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593(2019. 6. 5. 수요일).

시편 16:5-7.

찬송 341.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남자는 무심코 창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어둠을 배경으로 공중에 떠 있는 여러 개의 붉은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경쟁이라도 하듯 높이 솟은 첨탑과, 그 끝에 외로이 선 네온사인 십자가, 시선을 어느 쪽으로 돌려봐도 붉은 십자가가 보이지 않는 곳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남자는 그 밤 풍경 위로 낮은 사진으로 본 어느 시골의 회갈색 벽돌 건물 하나를 옮겨 놓습니다. 경북 경산시 하양읍 도리리. 올 들어 이곳에는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작고 소박한 단층건물이 들어섰다고 합니다. 건물을 한 바퀴 빙 둘러 걷다 보면, 벽면에 보일 듯 말 듯 붙어 있는 작은 알루미늄 십자가를 발견하게 되는데, 밤이면 어둠에 묻히고 말 그 십자가 하나가 이곳이 예배당이라는 걸 말해준다고 합니다. 서른 명 남짓한 신도를 가진 교회 크기는 열다섯 평, 이 교회를 개척한 목사가 30년 전에 패널로 얼기설기 지은 교회 자리에 대신 들어선 건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가 승 요상이 재능 기부로 설계해 화제라고 했습니다. 이 교회에 다녀온 사람은 누구나 지나가다가 잠깐 기도를 올리고 싶은 곳이라고 이 공간을 표현하는데요. 교회는 신께 기도하라고 만든 집이므로, 그 뜻을 살려 교회다운 교회를 만들고 싶었다는 건축가의 바람은 이루어진 듯합니다. 남자는 비록 종교는 갖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 교회 예배당에 앉아 자기 삶을 돌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보통의 아침입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9530일 방송>

 

2. “일흔 두 제자의 보고(17-20)”, “그렇습니다. 아버지 !(21-22)” 그리고 제자들의 행복(23-24)”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두 번째 단락입니다. 이 말씀은 제자들이 선교 보고를 들으시고 감격에 겨워서 하신 우리 주님의 말씀입니다. 주님은 자신의 제자들이 지혜로운 사람도 똑똑한 사람들도 아니라고 실토하시는 말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지혜롭고 똑똑하다는 사람들(본문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유대인을 지칭)에게는 감추어진 권능을 철부지 어린이들(제자들을 지칭)에게 나타내 보여주셨다고 말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신앙의 감격을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말과는 달리 실제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줄 생각해 왔다는 뜻입니다. 이성에 근거해서 말입니다. 비가 오게 해달라고 기도회를 열었는데, 전 교인이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비가 내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교회당을 나설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소녀가 우산을 활짝 펴들고 교회당을 나서는 것입니다. 그때 목사님은 하나님께서 저 소녀의 믿음을 보시고 비를 내려주셨습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도하면 비를 내려주실 것이라 누구도 믿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믿음은 이성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능력이었습니다.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제가 자란 시골 교회당에는 저의 할머니와 고모님 같은 촌부(村婦)들이 많았습니다. 주일을 기다렸다가 흰 광목 치마저고리를 풀하고 다듬질과 다리미질해서 입고 교회를 오십니다. 그리고 마룻바닥 교회당에 엎드려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립니다. 그런데 그 기도 내용은 항상 비슷합니다. 금년에도 풍년이 들게 해 주시라는 것, 자식들이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게 해 주시라는 것, 그리고 우리 목사님의 기도가 이루어지게 해 주시라는 것입니다. 단순하고 명료한 기도를 드리셨습니다. 그 기도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이런 분들이 우리의 교회를 지켰고, 나라를 지켰습니다. 그들은 기도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불퇴전의 의지를 갖고 엎드렸던 것입니다. 기도의 용사들의 특징은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으실 것을 확신하였기에 응답받을 때까지 기도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성품과 능력을 믿는 것이 확신이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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