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063(2023. 6. 14. 수요일).

시편 시 145:11-13.

찬송 89.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떤 이름은 본래부터 그 이름 하나만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다른 이름과 짝을 이루는 것이 더 익숙할 때가 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던가 슈만과 클라라 같은 이름들이 그렇지요. 아마 이들의 이름도 마찬가지가 않을까요?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이 세 사람 중 한 분을 떠올리는 것처럼 나머지 두 사람의 이름이 마치 구구단처럼 차례로 떠오르니까 말입니다. 청록파라는 이름으로 묶인 이들은 자연을 소재로 한 시를 통해서 한 가혹한 시대를 견뎌냈지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소재 안에서도 각자가 추구하는 시적 지향점은 달랐습니다.

    “솔바람 소리는 바닷소리, 먼 잔잔한 푸른 바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초록 빛 바닷소리. 지절대던 한 마리 산새도 날아가고 하늘까지 닿을 듯한 빽빽한 솔 숲사이. 이끼 푸른 바위위에 앉아 있으면, 멀리 귀 기울여 앉아 있으면 먼 어디메쯤 햇살의 나라. 바다로만 둘려 있는 섬 기슭에, 소녀들이 들고 부르는 은피리 소리. 산에 동무 들으라고 산으로 향해 부는. 바다에서 오는 소리 은피리 소리. 바다에서 오는 소리 금피리 소리.”

    바닷가 섬 기슭에서 피리를 부는 소녀들 노랫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바위에서 노래로 뱃사람을 유혹했다는 로렐라이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자연 속에서 탈출구를 찾으려고 했던 청록파였지만, 박두진 조지훈 박목월은 서로 닮고자 하는 것이 달랐지요. 조지훈이 승무에서 보듯이 우리의 전통을 시 속에 담아냈다면, 박목월의 시는 청밀 밭처럼 서정적이고 향토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박두진은 다분히 종교적인 이미지를 시 속에 표현했지요. 박두진의 시는 좀 더 추상적이고 관념적이었습니다. 시인 스스로 시의 종교적인 사유를 기저에 깔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이상주의자라 박두진 시인이 일컬었다고 하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갔습니다. 박두진 시, 정연택 곡 <솔바람>이었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614일 방송>

 

2. “잘못한 자를 용서하라(5-11)”그리스도의 향기(12-17)”을 읽었습니다. 흔히 고린도 후서를 사도 바울의 자서전적 편지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학자는 바울의 자신을 위해 제시한 변증론이라고도 말합니다. 이렇듯 바울이 목회적이고 실천적인 권고나, 기독교 교리를 말하는 다른 서신들과는 달리, 바울 사도의 극히 개인적인 처지를 변호하거나 설명하는 서신이라는 말입니다. 적어도 고린도 후서에는 바울이 자신을 위해서 변증한 6편의 편지를 수집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오늘 본문은 새로운 적대자들을 향한 바울의 첫 번째 변호편지로 분류됩니다. 오늘은 둘째 단락을 묵상하려고 합니다. 사도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이곳저곳으로 선교지를 돌아다닌 것을 나누고 싶어 합니다. 그러니까 소아시아의 드로아로 간 이야기와 그곳에서 동역자 디도를 만나기로 했는데 만나지 못해서 불안한 마음으로 유럽의 관문 마케도니아로 왔다는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저 역시 이곳저곳으로 선교지를 다닌 경험에서 선교지의 일화들을 나누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다행히 묵상자료를 통해서 간간히 전한 것은 비록 동행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선교지의 경험을 나눔으로 같은 기도의 제목, 같은 전도자의 마음을 갖고 싶어졌던 것입니다. 사도는 도보로 다닌 선교 여행이었음을 감안할 때, 얼마나 피곤하고 또 불안했을까 저는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도는 선교사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어디를 가든지,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기를 바랄 뿐 아니라, 모든 선교사들이 그런 사람들이 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향기라는 단어가 다섯 번 나오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향기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악취가 될 수도 있다고 말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바울 사도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일을 여섯 번이나 하자고 권고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의 향기란 무엇을 말씀하는 것일까요? 두 종류의 향기를 말씀하고 있는데 첫 번째 향기는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의 향기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꽃에서 나는 향긋한 내음이나 어머니의 가슴에서 풍기는 달콤한 젖내음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신지를 바르게 알고 이해하는 지식의 향기였습니다. 이 지식의 향기는 사람들을 구원에 이르게 하는 중요한 도구라 하였습니다. 두 번째 향기는 감미로운 생명의 향기라고 했습니다. 맥이 풀리고 주저앉는 사람을 번쩍 정신 차리게 하고, 절망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다시 살려내는 향기라고 말입니다. 사도는 지금 바로 우리에게 이 같은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라 말씀하고 있습니다.

 

3. <다움 플랫폼>의 새 메일방식을 잘 알지 못해서 몇 분에게 묵상자료가 늦게 배달되었음을 양해 바랍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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