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죄를 다 끌어안으신 죄인의 괴수. / 마 27:27-31.
묵상자료 8481호(2024. 8. 5. 월요일).
시편 77:4-6.
찬송 496장.
1.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채근담/菜根譚은 중국 명나라 말기에 문인 홍자성(홍응명/洪應明, 환초도인/還初道人이 저작한 책으로, 인생의 처세를 다룬다. 채근이란 나무 잎사귀나 뿌리처럼 변변치 않은 음식을 말한다. 채근담에 전하는 한마디가 가슴에 꽂힌다. “먼저 핀 꽃은 먼저 진다.” 우리 인생이란 너무 서둘 일도 아니라는 뜻이다. 여러 해 낙방을 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대기만성/大器 晩成이라는 말이었다. 많은 위로가 되었다. 애당초 대기는 꿈에도 없던 꿈이었으니 그저 고맙고 감사한 일생이 아닐 수 없다.
2. “가시관을 쓰신 예수(27-31절)”을 읽었습니다. 저희 집 식구들은 아버지를 닮아서 머리숱이 매우 작습니다. 그래서 4남 5녀 중 사나이들은 한결같이 대머리입니다. 그래도 제가 가장 양호한 편이지만, 예순을 넘기면서 정수리를 제외하고는 조금 남아 있긴 하지만 쭈삣 쭈삣하게 서 있어서 모자를 쓰라는 아내의 명령(?)을 받들어 일찍부터 모자를 쓰고 다닙니다. 다행히 모자 때문에 한 인물 한다고 아내는 칭찬 일색입니다. 오랜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남자는 물론 여자들도 모자를 쓰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남자들은 흑립을 비롯해서 탕건 사모 익선관, 정자관 등 20여 종류가 있었고, 여자들도 화관, 족두리, 조바위, 전모, 너울 등 20여 종류의 머리에 쓰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런 모자는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기도 했으니, 어쩌면 중동 사회에서 여인들이 쓰는 부르카, 니캅, 히잡, 차도르 등과 같은 모자를 착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매달리실 때 쓰신 가시 면류관에 대해서 묵상하려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조선조의 남자들이 쓰는 모자 중에는 가장 권위 있는 것이 면류관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면류관은 이스라엘과 지중해 연안의 유럽에서도 최고위 자리에 있는 사람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우리 주님께서 빌라도 총독 관저에서 홍포로 갈아입게 한 후 머리에 가시로 만든 면류관을 씌웠다고 합니다. 그 목적은 정통성이 없는 가짜 왕의 호칭을 사용한 사람이라는, 또 다른 의미에서는 누구든지 로마 통치자에게 반항하거나 그런 의도로 작당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가혹한 벌이 내려지는 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말입니다.
오늘 우리는 죄인의 괴수로써 만 천하에 공개적으로 처형하려는 빌라도와 그를 이용하려는 유대 지도자들의 입장에 대해서 묵상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종종 설교나 기도를 통해서 우리 주님께서 십자가형에 처해 진 것에 대해서, 애매모호한 표현을 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쉬운 말로 하면, 아무 죄가 없으신 분이 억울하게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런 주장은 성경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성경의 중심 주제를 곡해하는 이단적 주장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십자가를 통한 대속의 진리를 배우기 위해서 구약의 제사법을 오랫동안 공부했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유대인의 제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습니까? 그것은 인간이 지은 죄를 대신해서 짐승의 피를 제단에 바치거나, 소중한 곡식을 태워서 제사를 지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지은 죄는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하는데, 가령 새끼 양 한 마리를 제물로 대신 바칠 경우에, 죄를 지은 사람은 제물이 될 양의 머리에 안수함으로 자신의 죄를 전가/轉嫁시키는 의식을 가집니다. 그러니까 아무 죄가 없는 천진난만한 양이 죄인의 죄를 덮어씌워진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더 이상 그 천진난만한 양은 더 이상 천진난만한 양이 아니라, 무서운 죄를 지은 죄인으로 바뀐다는 말입니다. 이 사실을 유대인들은 수 천년동안 수많은 제사를 통해서 알게 될 뿐 아니라, 죄로부터 용서받고 살아남는다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십자가에서 제물이 되는 예수님은 더 이상 천진난만한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십니다. 온 세상의 모든 죄를 그 한 몸에 다 끌어안으신 죄인 중의 괴수가 되신 것입니다. 이것이 구약의 제사제도의 대미/大尾를 장식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내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십자가에서 제물이 되신 것입니다. 온 세상의 모든 죄를 다 짊어지시고 말입니다. 성경은 이런 위대한 역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제한하였는데, 그것이 이 대속의 진리를 믿음으로 고백하는 사람들에게만 허락되는 은총이라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