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자신과 자기 민족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누가 도우랴! / 렘 37:3-21.

박성완 2023. 11. 1. 00:00

묵상자료 8203(2023. 11. 1. 수요일).

시편 시 27:13-14.

찬송 404.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은 수레바퀴처럼 돌아서, 결국 그 시작으로 되돌아오곤 합니다. 말을 할 때나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에도 그 모든 행동들이 언젠가는 나에게도 되돌아 올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요. 그러한 생각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꾸 거만해 지려는 마음을 겸허하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이해하거나 견디기 힘든 현재의 고통을 설명해 주기도 하고 말이지요. 시조 시인인 김재현은 바로 그 결국 되돌아오고 마는 것, 윤회를 시 안에 철학처럼 담아내곤 했습니다.

    “나는 불이었다. 그리움이었다. 구름에 쌓여 어둠을 떠돌다가 바람을 만나 예까지 와 한조각 돌이 되었다. 천둥 비바람에 깨지고 부서지면서도 아얏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견뎌야 할 목숨이 남아 있음에서라. 사람들이 와 절망을 말하면 절망이 되고, 소망을 말하면 또 소망이 되지만, 억년을 엎드려도 깨칠 수 없는 하늘 소리, 땅의 소리.”

    김 재현 시인은 올해 초 <우물 안 개구리>라는 작품으로, 2회 한국 시조 시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한 문학평론가는 김 재현의 시조를, 잘 정리된 기보(棋譜)를 보는 듯하다 평하기도 했지요. 달리는 가하면 잠시 멈추어서 서서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바둑의 흐름을 알리는 기보처럼 시인의 작품에는, 언어의 완급이 만들어 내는 잘 짜여진 조화가 엿보입니다. 고통 속에서 깨달은 생의 진리, 하지만 우리 삶에는 그 보다도 높은 또 다른 진리가 있음을, 시인은 글을 통해 담아내고 있습니다. 김 재현 시 임 긍수 곡 <> 소개해 드렸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111일 방송>

 

2. “시드기야와 예레미야(3-21)”을 읽었습니다. 가끔 <동치미>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곤 하는데, 남녀 간 또는 세대간, 그리고 직업 간의 갈등을 한 눈에 지켜볼 유익한 점이 있다 생각하는 때문입니다. 그런데 항상 느끼는 흥미로운 점은 모든 문제의 발단은 사랑이 식어가고 있을 때라는 점이었습니다. 영원할 것 같고 불변할 것 같았던 사랑이 시간과 함께 변해가는 것을 느낄 때쯤이면, 남편의 귀가도 늦어지고, 남편의 가사 도움도 줄어들고, 대화의 내용도 시시해지고, 괜한 일에 언성이 높아지더라는 얘기들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사랑이 충만할 때는 모든 허물과 문제가 다 덥혀버려 전혀 보이지 않던 것들이 사랑이 식어가게 되니까 서서히 눈에 띄기 시작하더라는 흔해빠진 얘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피차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자는 데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지만, 불안 불안합니다. 그럴 때마다 제 생각은 많이 달랐습니다. 연민(불쌍히 여김)이라는 대체제가 작동해야 할 때라고 말입니다. 사랑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사랑이 식으면 보이게 되는 것들, 상대의 약점이나 허물,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가족사나 대인 관계들이 보란 듯이 비집고 튀어나올 때, 절망감까지 느끼게 된다는 말입니다. 새삼스럽게 사랑의 회복 같은 것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런 날이 반드시 올 것을 아신 하나님은 우리들 모두에게 서로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라 하십니다. 오늘 본문에는 주변 나라들 바벨론과 이집트가 세력을 과시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바벨론이 예루살렘 성을 포위하고 있을 때, 남쪽 이집트 바로의 군대가 출동하자 바벨론 군대는 슬쩍 퇴각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유다의 정치가들은 바벨론과 이집트 그리고 시리아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양다리 걸치기를 해왔던 겁니다.

    요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하마스)이 엄청난 싸움이 벌이면서 시리아에 거점을 둔 헤즈볼라와 이란 등 아랍연맹이 한판 큰 전쟁을 벌이겠다고 거드는 중입니다. 이를 두고 아랍과 이스라엘의 정치 세계를 연구한 논객들은 모든 문제의 뿌리는, 크게는 자기 나라 작게는 그들 개인들이 자기라는 정체성을 사랑하지 못해서 생긴 것이라고 진단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비극의 중심에는 팔레스타인을 빼놓을 수 없다 합니다. 그러니까 자신들의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이스라엘 외곽에 둘러싸고 있는 22개의 거대한 아랍나라들만 의지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입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지키지 않는 사람을, 자기 민족과 나라를 사랑하고 지키지 않는 민족을 다른 누군가가 지켜줄 수가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아무리 강하고 믿음직스러운 친구나 우방이라 하더라도, 자신들의 형편이 어려워지면 다른 누구를 알뜰살뜰히 챙겨줄 수 없다는 말입니다. 비록 힘이 모자라 충분히 자기를 돌볼 수 없을지라도, 그런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을 한다면 남들도 관심과 우정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친구나 이웃을 신뢰할 때나, 나아가 하나님을 의지할 때에도, 제 역할을 힘써 할 뿐 아니라,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도울 수 없다고 말입니다. 어리석은 시드기야 왕은 아첨하는 거짓 예언자들의 장막에 둘러싸여, 하나님의 계획과 말씀을 무시했던 것이 비극을 자초한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이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