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 서울 교육청은 중 고등학생 두발 자유화를 발표하였는데, 

사회적으로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오늘 한 방송사에서 논객들이 나와 토론을 벌이고 있는데, 

전화로 의견을 표시한 수로는 반대가 몇 배나 많았습니다. 

논객 5명 중 남자 2분이 반대, 여자 2분과 남자 한 분이 찬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저의 경험으로는 5.16 군사혁명 정부가 단발령을 내려서 일시에 머리를 깎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니까 1961년 제가 고등학교에 진학했던 해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학교 교장 선생님은 당시 문교부의 지시에 반대하고 

학생들에게 머리를 깎지 않아도 된다 하신 것입니다.

그 일로 학교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참되고 바른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할 문교부가 

두발이나 치마 길이와 같은 2차적인 문제에 신경을 집중하는 것에 항의한 것입니다. 

저의 학교는 "기독교 정신으로 민주 시민을 육성하다." 는 교육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서 아침 조회에 나오신 교장 선생님께서 당신의 머리를 빡빡 깎으신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의 지시도 없었는데 그 이튿날 전 교생은 다 자신의 머리를 깎았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참 교육을 위해서 우선적인 순서를 따르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의도는 여지없이 무너지는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당시 제가 공부하던 시골 마을에는 농고, 여고, 상고, 다른 인문고, 그리고 우리 학교 등 

5개의 고등학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우리 학교만 문교부령의 거슬리고 머리도 기르고 치마 높이도 따르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학교 학생들이 교만해 진 것입니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어른 행세를 하면서 뽑내는 것은 보통이고, 

청소년 시기의 특징인 호기심과 순진함 그리고 향학열 등이 사라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겉 치장에 관심을 보이고 어른 흉내를 내는 것으로 관심이 바뀌고 있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머리를 깎으신 것입니다. 

지금 제겐 그 때 주일학교 교사들과 함께 찍었던 단체 사진에서 교장선생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자유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하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유란 통제와 억압된 환경에서 싹이 트고 자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럼으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해야 할 것이고,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기회가 따라야 할 것입니다.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자유로 가는 길에는 의무와 책임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무질서와 혼돈으로 엄청난 희생을 겪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자유를 가르치고 권장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의무와 책임을 힘써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자유의 기쁨 못지 않게, 의무와 책임의 보람도 이해시켜야 할 것입니다. 


어느 미국인 가정에서 나흘 간 크리스마스 기간을 초대받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자녀를 8명이나 키워낸 부모님의 교육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성탄절이면 보통의 미국인 가정은 부모님 댁에 모이는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영화 속 미국인 생활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놀랐습니다.

그런데 매우 놀라운 것은 대화나 토론이 민주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서로의 의견을 끝까지 들어주고, 자신의 의견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 말입니다.

모든 가족은 어느 한 사람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주저함이 없었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어느 누구도 상대의 말을 억제하지 않고, 잘 이해하려 했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결론에 이르자 모두가 동의하고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동의하지 않지만 합의에 이른 경우, 아픔은 여전히 가슴 한 복판을 짓누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믿어주고 기다려 주는 모습만은 부럽고 놀라웠습니다.


어릴 때부터 대화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려고 힘쓰는 모습에서는 존경심마저 일어났습니다. 


자유로운 삶, 우리 모두가 바라고 힘써 이룰 목표입니다. 

누구도 우리의 자유를 막아 설수 없게 하기 위해서 

자유의 터전을 단단히 구축해야 하겠습니다.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충실히 짊어짐으로. 


Posted by 박성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