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430(2013. 7. 3. 수요일).

시편 시 104:19-23.

찬송 29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도 알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가장에게 더 이상 가부장권은 허락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인 그가 식구들에게 강요하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귀가할 때 절대 현관문의 자동키를 누르지 않는다였지요. 그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똑같이 초인종을 눌렀고, 그러면 대부분의 경우, 아내가 나와서 현관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종일 피로를 얹고 다닌 구두를 벗기 전에, 반드시 딸들이 현관에 나란히 서서 아빠, 다녀오셨어요.” 하고 마중인사를 해야 합니다. 이 문제로 아내와 다툰 적도 있다고 합니다. 아내는 아이들 공부하는데 방해가 되니까, 시험기간 만이라도 예외를 두면 안 되냐고 했다고 하지요. 하지만 그는 일언지하(一言之下)에 안 된다고 했고, 이 때문에 금실 좋은 부부가 다투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강요했던 집안의 규칙이었습니다. 그 때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날에는 싫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버지가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습니다. 현관문이란 달걀 껍질과 비슷합니다. 달걀에게 껍데기 안의 세상과 밖의 세상이 있는 것처럼, 그에게는 현관문 안의 세상과 밖의 세상이 있습니다. 그러나 달걀 껍데기는 또한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 것인가요. 매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오늘 하루도 이 소중한 달걀을 무사히 지켜냈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는 아내와 아이들의 마중인사면 충분했습니다. 그것은 아침에 면도하고 나간 볼이 까칠해지도록, 하루 종일 외로운 전투를 벌이고 돌아온 데에 대한 보상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물었습니다. 그 정도 보상은 받을만하지 않느냐고? 내가 그럴만한 자격은 있지 않느냐고. 그 때 그렇다고 맞장구쳐줄 걸 그랬습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625일 방송>

 

2. 유월절은 유대인의 명절로 끝일 수는 없었습니다. 바로 이 명절은 하나님의 구원계획이라는 큰 흐름에서 볼 때, 미리 준비된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구원의 요체가 무엇인가를 늘 궁금해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신비한 비밀이 유월절의 중심 주제에 맞닿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유대인들이 바로의 옹고집을 꺾고 해방될 수 있었던 것은, 열 번째 재앙 앞에서 두려움을 느낀 때문도 있지만, 사실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체험하였던 유월절의 감격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고 말입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명령에 그대로 순종하는 일 외에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었습니다. “양의 피를 문설주에 뿌리라. 그러면 살리라.” 그 말씀에 순종한 일 말입니다. 그 사건이 구원에 이르게 하는 하나님의 능력이었습니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이 위대한 이유는, 하나님의 말씀은 곧 하나님 자신이었습니다. 성만찬 제정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도 하나님은 말씀으로 우리에게 오고 계십니다. 그래서 구원의 삶을 살아갈 수도, 멸망의 삶을 살아 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아비를 기쁘게 하는 자식이 누구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아비의 말을 순종하는 자식입니다. 그리고 그 순종이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그런 순종을 누구나 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믿음의 자식들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특권 역시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시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의 첫 내용으로 주님, 저에게 믿음을 주옵소서!”라고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3. 행복은 무엇일까? 오는 월요일부터 사흘간 고민할 주제입니다. 이해받고 있고, 사랑받으며, 허물을 덮어주는 그런 사람들 곁에서 살고 있을 때입니다. 어제는 그래서 행복이 밀려들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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