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2024. 10. 6. 성령강림절 후 스무째 주일] 결혼의 의미와 목적. / 막 10:2-12.

박성완 2024. 10. 6. 00:00

묵상자료 8543.

시편 86:7-10.

찬송 44, 288, 30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독일의 제8대 연방총리이며 물리학자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051122일부터 2021127일까지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16년간 재임했다. 그녀는 루터교 목사의 딸로 서독에 살고 있었는데, 동독의 교회가 목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 메르켈 목사는 동독으로 건너가 목회를 했던 인물이다. 그가 남긴 명언 중에는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가도 된다. 그러나 멀리가고 싶다면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아마도 통일 독일을 두고 한 말인 듯싶다.

 

2. 성령강림절 스무째 주일의 복음서 막 10:2-12을 본문으로 결혼의 의미와 목적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러시아 속담에 전쟁터에 나갈 때는 한번 기도하라. 바다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라. 결혼하려고 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전쟁보다도 바다보다도 더 어렵고 위험한 것이 결혼생활이라는 말입니다.

 

율법도 제도도 시대의 풍랑을 마주해야 했습니다(2-4).

이 세상 안에서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해아래 새것은 없습니다(1:9). 변화의 격랑 속에서 버텨낼 그 무엇도 없다는 말입니다. 그 대표적인 주제가 결혼과 이혼에 관한 말씀입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양성평등 기본법이 제정됨으로(2008.1), 기존의 호주제는 폐지되고 가족관계 등록 법으로 대체되었으며, 상속제도도 남녀 차별 없이 동등하게 바뀌었고, 차별금지법이 2006년 국회에 발의된 이래 17년째 표류하고 있습니다. 동양의 윤리규범을 불변의 법칙처럼 여겨온 이들에게, 특히 성경말씀을 믿는 크리스천들에게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구성된 바리새파 사람들이 이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세의 해석을 주님께 들이민 것입니다. 남녀가 하나 되는 결혼제도(2:24)와 구체적 시행세칙(5:22-33)이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율법과 제도마저 시대의 풍랑을 이겨내지 못한 것입니다.

 

바리새파 사람들이 결혼제도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 것을 주목합시다(5-9).

율법수호의 보루라고 자처하는 바리세파 사람들이 결혼제도의 파기를 의미하는 이혼 주장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에 대해서 질문해야 합니다. 오직 율법수호만을 삶의 의미처럼 생각하는 바리세파 사람들 중에 열성파(orthodox Pharisee)들은 세속적인 일도 하지 않고 자신의 부인에게 생활을 맡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세의 이혼증서 얘기를 꺼냈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문제제기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것도 일부다처제인 아랍문명권에서 하나님이 제정하신 일부일처는 상당한 불만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일부일처제의 결혼제도를 고집하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통과해야 할 마지막 시험이라고 말입니다. 바로 사랑의 실천이 그것입니다. 끝없이 참고 기다리고 견디는 것이 사랑하는 시험이라고 말입니다. 젊음과 아닌 늙음, 건강이 아닌 병듦, 아름다움이 아닌 추함, 사랑스러움이 아닌 미움, 기다림의 가치가 아닌 바보 같음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사랑할 수 없음에 눈을 뜨게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결혼제도의 가장 큰 가치는 함께 살아가는 천국공동체라는 것입니다(10-12).

제가 질문을 하겠습니다. 직장을 오랫동안 구하다가 드디어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그 기쁨이 얼마나 오래갈까요?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났습니다. 그 감격이 얼마나 오래갈까요? 저는 종종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세기의 커플들을 보면서 얼마나 갈까 셈하고 싶곤 합니다. 떠들썩했던 결혼식은 싸늘한 이혼이야기로 바뀌곤 합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강조하고 강조했습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견디고 기다리고 받아주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그 말씀을 풀이하면, 밥 먹는 것조차 미워죽겠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사랑하라고 말입니다. 문제투성이와 함께 살고 있다 생각하더라도 그래도 용서하고 받아주라고 말입니다. 그것이 천국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3일이 저의 54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조차 입을 벌리고 다물 줄을 모릅니다. 어떻게 그렇게나 오래 살았느냐고 말입니다. 그래서 웃었습니다. 그것이 천국시험을 치르는 중이라고 말입니다.

 

3. 오늘은 청각장애우 교회인 주성농인교회(우슬초목사)에서 설교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