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505(2013. 9. 16. 월요일).

시편 시 119:25-28.

찬송 526.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아이는 유난히 높은 곳에 올라가길 좋아했습니다. 때로는 남의 집 담벼락에 걸터앉아 있기도 해서, 지나가는 동네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어느 날 친척집에 갔다가 그 동네 놀이터에 놀러갔는데, 산비탈에 위치한 지형 탓에 놀이터의 마당이 바로 밑에 있는 집 지붕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서슴없이 그 집 지붕으로 올라가서 뛰어다녔습니다. 노후한 슬레이트 지붕은 불안하게 삐걱거렸고, 아이의 난장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꺼지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지붕을 뚫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 집에는 할머니가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할머니의 전언에 의하면, 낮잠을 자다가 요란한 소리가 나서 눈을 떠보니 아이 하나가 게켜놓은 이부자리 위에 턱 하니 앉아 있더랍니다.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어쩐지 자꾸만 웃음이 나는 이야기였습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찾아가서 할머니에게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고, 아이에게는 이렇게 야단을 쳤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갈 때는 생각해라. 네가 올라가고 싶은 곳이, 떨어져도 안전한 높이인지.”

   아이가 그 말을 이해했을 리 없습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갈 때에는 남들보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기대와 희열로 가득차서, 떨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 따위가 들어올 자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아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기를 스스로 그만 둘 것입니다. 올라가고 떨어지고 다치고를 반복하면서.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떨어져도 안전한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체득할 것입니다. 그리고 안전한 만큼 희열도 줄어든다는 사실을. 그 후에는 새로운 높은 곳에 올라가기를 두려워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리는 것. 좋아서 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작정 달려들었던 무모한 도전. 그것을 버리고 얻은 것은 무엇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94일 방송>

 

2. 고린도 교회는 문제투성이였다고 합니다. 고린도라는 환경이 그랬다는데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사도는 이곳 고린도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역했는데, 그것도 고린도 교회에 대한 애증에 보탬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문제가 많고 아픔이 많아서 더욱 더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말썽꾸리기 자식이 애간장을 녹이고 눈물을 뿌리게 하지만, 그래서 더 마음 깊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 같이 말입니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그들을 바라볼 때마다 하나님의 은혜가 생각나 감사했다고 합니다(4). 그 은혜가 앞을 가리기 때문에 그들에게 칭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의 눈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바라볼 힘을 공급하시는 때문입니다.

   고린도 교회가 가진 첫 번째 문제는 분쟁이었습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 45된 모래알 교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말입니다. 바울 파, 아볼로 파, 게바 파, 그리스도파 라고 말입니다(12). 그 까닭은 여러 설명이 가능합니다. 문맥으로 보면, 누구에게 세례를 받았느냐로 분파가 생겨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도는 세례의 의미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에게 세례를 베풀지 않은 것을 감사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분열과 분쟁이 위험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엊그제 제가 단골로 다니는 이발소에 한 다혈질 성품을 가진 분이 제 옆에 앉더니 우리 정치 현상에 대해서 일갈하십니다. 왜 한 마음 한 뜻이 되지 못하느냐며, 사상이 다른 것에 대해서, 당이 많다는 것에 대해서 분을 삭이지 못하였습니다. 한 목소리만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파가 나뉜 것 자체가 잘못이 아닙니다. 그 다양한 파가 한 분 그리스도에게로 향하지 못하는 것이 잘못일 뿐입니다. 다양한 생각들이, 모나고 부족한 부분들을 메워서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하는 데, 되레 혼란과 미움의 원인이 되는 게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다양성 속의 일치를 이루는 이해와 실천이 절실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전혀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천국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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