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549(2013. 10. 30. 수요일).

시편 시 128:4-6.

찬송 2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가 말했다. “취하고 꿈꾸며, 놀라고 겁내며, 즐겨하고 성내며, 사랑하고 미워하며, 옳다하고 그르다 한다.” 우리 인생을 단 한 줄로 압축해 놓은 말인 것 같습니다. 취하고 꿈꾸며, 놀라고 겁내며, 즐겨하고 성내며, 사랑하고 미워하며, 옳다하고 그르다 한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조선 후기의 사람 김대현, 월찬 거사라도 불리는 그는, 독학으로 유가(儒家)와 도가(道家) 불가(佛家)의 사상을 두루 섭렵하고 많은 책들을 지었는데,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을 때, 단 두 권만을 남기고 모두 불에 태웠습니다. 그 중 한 권인 <술몽세원>에 나오는 말이었는데요. 김대현은 마음을 물이나 거울에 비유했습니다. 물이 흐르는 길이 천 가만 가지로 다른 것이 물 때문이 아니라, 물이 흐르는 길 때문이고, 거울에 비치는 형상이 천 가만 가지로 차이가 나는 게 거울 때문이 아니라, 형상 때문이 듯, 우리의 마음이나 성품은 본디 무심하고 평평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취하고 꿈꾸며, 놀라고 겁내며, 즐겨하고 성내며, 사랑하고 미워하며, 옳다하고 그르다 하는 이유는, 마음이 감정과 생각에 끌려 다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감정과 생각이란 세상에 관심을 갖고 관계를 맺어 생겨난 환각이나 마찬가지라서, 아무리 지혜롭게 판단하더라도, 꿈속을 헤매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흔히 마음을 비우라는 말을 합니다. 결코 쉽다고 할 수 없는 마음을 비우는 일의 첫 걸음은, 우리가 마음이라고 착각하는 감정과 생각이 환각임을 아는 데서 시작할 수 있겠지요. 구체적으로는 이러한 것들 말입니다. 취하고 꿈꾸며 놀라고 겁내며 즐겨하고 성내며 사랑하고 미워하며 옳다하고 그르다 한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1029일 방송>

 

2. 하늘 보좌의 한 풍경은 하나님의 오른 손에 일곱 인으로 봉한 책(생명책)이 들려 있는 장면이 크로우즈업 됩니다. 그런데 한 목청 좋은 천사가 그 생명책을 포장한 일곱 봉인을 뜯고 그 내용을 읽으실 분이 누구냐고 외칩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 소리에 놀라 다시금 하늘 보좌를 주목하게 되었고, 이 환상의 목격자 요한도 정신을 차려서 주위를 살폈을 것입니다. 그리곤 그 생명책을 펴거나 보기에 합당한 분이 보이질 않아서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천사의 외침을 들은 후 그곳 분위기가 갑자기 눈물 모드로 바뀌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아무튼 모든 눈물에는 나름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요한은 왜 큰 소리로 울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주석가들은 몇 가지 가능성을 얘기합니다. 더 이상 약속받은 환상을 볼 수 없게 될 것이어서(4:1), 생명책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선인과 악인이 구별되지 않을 것이기에, 그리고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가 하늘에서도 감춰질 수 밖이므로 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불안과 절망의 눈물은 잠시 뿐이었습니다. 24장로 중 한 장로가 요한에게 귀띔해 줍니다. 다윗의 뿌리에서 나신 분이 이기셨다고, 그리고 그 분이 이 책과 일곱 봉인을 떼시리라고 말입니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주님이 하나님의 오른 손에서 책을 취하셨고, 하늘 보좌를 지키는 네 생물과 24장로들이 그 앞에 엎드려 그 정당성을 노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우리는 늘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정당성이 허물어지는 절망감을 숨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이런 위기의식을 앞장서서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공들여서 정당성을 내세울 도구들을 만듭니다. 그 중에 하나가 법조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관례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빠진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서 있다는 맑은 양심입니다. 슬프게도 민주주의라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어리석은 백성들은 아무 저항 없이 그 장충체육관의 관례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나 밖에 없다는 자만심이 저지른 비극입니다. 그런데 정당성을 가진 주님이 역사를 심판하실 것입니다. 맑은 양심을 흔들어 버린 책임을 반드시 물으실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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