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하나님의 숨결을 내 안에서 찾을 수 있을까? / 행 10:34-48.

박성완 2024. 9. 6. 00:00

묵상자료 8513(2025. 9. 6. 금요일).

시편 79:12-13.

찬송 171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연암 박지원의 <독서보>에 나오는 글로 잠시광경/暫時光景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만사가 다 잠시광경에 지나지 않는다. 변치 않을 것 같았던 사랑도, 용서할 수 없는 미움도, 눈앞을 스쳐 가면 잠시광경일 뿐이다. <중략> 무료한 장마철이었던 모양이다. 박제가에게서 어렵게 빌려온 나빙의 대나무 그림을 펼쳐놓고 닫힌 방 안에서 불어난 강물 소리를 듣던 답답한 마음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이걸 보다가 작문/작문의 요령을 익혔다니, 이 선문답도 풀어야 할 숙제다. 잠시 머물다 간 광경이 기억이 된다. 잠시의 광경도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득실이 갈린다. 미움과 증오를 털어내고 미쁜 기억만 담기에도 삶은 늘 벅차다. 인생이 잠시광경의 사이를 스치며 지나간다는 생각을 했다.

       정 민, 옛 사람이 건넨 네글자, pp.143-145.

 

2. “고넬료 집에서 전도한 베드로(34-43)”성령을 받은 이방인들(44-48)”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둘째 단락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끔은 궁금증을 넘어서 이럴 수가 있는가 싶은 걱정스러운 수준에 이를 때가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성령을 물건 취급하듯 하는 경향입니다. 성경을 여러 차례 통독하거나, 성경을 읽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성령은 하나님의 령을 가리키며 이른바 삼위일체 교리에 다다르면, 성령이란 인격적인 존재인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는 이런 성경의 성령께서 인격체는 고사하고 무슨 신통한 약처럼 여기거나, 자신을 지키는 호위무사처럼 생각하는 경우들이 보인다는 말입니다. 어느 목사는 자신처럼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은 무슨 일이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가 있고, 심지어 죄를 지을 수 조차도 없다는 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저는 최근에 함께 지내는 반려견은 물론이거니와 옆집에서 키우는 앵무새에게서도 자기 나름의 성격과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곤 합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생각과 의지와 다를 때는 언제든지 화를 낼 수 있고, 토라져서 그렇게나 좋아하는 간식도 거절한다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성령님을 인간 마음대로 종에게 하듯 명령도 하고 부릴 수 있다는 것은 성령에 대한 아주 잘못된 이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본문에는 베드로를 청해서 설교를 듣던 로마 군대의 백부장 고넬료의 집에 모인 사람들에게 성령께서 임재하신 것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그곳에 모인 이방인들이 방언을 말하기도 하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을 들었던 점을 그 증거로 삼은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주저하지 않고, 이들이 성령을 받았으니, 이들의 세례 받는 것을 막을 수 없겠다고 말합니다.

    구약에서 성령에 관해 가장 인상적인 말씀은 창 2:7인데, 흙으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니까 생령이 되었다고 하는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호흡(루아흐)를 불어넣어 주심으로 살아있는 존재(네피쉬 하야)가 된 것입니다. 이를 두고 우리들 인간에게는 하나님의 숨결이 존재하고 있고, 그로 인해서 하나님과의 교제가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구약성경에서는 영이라는 말로 카보드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28:3을 시작으로 시 104:30과 겔 36:26 등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진흙덩이에 불과한 인간에게 하나님의 숨결인 루아흐를 불어넣어 주심으로 삶아 있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들이 주목할 말씀은 살아 숨 쉬는 존재라는 말은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일반 짐승이나 새들과 물고기처럼 단순히 자신들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 움직이라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피조물로써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위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말입니다. 이런 놀라운 하나님의 숨결이 이방인들에게도 허락되었다는 것이 오늘의 말씀이 지향하는 중심점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를 목격한 베드로는 하나님의 숨결을 가지고 살아가려는 이방인들을 바라보자마자 그들에게 세례를 주어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도록 인도하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하겠습니다. 내게는 하나님의 숨결이 맥박치고 있는가? 하나님의 숨결이 자신의 존재의미를 증거하고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을 바울은 기쁨과 감사 그리고 기도생활에서 볼 수 있다고 간증하였습니다(살전 5:16-18).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