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058호(2012. 6. 26. 화요일).
시편 14:1-3.
찬송 445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바야흐로 잡초의 계절입니다. 잡초를 맨손으로 뽑아 본 적이 있다면, 아마 아실 거예요. 뽑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지요. 뿌리는 흙을 움켜쥐고 흙은 뿌리를 움켜쥐고, 쉽게 놔주질 않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뿌리째 뽑아도 자라고 또 자라고, 그야말로 잡초 근성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잡초는 뽑아도 왜 다시 나고 마는지, 그 이유는요, 뽑히는 와중에서도 자기 씨앗을 땅에 떨어트려놓는데 있는데요. 그토록 질긴 모습은 실패와 절망의 늪에서도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꿈과 소망을 닮았습니다. 그런데 잡초라는 그 말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건 순전히 사람중심의 분류법일 뿐이지요. 모르면 잡초 알면 풀,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풀, 그리고 없어야 할 곳에 있으면 잡초입니다. 잡초인 줄 알고 뽑아 버렸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벌꽃 나물과 광대 나물이었더라 하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릅니다. 그러니 무엇이 잡초이고 무엇이 풀일까요? 얼마 전 고려대에서 정년퇴임한 강병화 교수는요, 지난 17년간 혼자 전국을 다니면서 야생 들풀 4,439종의 씨앗을 모았고요, 토종 들풀 종자은행을 세웠습니다. 말이 좋아 들풀이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잡초입니다. 하지만 강병화 교수는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는 없다.” 라고 단언합니다. 이렇게 말씀하신 인터뷰 기사를 봤어요.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이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또한 잡초입니다.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되는 것이지요. 산삼도 원래는 잡초였을 겁니다.” 그렇게 제 아무리 아름다운 들풀이라도 유용한 작물이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서 잡초가 될 수가 있습니다. 잡초로 분류되면 뿌리째 뽑혀서 버려지거나 다행히 뿌리 뽑히지 않더라도, 관심 밖에서 홀로 피고 홀로 지겠지요. 정민 교수도 [스승의 우편]이라는 책에 이렇게 썼어요. “타고난 아름다운 자질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잡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 내 자리는 제자리인가? 잡초는 없다. 자리를 가리지 못해 잡초가 될 뿐이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2년 4월 19일 방송>
2. 복음서를 읽을 때, 우리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낯선 기적 이야기들 때문에 마음이 닫힐 수 있습니다. 비현실적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적 이야기는 지금도 우리들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 것임을 이해하여야 하겠습니다. 무슨 이야기일까요? 기적은 비단 난치병을 말씀 한마디로 혹은 손 한번 잡아줌으로 고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참다운 기적은 뜨거운 사랑의 분출이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미움으로 가득 찼던 마음이 사랑으로 충만하다는 그 자체 역시 기적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비현실적인 현상에 대해서 궁금해 할 일이 아니라,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들 속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주목해 바라보자는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절뚝발이와 불구자와 소경과 벙어리 그리고 다른 장애자들을 데리고 예수님의 발 앞에 데리고 와서 고치신 일과, 배고픈 군중들을 먹이신 일화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런 놀라운 일을 행하였다고 하는 그 신기한 사건에 초점을 두면서, 동시에 예수님의 마음에 끓어오르고 있는 사랑을 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무엇이 예수님을 엄청난 기적 가운데로 우뚝 서게 하시는가 하고 말입니다. 물론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났을 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가지셨던 그 뜨거운 사랑이 아니었다면, 그런 기적이 무슨 의미를 가지겠느냐고 말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오늘 우리들에게 있어서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바라보는 긍휼의 마음이 있는가를 살피자는 말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바라보는 이유는 단순히 믿음의 대상인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닮아야 할 구체적인 대상인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는 소경을 눈뜨게 할 능력도, 절뚝발이를 똑 바로 걷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우리들 마음에 주님이 가지셨던 그런 뜨거운 긍휼의 사랑이 있다면, 분명 새로운 형태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오늘도 그런 기적을 맛보며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것이 기적이야기가 우리에게 말씀하는 또 다른 의미라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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