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8. 성령강림절] 성령께서 제자들에게 임재하실 때. / 행 2:14-21.
묵상자료 8788호.
시편 119:109-111.
찬송 175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50년도 훨씬 전에 첫 번째 신학생 실습을 했던 옛 교회에서 제게 신앙지도를 받았다는 육순을 넘긴 초로의 할매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곤 어떻게 사는 것이 헛되지 않은 삶이냐 물었을 때, 엘리자베스 E. 디킨슨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제가 만일 한 가슴의 깨어짐을 막을 수 있다면, 저의 삶은 헛되지 않아요. 제가 만일 한 생명의 아픔을 덜어주고, 고통 하나를 식혀줄 수 있다면, 그리고 또한 힘이 대해가는 참새 새끼 한 마리를 그 둥지에 다시 올려 줄 수만 있어도, 저의 삶은 진정 헛되지 않아요.” 헛되지 않은 삶은 아주 작은 관심과 배려만으로도 만들 수 있지 않겠냐고 말입니다.
2. 성령강림절의 행전 2:14-21을 본문으로 “성령이 제자들에게 임재하실 때”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성령께서 강림하심으로 베드로를 위대한 하나님의 일꾼으로 만드신 것입니다. 우리는 성령께서 어떻게 역사 속에서 일하시는 지를 똑똑히 목도하게 된 것입니다. 성령님은 두려움에 떨며, 무력감에 숨어있던 제자들을 역사 속에 등장시킨 것입니다.
초대 교회에 오신 성령님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담대하게 세워주셨습니다(14-15절).
우리는 초대 기독교회의 현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스승을 십자가에 죽임 당하는 절망을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사흘만에 부활하신 주님은 40일 동안 지상에 머무셨지만, 매우 적은 사람들에게만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로 승천하신 것입니다. 목자잃은 양떼들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은 제자들에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라고 명령하셨습니다(행 1:4). 그들은 마가의 다락방에 모였고, 숨을 죽이고 조용히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찾았던 마가의 다락방은 120명의 성도들이 지내기에는 매우 작은 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주님이 하셨던 말씀만을 의지하며 기도하며 기다렸다 했습니다. 그런데 성령께서 오셨고 거기에 있는 모든 성도들에게 내렸는데, 뜨거운 불꽃과 강한 바람 속에 그들은 성령에 취한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초대 교회에 오신 성령님은 구약 요엘 선지자의 예언의 성취였습니다(16절).
신앙생활을 오래 해 온 사람들은 구약과 신약의 관계에 대해서 수도 없이 많은 얘기를 들었을 것입니다. 구약은 예언이고 신약은 성취라는 말이 그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하나님의 계획과 완성이라는 준비된 내용이라고 말입니다. 1960년대 초반에 통일교회가 기승을 부릴 때, 그들의 전도자들이 방방곡곡을 누비며 기존의 교회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들에게 붙잡혀서 난생 처음 시험에 들뻔 하였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구약/舊約은 율법을 지킴으로 구원을 받는다 가르치고 있고, 신약/新約은 예수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 가르친다. 그러나 새 시대인 지금은(고전 13:12) 얼굴과 얼굴을 대하는 성약/成約의 시대라.”고 말입니다. 얼마나 교묘하게 성도들을 유혹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성경은 예언의 말씀인 구약과, 성취의 말씀인 신약으로 구성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신앙이 흔들려서는 안 되겠습니다.
베드로는 요엘 선지자의 예언이 무엇을 말씀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17-21절).
요엘 선지자는 남왕국 유다의 제9대 왕 요아스가 통치하던 기간인 B.C.835-796년까지 사역한 선지자입니다. 요엘 선지자는 신약에 등장하는 세례요한과 비교되는 인물로, 시대의 불의와 야합하지 않는 강직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성품의 소유자였습니다. 유대 광야에서 40년동안 하나님의 동행하심을 체험한 유대인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하나님의 약속과 은총을 너무 멀리 있다 생각하고, 가까운 곳에서 유혹하는 우상에 흔들려서 우상숭배를 일삼고 있었습니다. 요엘은 그 시대를 향해서 회개를 외쳤습니다. 그리고 저 유명한 야훼의 날을 예언하였던 것입니다. “성령이 임하실 때, 너희 아들과 딸들은 예언을 하고, 젊은이는 환상을 보고, 늙은이는 꿈을 꾸고 남종과 여종들에게도 예언을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예언과 환상이란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었습니다. 베드로는 절망과 두려움 한 복판에서 미래를 보았던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