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주님의 기도에서 곰곰이 묵상할 주제들. / 막 14:27-42.

박성완 2023. 9. 15. 00:00

묵상자료 8156(2023. 9. 15. 금요일).

시편 시 18:38-40.

찬송 410.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시간은 참 많은 것들을 변하게 하지요. 넓었던 집 앞 골목이 작은 샛길이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고, 앳된 여고생이었던 누군가의 얼굴을 어느 덧 중년의 모습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존재하긴 하지요. 기억하는 모습에서 달라졌다고 해도, 오랜 시간 서서히 굳어져 온 마음이 쉽게 변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현재 모습이 어떠하든 공유하는 시간속의 대상은, 오래전 그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존재하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이 떠오르는 것 우리가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가끔씩 꺼내보는 바로 그 마음입니다.

    “눈앞에 쌓여 오는 그리운 그대 얼굴. 잊으려 돌아서도 비추이는 슬픔이여. 가슴에 가슴에 떨어지는 단풍잎. 뜨겁게 여울지는 추억의 꽃잎이여. , , 불타는 저 언덕 산 너울 바람에 흐느끼는 그림자. 귓가에 들려오는 그리운 그대 음성, 잊으려 돌아서도 비추이는 눈물이여. 하나둘 말없이 떨어지는 낙엽들. 쓸쓸히 흩날리는 추억의 조각이여. , , 불타는 저 언덕 산 너울. 바람에, 바람에 흐느끼는 그림자.”

    하루하루를 넘기는 것만도 힘겨운 사람들에게 그리움을 운운 한다면 글쎄요. 그런 것은 한가한 사람들만이 가지는 감정의 사치라고 비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리워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뜨겁게 데워지는 그런 순간이 있다는 것, 살며 두고두고 참 큰 위로로 다가오곤 하지요. 고향을 떠나는 차 꼬리의 흙먼지가 사라지고 난 뒤, 그 이후 한참까지도 손을 흔들고 계시는 어머님의 얼굴처럼 말입니다. 그리움이란 그런 걸 겁니다. 깊이 아끼고 있는 마음을 건네받았던 그 순간이, 사는 동안 내내 잊혀지지 않는 것 말이지요. 곡에서 느껴지는 그리고 전해지는 애절함은 그 그리움의 정서가 아닐까 합니다. 공영운 시 한상운 곡 <그리움>이었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915일 방>

 

2. “베드로의 장담(27-31)”겟세마니에서 기도하심(32-42)”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둘째 단락입니다. 연일 여름 같은 가을 날씨가 계속되어서 지칠 법도 합니다만, 숙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견딜 만하다 말할 것입니다. 저는 브라이언 성덕 바우만을 집중 보도한 <KBS 일요스페셜>을 여러 편 돌려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들 인간은 참 잊어버리기 잘 하는 존재인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20021221일 미국 미네소타 주 파인 시의 한 교회당에서 브라이언 성덕 바우만씨와 8살 연상에다 1210살의 두 딸을 가진 간호사 다나 머피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성덕 바우만씨는 세 살 때 미국에 입양된 한국인으로 미국 공군사관학교 재학시절 백혈병을 진단 받고 미국과 한국에서 골수 공여자를 찾느라 많은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을 쏟게 만들었던 젊은이였습니다. 결혼식에서 성덕 바우만씨는 제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골수 이식자를 찾았을 때도, 백혈병이 완치되었을 때도 아니에요. 물론 그때도 무척 기뻤지만 무엇보다 다나를 만난 순간이 가장 기뻤어요. 그리고 두 딸이 생긴 것 역시 제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지요.” 이 얘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많이 서글퍼졌습니다. 현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자신의 삶을 이어주게 하려고 골수를 기증한 서한국씨를 까맣게 잊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서한국씨는 손바닥만 한 감사패 3개가 전부인 고향 공주에서의 삶을 비춰주고 있었습니다. 무슨 보상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속에서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사람의 이름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현실은 수 백 수천 번으로 바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온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간절하게 기도하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던가요?

    주님의 겟세마네 기도는 죽음을 코앞에 둔 처지에서 드린 마지막 기도 일화입니다. 몇 가지 특징을 들 수 있습니다. 첫째는 12제자들 중에서 베드로 야고보 요한만을 데리고 가셨다는 점입니다. 혼자 기도하신 일화들도 있습니다만, 겟세마네 기도는 3명의 제자들과 동행한 것입니다. 물론 그들을 중간에 남겨두고 혼자 기도하셨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합니다. “내 마음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는 말씀에서 그 의미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기도의 내용인데, “이 잔을 나에게서 거두어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라는 말씀입니다. 십자가를 앞에 둔 주님의 진솔한 심정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내용입니다. 셋째는 당신이 기도하시는 동안에 잠들어 있는 세 제자들을 꾸짖는 내용입니다. “단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단 말이냐?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고 권고하십니다. 넷째는 주님의 기도는 제자들을 세 번씩이나 깨우시면서 계속 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잠만 잤을 뿐인 제자들에게,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때가 왔다고 말씀하시고 겟세마네 기도를 마치신 장면입니다. 요약하자면, 주님은 십자가를 앞두시고 말할 수 없는 두려움에 쌓여 있었다는 점이고, 이를 하나님께 알리며 도움을 구하지만, 억지를 부리지 않고 겸손히 받아들이셨다는 점과, 동행했던 제자들은 동상이몽처럼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는 비정합이었습니다. 곰곰이 묵상할 말씀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