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신앙적 유언의 가치와 중요성. / 창 49:1-2,8-12.

박성완 2024. 1. 12. 00:00

묵상자료 8275(2024. 1. 12. 금요일).

시편 시 39: 1-3.

찬송 23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오 세영 시인은 연작 시 <그릇>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의 시는 조금은 형이상적이고 철학적이지만, 독자들은 그의 시를 많이 어렵다 말하지 않았습니다. 은유나 의인 같은 수사법을 알지 못해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오세영의 시 안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지요. 해가 진 캄캄한 거리를 홀로 걸어갈 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쓸쓸하고 적막한 기분을, 시인은 글 안에서 다양한 소재를 통해 담아냈습니다. 그러한 그의 글 가운데 우리 가곡으로 완성된 작품은, 주로 남성적인 기개가 느껴지는 글들이었습니다.

    “전나무 자작나무 화산암 절벽 올라/ 솜다리 노루귀꽃 하늘 드는 능선위에/ 한자락 안개 걷히니 장엄하다 백두산/ 입술을 움직여도 말문이 아니 트고/ 두 발을 떼려 해도 온 몸이 굳어 있다/ 신 앞에 섰다고 한들 이보다도 더 할까/ 굽어보면 하늘이 발밑에 펼쳐지고/ 우러르면 태양이 손끝에 잡힌다/ 우주가 품 안에 들손 거룩한 내 국토여/ 천지 푸른 물에 육신의 때 씻어내고/ 백두 안개비에 이 마음을 닦아내어/ 오로지 비는 말씀은 남북한이 하나 되오

    곡에 담긴 언어와 음악 모두가 장중함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하기 힘든 자연의 경이로움을, 시인은 절제된 언어를 통해 고스란히 옮겨 놓았지요. 가슴 안에서 커다란 북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백두산의 위풍당당함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새해를 맞는 벅찬 기분은 열흘이 지난 이 즈음이면, 이제 서서히 사그라져 들지요. 이 곡을 듣는 것만으로 첫 일출을 보던 때의 그 벅찬 마음이 다시 떠오른 것만 같습니다. 오 세영 시 김 진욱 곡 <백두산에 올라> 소개해 드렸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9112일 방송>

 

2. “야곱의 유언(1-2, 8-12)”을 읽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야곱이 자신의 열 두 아들을 다 불러 모은 가운데, 장자 르우벤으로부터 막내 베냐민에 이르기까지 유언을 하는 내용입니다. 본문은 유언의 서문과 넷째 아들 유다에 관한 유언만을 발췌해서 읽었습니다. 유언이란 부모 등이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라 해서 소중하게 지키려는 전통이 있습니다. 야곱의 유언의 서문은 매우 평범합니다. 모든 아들 열두 명을 다 불러 모은 것과, 그리고 장차 그들에게 일어날 일을 잘 듣고 지킬 것을 부탁하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 전래 동화에는 <엄마 청개구리의 소원>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평생 엄마의 말을 거꾸로 듣는 말썽꾸러기 청개구리에게 엄마가 마지막 소원이라며 유언을 남겼습니다. 자신이 죽으면 마음으론 산에 묻어주길 바라면서, 거꾸로 냇가에 묻어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말썽꾸러기 청개구리는 엄마가 남긴 마지막 말씀만은 제대로 들어드리려고 냇가에 묻어드린 것입니다. 그래서 비가 오면 행여 엄마의 무덤이 떠내려갈까 걱정이 돼 구슬프게 울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이렇듯 유언은 다른 말씀과는 차별해서 지키려고 한다는 전통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넷째 아들 유다에 관한 아버지 야곱의 유언의 내용은 세 가지 예언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예언은 형제들의 찬양을 받게 될 것으로, 야곱의 모든 자손들이 그 앞에 엎드릴 것이라 예언합니다. 그것은 왕의 지팡이가 유다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 부연합니다. 둘째 예언은 유다의 상징은 사자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이스라엘 나라에서 유다의 위치는 짐승의 왕 사자처럼 그 용맹을 떨칠 것이라는 예언입니다. 셋째 예언은 훗날 오실 메시아가 유다의 혈통에서 나올 것이라는 예언입니다. “포도나무에 새끼 나귀를 예사로 매어두리라.”는 창 49:11절의 말씀이 그것인데, 구약성경의 헬라어 역본인 <70인 역>에서는 이 구절을 "그는 제 어린 나귀를 포도 줄기에, 새끼 나귀를 좋은 포도나무에 매고" 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이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하신말씀, “매인 나귀와 나귀 새끼가 함께 있는 것을 보리니 풀어 내게로 끌고 오라.”<개역개정판 마 21:2>, 성취된 말씀으로 보아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야곱의 넷째 아들 유다에 관한 예언은 부친의 유언대로 완벽하게 성취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하겠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다시 한 번 신앙의 조상들이 남긴 유언의 목적과 가치를 무겁게 인식해야 하겠습니다. 동시에 신앙적 유언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해야 하겠습니다.

 

3. 문산행 전철에서 공지영의 산문집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를 읽는데, 눈이 곱게 내려주어 독서 삼매경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희망하는 분들에게는 필독서.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