쟁터에 나간다던지, 파도와 싸우는 바다로 항해를 떠날 때에는,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성상을 휴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되었을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에 한나의 기도하는 성화나, 예수님의 성상을 운전석 앞에 붙여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많은 현대 크리스천들은 성경을 예전의 성상/聖像을 취급하듯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서글픔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성경이란 우리가 부지런히 읽고 그 말씀의 의미를 새겨 묵상해야 할 말씀임에도 불구하고, 서가(書架)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주일이 되면 먼지를 털어내고 교회에 들고 가는 모습을 빗댄 말입니다. 성경은 장식용 도서가 아니라, 매일 읽고 묵상할 생활 속에서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인 때문입니다.

 

3. 묵상식구 김효종목사님의 부친 김희숙장로님께서 별세하셨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