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426(2013. 6. 29. 토요일).

시편 시 104:1-5.

찬송 169.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50대로 보이는 한 노숙자가 길거리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경찰이 그를 보호하기로 하고 병원에 인계했는데, 소지품을 살피던 병원 관계자가 깜짝 놀랐습니다. 만 원짜리 다발이 보자기와 비닐봉지에 쌓인 채로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는데, 그 돈이 모두 3천만 . 지난 30년 동안 구걸해서 모은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는 그 돈을 은행에 예금했으면, 30년 동안 불어난 이자만도 컷을 거라고 말했고.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3천만 원이나 있으면서, 그는 왜 행려생활을 계속했을까?

   혹시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냥 다 귀찮아서는 아니었을까요? 딱히 돈을 굴려서 돈을 버는 일도, 심지어 돈을 쓰는 일도 다 싫고 귀찮아서. 장철문 시인이 <모자>라는 시에 무엇보다 돈 벌기 싫어서 나도 거지가 되고 싶은 적이 있다라고 썼던 것처럼요.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얼마간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벌고 쓰는 일에 불나방처럼 달려들 때, 그까짓 것 난 싫고 귀찮아서 말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자유인인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건 순전히 대리만족을 반영한 상상일 뿐, 노숙인의 숨은 속사정은 이랬다고 하지요. “나도 맛있는 것 먹고 싶고, 좋은 옷도 입고 싶었지만, 돌아가신 어머니가 눈에 자꾸 떠올라서.” 아마도 그의 어머니는 맛있는 것 먹고, 좋은 옷 입지 못하고 돌아가셨고, 그것이 아들에게 평생에 한이 되었을 겁니다. 그러고 보면 역시 밥벌이에 관한한, 싫든 귀찮든 그 감정은 묻어두고, 오늘 하루 열심히 돈 벌러 일하러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617일 방송>

 

2. 개인적 종말과 우주적 파국은 분명히 구별되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개인적 차원에서는 매 순간이 종말직전의 삶처럼 절실하고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주적 파국은 누구도 계산할 수 없는 미래적인 어느 날이기에, 너무 서두르거나 긴장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어제나 똑 같은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저 계획된 대로, 평소 하던 대로 묵묵히 갈 길을 걸어갈 뿐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셈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우주적 파국의 날은, 우리가 역사 속에서 맞을지 맞지 않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잘 들어두어야 할 말씀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 엄청난 재난이 피할 수 없을 만큼 가공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이 되고 만다면, 이보다 바보짓은 없을 테니 그렇습니다. 하늘의 별들이 떨어지는 날(24:29, 12:2, 2:10), 누가 어디로 피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주님의 말씀은 그 날이 오게 될 때,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머리를 들고 세상을 구원할 주님을 바라보라고 말입니다. 이 말씀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면, 지금 매우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주님을 바라보고 의지하는 신앙의 삶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입니다(25-28).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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