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신다. / 스 10:1-17.
묵상자료 8224호(2023. 11. 22. 수요일).
시편 시 32:5-7.
찬송 379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크고 엄청난 이유 때문일 것 같습니다만, 그 이유가 의외로 작고 사소한 것일 때가 많습니다. 글이나 그림 예술작품 역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제 아무리 대단한 걸작이라고 하더라도, 작품을 바라보고 감상하는 사람에게는, 스스로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순간, 진심어린 공간을 불러내 주는 건, 서로가 공유하는 경험이지요. 누구나 언젠가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그러한 추억 하나 말입니다.
“별이 보이는 저녁/ 언제나 오가는 숲 속 작은 길/ 도서관 가는 길/ 먼 계절이 오가듯이/ 우리네 삶이 아름다워/ 그래도 아름다워/ 뜨는 별을 바라보노라/ 별이 보이는 저녁/ / 언제나 오가는 숲 속 작은 길/ 도서관 가는 길/ 하늘에 뜨는 별들을 헤아려 보노라/ 내 마음에 진 별들도 헤아려 보노라”
따라 하거나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을 것 같은 걸작들도, 물론 깊은 감흥을 주지요. 하지만 이렇게 소박하고 잔잔한 글은 또 다른 종류의 진실한 감성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곡은 오래 전 썼던 어느 날의 일기를 떠 올리기도 하지요. 언젠가 도서관을 오가면서 나무로 둘러싸인 호젓한 길을 걸었던 추억이 생각나. 잠시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오랜 벗들과 소소한 옛 이야기를 나누는, 그러한 기분이 드는 곡입니다. 권선옥 시 황덕식 곡 <별이 보이는 저녁> 소개해 드렸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년 11월 21일 방송>
2. “이방 민족과 통혼하던 관계를 끊다2(10:1-17절)”을 읽었습니다. 1983년 3월 1일부로 서울 옥수동루터교회의 담임목사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신갈에서 시작하는 루터대학교 신약교수로 겸직을 명받은 것입니다. 부산에서 7년 목회한 후의 일입니다. 교우들은 시골 출신들이 많았습니다. 그때 저는 뭔가 새바람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을 부산 목회시절에 배운 것입니다. 매일 아파트에서 직장으로 향하는 주민들에게 전도지를 전하는 몇 달 동안 많은 실망을 했습니다. 단 한 사람도 전도지를 통해 교회에 나오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100가정을 상대로 13주간의 편지 전도지를 보냈습니다. 그것도 실패했습니다. 훗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목회하셨던 저의 옛 책임 목사님은 그 편지 전도지로 크게 성공하셨다 했습니다. 그 다음엔 노인들을 대상으로 생활 개선운동을 시도했습니다. 개금동 언덕길을 오르는 길목에는 해거름이면 술에 취한 이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노인들이 앞장서서 마을길도 청소하고, 술주정뱅이들에게는 따끔한 충고도 해서 지역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회장님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소극적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우유 한잔과 토스트 하나를 먹고 어깨띠를 띄고 하자는 계획이었는데, 대부분이 싫다했습니다. 그렇게 또 서너 달을 시간을 낭비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부산 YMCA를 찾기로 했습니다.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다행히 광주 CBS사장으로 있다가 부산 Y 총무로 부임하신 정총무님은 저를 기쁘게 환영하고 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주셨습니다. 성경반을 자비량으로 지도하고 싶다 제안했거든요. 그렇게 해서 YMCA와 YWCA에 성경반을 개설하고 6년을 가르치게 된 것입니다. 덕분에 교회 PR도 되고 교인들도 몇 분을 얻을 수 있었고, 경성대학 신학부에 전임 자리도 얻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도 새바람이 필요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임하고 6개월 쯤 되어 10개년 계획을 발표한 것입니다. 몇 가지를 열거하면 주일 오후에 루터교회의 정체성을 공부하는 것, 교육관을 세워 작은 박물관을 운영하는 것, 탈북민을 후원 북한 실상을 배우는 일, 그리고 집사와 권사 장로를 위한 수련회를 정기적으로 가지는 것 등이었습니다. 새파랗게 젊은 목사가 와서 설쳐대는 느낌을 주었을 텐데도 교인들의 눈빛이 반짝였습니다. 계획이 실패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시행계획들을 만들었는데, 교우들이 따라 주었습니다. 가난한 교우들이 대부분이었고, 많이 배우지도 못한 분들이었는데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셔서 대부분의 계획은 좋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오늘 에스라의 절망과 낙담은 암울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았지만, 구경꾼만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용기를 갖고 추진하라며 격려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오른 팔 왼팔이 되는 분들이 생겨난 것입니다.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신 것입니다. 그래서 포로에서 귀환한 사람들을 사흘 안에 예루살렘으로 모이라고 했습니다. 따르지 않으면 재산을 몰수하고 포로 귀환단의 명부에서 빼버리겠다고 단서를 붙였지만, 유다와 베냐민 사람들은 사흘 안에 예루살렘에 다 모인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이 땅의 족속들과 모든 관계들을 끊어버리도록 한 것입니다. 물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방인과 결혼한 사람들의 조사를 3개월간 시행하는 등, 쉬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하나님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실 때 가능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