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유월절 식탁은 최후의 만찬의 약속. / 막 14:12-26.

박성완 2023. 9. 14. 00:00

묵상자료 8155(2023. 9. 14. 목요일).

시편 시 18:35-37.

찬송 28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추석날 차례 상을 물리고 나면, 우리 조상들은 한데 모여서 소놀이를 했다고 하지요. 두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그 위에 멍석을 둘러서 한 마리의 소 비슷한 모양이 완성되면, 그 소가 마을의 집들을 차례로 돌면서 집 주인에게 대접을 받았습니다. 추석 소놀이의 백미는 마을의 대표가 소 등에 업히는 때였습니다. 그 해의 가장 농사를 잘 지은 상머슴이 소 등에 타는 기회를 얻었지요. 지위가 높거나 가장 부유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열심히 일한 머슴에게 기회를 주었던 것은 아마 그런 뜻이었겠지요. 한 해 동안 가장 열심히 일한 사람을 제일 먼저 격려하고 싶었던 것 말입니다. 명절을 보내느라 고생한 가족들을 지금 이 시간 우리가 가장 먼저 토닥여야 하듯이 말이지요.

    해가 바뀌고 새 달력을 받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있지요. 한 해 동안 공휴일이 얼마나 많은가 헤아리는 것입니다. 운 좋게도 휴일이 맞닿아서 쉬는 날이 이어가게 되면 괜스레 든든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요. 또 지금처럼 휴일이 주말과 겹쳐서 왠지 큰 손해를 보는 듯,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쉬는 날을 기다린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휴일이라는 것의 의미도 분명 지금과는 달라질 테니까 말이지요. 더 많은 시간 또 다른 뭔가를 기다리고, 지금과 같은 시간이 다시 올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회한에 젖게 되겠지요. 이렇게 돌아볼 겨를도 없이 바삐 달려야 했던 지금의 한 때를, 흑백 사진을 들여다보듯이 추억하면서 말입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914일 방송>

 

2. “최후의 만찬(12-26)”을 읽었습니다. 흔히들 성경을 해석하는 한 기준으로 구약은 예언이라는 측면에서, 신약은 그 예언의 성취라는 측면에서 해석합니다. 이런 이해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구약을 읽을 때 이 말씀은 예언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가를 잠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이 말씀의 대칭에 있을 신약의 성취 부분이란 어떤 것일까를 찾아보려고 할 것입니다. 이렇듯 성경의 두 부분인 구약과 신약은 예언과 성취라는 도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유대인들은 구약만 성경으로 인정할 뿐 신약은 열외로 취급하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처럼 흥미로운 성경의 의미를 맛볼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 본문은 유대인의 유월절에 있었던 일화입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명절을 의례적이거나 형식적인 명절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명절의 의미를 삶의 내용으로써 지킨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다시 말하면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유월절이라는 명절을 맞게 되면 가장 먼저 유월절 식탁으로부터 시작하는 절차를 따릅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430년이라는 긴 세월을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고 있었는데, 하나님께서 모세를 지도자로 세워 이집트를 탈출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가게 하셨던 것입니다. 그때 이집트의 왕 파라오로 하여금 이스라엘 백성들을 사흘 길쯤 유대 광야에 나가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게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이에 반대하는 이집트 왕에게 하나님은 10가지 재앙을 내리실 것을 선언하셨고, 마지막 재앙이 이집트의 모든 집에서 사람의 첫 아들과 짐승의 초태생(初胎生)을 죽이게 한 것입니다. 결국 파라오는 열 번째 재앙을 당하고 나서야 항복하고 허락하였는데,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영원히 기억하는 유월절 만찬을, 우리 주님의 마지막 식탁의 예언으로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구약을 예언으로 그리고 신약을 그 예언의 성취로 이해하는 해석은, 자연스럽게 성경을 전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 되었고, 마침내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이른바 통전적 이해(統全的 理解/Integritic explanation)가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결국 유월절 식탁은 누룩 없는 빵과 어린 양의 고기를 먹는 것이 명절의 전통이 된 것입니다(12:37-51). 그리고 그 어린양의 피를 유대인의 대문 설주에 뿌리게 해서 재앙의 칼을 든 천사를 건너뛰게(pass over)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유월절이란 건너 뛴절기가 되었고, 라틴어로는 파스카(Pascha)절기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주님께서 유월절 만찬을 준비시키실 때, 처음에 제자들은 유월절을 지키는 통과의례로 생각했을 것인데, 이 식탁에서의 주님은 당신을 배반할 사람에 대해 말씀하셨고, 떡은 당신의 육신을, 포도주는 당신의 피를 상징하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유월절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도록 하신 것입니다. 4세기의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했던 떡과 잔에 대해서 특별한 해석을 하였는데, “Sacrament is a visible sign of an invisible grace. 성찬은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은총의 보이는 상징이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은 성경은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설교는 들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성찬은 보이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인식이 정착된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