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175호(2021. 1. 7. 목요일).
시편 시 119:141-144.
찬송 499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세계적인 여성잡지 편집장, 저명한 저널리스트, 자상한 아버지, 멋진 생활을 사랑하는 남자, 미식가, 유머러스한 사람, 그리고 앞서가는 정신의 소유자로 그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던 남자가 43살 때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식물인간이 됩니다. 20여 일 동안 혼수상태로 있다가 깨어나 보니, 그에게 허락된 것은 왼쪽 눈꺼풀 단 하나였습니다. 그나마 의식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얘기는, 그가 아닌 사람이 듣기 좋으라고 해 주는 얘기일 뿐, 그에게는 차라리 의식까지 없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자상한 아버지도, 미식가도, 유머러스한 사람도 그에겐 이제 불가능한 꿈이었습니다. 사람들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때 그에게 왼 쪽 눈꺼풀을 움직일 수 있으니까, 책을 써 보자고 한 사람이 있습니다. 알파벳을 차례대로 보여주다가 필요한 글자가 나타나면 왼쪽 눈꺼풀을 깜빡 거려서 알려주었죠. 몇 번쯤이나 깜빡거렸을까? 그는 마침내 [잠수복과 나비]이란 책을 펴냈습니다. 그리고 ‘내 사랑하는 두 아이에게 이 책을 남기고 싶다.’는 말을 남긴 후, 잠수복을 벗고 나비가 되어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4년 1월 10일 방송>
2. “가나의 혼인잔치(1-11절)”을 읽었습니다. 지금도 나사렛 윗마을 가나에는 포도주를 파는 작은 가게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포도주 한 병을 사들고 나사렛 수태고지 성당(성모 영보 성당)에 들려서 지나가는 신부님을 붙들고 성례전을 부탁하는 순례자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1983년 어느 여름 제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오후 땅 거미가 드리우는 시간이었는데, 성례전의 포도주를 너무 많이 마신 한 키 작은 신부님이 몸을 제대로 가누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순례자들을 위해서 희생을 당하신 것입니다. 아름답게 추억되는 한 장면입니다. 요한복음서 기자는 이곳 가나의 한 혼인잔치에 참석하셨던 주님께서 모친의 청을 들어드리려고, 결례를 위해 준비한 여섯 개의 돌 항아리에 물을 붓게 하시고 그 물을 다시 퍼서 연회장에게 가져가게 하신 일화를 흥미진진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초대한 손님 숫자를 알고 있는 혼주가 어떻게 잔치 음식을 챙기지 못했을까?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살다보면 이런 예외성은 곧잘 생기곤 하지 않습니까? 더 이상 탓하지 않기로 해야 하겠습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참 난처한 상황이 시작된 것입니다. 동정심 많은 모친 마리아는 혼주의 딱한 처지를 어떻게든 도우려 합니다. 그래서 면박을 받을 각오로 주님께 청을 드립니다. 예상은 빗나가질 않아, 면박을 당한 마리아는 하객을 접대하는 이들에게 주님 말씀에 따를 것을 부탁하고 자리를 피합니다.
물로 포도주를 만든 전대미문의 기적을 행하신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마 4장에 나오는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실 때 돌로 떡을 만들어 보라는 청(請)도 들어주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2천년이 지난 오늘의 우리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주님을 찾고 도움을 청하라는 근거자료로 인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각도에서 이 말씀을 묵상하였습니다. 가나의 혼인잔치는 신랑과 신부에게는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가장 기쁘고 복된 날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날까지 어려운 일은 있게 마련이라는 것과, 이런 어려움을 보고도 못 본체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예수님께 청을 드린 모친 마리아의 배려심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절실하다는 점을 눈뜨고 싶은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마리아는 주님의 놀라운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사실 우리들은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딱한 이웃들을 못 본체 하지 않으려는 따뜻한 손길과 뜨거운 눈물이 우리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만 꼭 붙들고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위기에도 희망 믿음 사랑이 넘쳐 흐르게 될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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