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304호 (2013. 2. 27. 수요일).
시편 시 74:8-11.
찬송 284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떤 질문에도 답이 될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당나라 때 한 스님이 조조 스님에게 질문을 했지요. “부처님의 진리가 무엇입니까?” 조조 스님이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차나 한 잔 하시게.” 당나라 최고의 선승이 들려준 답치고는 참 무심하고 싱겁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 답은 아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은 무엇입니까?” “사랑은 뭘까요?” “공부는 왜 해야 되나요?” “그 사람이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랬을까요?” 이런 저런 질문에 차나 한잔 하시게. 누군가는 조조스님의 선문답이 진리의 경지라고 말합니다. 무언가에 대해 질문한다는 건, 그것을 얻고 싶거나 가지고 싶거나 또 알고 싶다는 뜻이고요. 그로 인해서 마음이 설레거나 굶주려 있다거나 아무튼 생각이 많고 복잡하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마음과 생각이 중도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는 망상과 욕망이 개입해서 천하의 현자가 답을 들려준들 실천하기는 쉽지 않지요. 그러니 차나 한잔 하라고 합니다. 찻물을 다리고 우리는 동안 마음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차의 색깔과 향기 그 맛을 오롯이 음미하면서, 세파에 무디어 있던 몸의 감각을 일깨우고, 새로운 감각으로 나의 내면을 돌아보라고 합니다. 그렇게 망상과 욕망을 버리고 무심하게 차를 마실 수 있다면, 깨달음의 경지에 올라서 모든 번뇌를 물리칠 수 있다고 합니다. 번뇌가 없어지고,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면 당연히 질문도 사라자지겠지요. 답을 얻어서 질문이 사라진 것인지, 무념무상이라 질문조차도 사라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좀 엉뚱한 생각일지 몰라도요,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싶어요. 차나 한 잔 마시게는 그냥 말 그대로 “차 나 한 잔 마시게.” 이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지요. 그런 중요한 질문이란 나한테 하지 말고 스스로 알아내라고. 당신도 모르는 당신 인생을 어찌 내가 알겠느냐고. 스스로의 힘으로 알아낸 답만이 진짜 답이라고. 나의 답과 너의 답이 같을 리가 있겠느냐고. 아무리 내 답을 들려준들 너의 답이 될 수는 없다고. 그러니 그냥 차나 한잔 마시고 돌아가라고. 결국 당장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에는, 아무런 답도 듣지 못한 셈이니 마찬가지지만요.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닫습니다. 우리가 주변의 사람들에게 필요로 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 바로 이 삶을 견뎌내고 살아갈 따뜻한 기운임을. 그리고 그 때 충분히 받았음을.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2년 12월 21일 방송>
2. 오늘 묵상은 1:28-32입니다. 우리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의 뿌리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 본문에 그 해답이 들어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사도는 그것은 “하나님을 마음에 두지 않음”이라고 요약합니다. 그것을 “상실한 마음”이라고 했는데, <새번역>은 “타락한 마음”이라고, <공동번역>은 “올바른 판단력을 잃음”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원문이 “(하나님에게) 버림받은 마음/αδοκιμον νουν”이라고 했으니까 앞서의 번역들은 나름 그 의미를 다 포함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 버림을 받은 마음, 그러니까 타락한 존재가 지니고 있는 마음이라고 할 때, 모든 문제는 자연발생적으로 솟구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우리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차례가 되었습니다. 내 마음은 하나님께 버림받은 마음은 아닐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제 마음 하나 제 마음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유행가 가사가 잘 설명해 주지요. “내 마음 나도 몰라.”,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마음가는대로 맡기라고 부추깁니다. 그것을 순수로 가장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하나님이 없는 마음, 하나님이 버린 마음, 그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서 탑을 쌓아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깨달았습니다. 마음 가는대로 살아선 안 된다고 말입니다.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거든 마음과 다르게 말하고 행동하는 게 더 잘한 일이 될 거라고 말입니다. 오늘 사도가 우리의 마음을 다독이며 해 주는 또 한 마디가 들립니다. “네 마음에 하나님을 모시라.” 고 말입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을 초청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3. 연세대 총장님의 졸업식사는 간절한 목소리로 “하나님의 도우심”을 몇 차례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마음에 와 닿는 말이었는데, 졸업생들도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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