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말씀을 읽거나 듣거나 성찬에 참여할 때 기쁨이 있습니까? / 요 17:20-26.

박성완 2024. 2. 17. 00:00

묵상자료 8311(2024. 2. 17. 토요일).

시편 시 45:16-17.

찬송 209.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서울 근교에서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곳 중에 양수리가 있습니다.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라는 뜻에서 양수리라는 이름이 붙여졌지요. 춘천 가는 길과 양평이나 홍천 가는 길이 만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양수리>의 작곡가 오 숙자도 살고 있는데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원주택가운데 유난히 야트막한 대문이 있는 집이 작곡가 오 숙자의 집이랍니다. 거실 한 쪽에는 동화처럼 하얀 그랜드 피아노가 있고, 그 곁에는 악보와 가곡을 위한 시들이 수북이 쌓여 있지요.

    “세월의 언덕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몸짓을/ 억새는 아직도 멈추지 못하는가/ 겨울이 와도 못 다한/ 그리움의 속울음을 버리지 못하는가/ 있는 그곳 볼 수 없어/ 마음 멀리 보내주면 그리움이려니/ 아 아무것도 베풀 수 없어 가슴시릴 때/ 어루만질 손길 있다면 그리움이려니/ 아 그리워할수록 사랑은 어렵고/ 가슴은 아프네.”

    작곡가는 지금의 시대를 만남의 시대라 말하곤 했습니다. 미술과 음악 음악과 문학, 그리고 서로 다른 음악의 장르들이 하나로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바로 지금이라 말을 했지요. 서로 화합하고 융화하는 그러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 곡을 쓰는 것이라고 작곡가 오 숙자는 말했습니다. <원술랑> <동방의 가인 황진이> 같은 오페라 작품 역시 그러한 인생관과 음악관 안에서 만들어졌지요. 조금은 색다른 느낌의 가곡도 있습니다만, 작곡가 오 숙자의 작품들은 그의 인생관을 닮아 온화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곡들이 많이 있습니다. 서 병선 시 오 숙자 곡 <바람이 가는 곳에> 소개해 드렸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9217일 방송>

 

2. “제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시다3(20-26)”을 읽었습니다. 오늘 주님의 기도의 대상들은 폭이 넓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당신의 제자들을 위한 기도였다고 한다면, 오늘 기도의 대상은 제자들의 증언을 듣고 주님을 믿게 된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제자들 뿐 아니라 제자들의 제자들까지도 모두 다 하나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가 되는 방법으로 제안한 말씀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당신 안에 계시고, 당신이 하나님 안에 있는 것과 같은 그런 모습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이 안에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합니다. 대부분 여격을 지배하는 전치사로 사용되고 있는데, 몇 가지 용례를 보면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심을 믿으라”(14:11),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15:5) 등과 같이 신뢰의 관계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이며, 바울 사도의 전형적인 관용구인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이란 말은, 그리스도와 온전히 하나된 그리스도인의 존재양식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주님께서 당신의 제자들과 그 제자들의 제자들까지 모든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리스도와 온전한 하나로 연결되고 묶여 있음을 의미한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하나 됨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느냐는 물음 앞에 서게 됩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객관적인 설명을 요구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신비현상을 체험했다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신비 체험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60여 년 전 저의 고향교회 오권사님은 매일 천국을 다녀오는 신비한 꿈을 꾸셨습니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헤어지는 신작로에 연결된 큰 교량 앞에서 한 시간이 넘게 천국 얘기를 하셨습니다. 온갖 화려한 비단 옷과 보물들이 가득한 천국이라면서 말입니다. 저의 세 번째 교회인 부산에서는 고기잡이배에 얽힌 꿈들을 가지고 해몽을 구하는 집사님이 계셨습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말씀은 사람마다 이해의 정도가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하나님의 말씀을 읽거나, 설교를 듣거나, 성찬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감격과 기쁨이 임한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현존인 말씀이 임하실 때, 성령 하나님께서 사람들의 마음과 영과 혼을 감화 감동시키는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일이란 우리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