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믿음의 다른 이름, 순종. / 요 9:1-12.

박성완 2024. 1. 4. 00:00

묵상자료 8267(2024. 1. 4. 목요일).

시편 시 37:38-40.

찬송 360.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여행지에서의 한 순간이 불현듯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가장 소중하고 행복했던 그 날의 기억을 곱씹는 것만으로도, 마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간 듯, 마음은 이내 즐거워지곤 하지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단 한 순간도,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에 불과하겠지요. 그래서 누군가는 여행의 즐거움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 온 사람은 내 일상의 한 부분을 평생 잊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생의 가치는 누구에게나 다 다를 테니까요.

    휴가하면 해외여행을 가장 먼저 떠올렸던 때가 있었습니다만, 요즘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환율의 영향 때문에 또 경제 때문에 가족끼리 간소하게 보내거나, 기분을 낸다고 해도 국내에서 여행을 하는 일이 늘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명소들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네요. 나만이 알고 있는 한적한 여행지를 사람들에게 들켜버리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겠습니다만, 그러한 사소한 즐거움이나마 공유할 수 있음이 다행이지요.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언제나 커다란 보상보다는 작은 일들 같습니다. 그러한 작은 일이라도 함께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물론 그 가운데서 가장 다행스러운 일이고요.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913일 방송>

 

2. “소경으로 태어난 사람을 고치신 예수(1-12)”을 읽었습니다. 제가 농인들(귀와 혀가 어눌한 장애인들)에게 위로한답시고 자주 사용하는 말 가운데, 그래도 당신들은 시각 장애인들 보다는 더 나은 사람들이다 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 어딜 가더라도 참으로 불쌍하고 딱한 이웃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가족 간에, 직장 동료들 사이에, 교회에서,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불만족한 사람들까지 무슨 수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우리는 원망보다는 감사의 길을 택해야 하겠고, 미움보다는 사랑의 길을 향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비록 해결해 줄 수는 없어도, 따뜻한 손을 잡아 줄 수는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는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가진 소경을 두고서 제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질문입니다. 도대체 그 원인이 궁금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리고 싶어 했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죗값인가, 아니면 부모의 죄인가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이런 책임을 묻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 사람에게서 하나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세상의 태양이 되셔서 어둠의 세계를 밝히시는 일이라 했습니다. 그리고는 땅에 침을 뱉어 흙을 이겨서 그 흙으로 눈에 바르신 후 실로암에 가서 씻으라 했습니다.

    1979년 여름 저는 혼자가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팔레스타인의 한 소년의 안내로 실로암을 찾았던 추억이 있습니다. 물어도 대답조차 하지 않던 녀석에게 가지고 있던 사과 한 알을 내미니까 곧 바로 데려다 준 것이지요. 지하 1층 정도의 아래로 계단을 걸을 내려가면 빨래터 비슷한 곳이 나오고 거기에서 실로암 물로 얼굴도 씻고 마음의 때도 씻겠다고 한참 마셨는데, 조금 후에 관광객들이 그 수로를 걸어서 내오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발 씻은 물을 마신 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행복했습니다. 실로암이란 파견된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눈을 뜨게 된 이 사람을 보고 주위 사람들은 또 논쟁이 일어났습니다. 거지 노릇하던 사람, 앉아서 구걸하던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기다 아니다 하고 말싸움이 붙자 그는 말했습니다. 내가 그 사람이오 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예수라는 분이 진흙을 이겨 내 눈에 바르고 실로암에 가서 씻으라 해서 씻었더니 보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믿음의 다른 이름이 순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경건한 체 하더라고 순종하지 않는 믿음은 아무런 기적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인다는 말은, 그 말씀을 따라 아브라함처럼, 모세처럼 그리고 다윗처럼 행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제가 그렇게 실천하겠습니다. 아멘.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