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595호(2019. 6. 7. 금요일).
시편 17:1-3.
찬송 49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모든 인생이 바뀌었다.” 오르한 파묵은 2006년에 터키에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작가입니다. <순수 박물관>, <내 이름은 빨강>, <새로운 인생> 등의 대표작들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소설가지요. 그런 파묵의 소설 중에서 새로운 인생의 첫 구절이 바로 그렇게 시작됩니다.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모든 인생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이어서 그 책의 첫 페이지부터 책의 힘이 얼마나 강했던지, 책상과 의자에서 몸이 멀리 밀려나가 버릴 것만 같았다고 썼지요. 그러다 다음 순간엔 그렇게 멀리에 떨러져 나갔다고 생각한 내 존재가, 오히려 평상시보다 더 바짝 책상과 의자에 붙어 있었다. 심지어 읽던 책의 페이지들에서 내 얼굴로 빛이 분사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라고 덧붙였습니다. 그토록 대단한 책이 도대체 어떤 책이었을까? 그걸 알기 위해서라도 소설 <새로운 인생>을 꼭 읽어야 겠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부럽기도 합니다. 책 한권을 읽는 정도의 어렵지 않은 일로, 인생이 바뀌는 건 대단한 행운일 테니까요. 그런데 오르한 파묵은 바로 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같기도 합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데 그렇게 대단한 도구나 계기가 필요한 게 아니다. 단지 가까운 서점에 가서 책 한권 사드는 걸로도,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 말하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들 마음 한켠엔 늘 지금보다 나은, 지금과는 다른 인생, 새로운 인생에 대한 갈망이 깃들여 있지요. 그런 갈망을 실은 얼마나 쉽게 입을 수 있는지를, 마음 깊이 새겨두기 위해서, 오늘은 “어느 날 책 한권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모든 인생이 바뀌었다.” 우르한 파묵의 소설 <새로운 인생>의 한마디에 물들어 봅니다. <KBS FM 1 가정음악 2019. 6. 1. 방송>
2. “마르다와 마리아(38-42절)”을 읽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그 배경을 살펴야 합니다. 등장하는 두 주인공 마르다와 마리아는 21세기 말로 하면 예수님의 극열 팬들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처자들이 외간 남자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였다고 하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2천 년 전이라는 시대를 염두에 둔다고 한다면,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물론 마을에서 쫓겨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현대 교육을 받은 저의 지인 한 분은, 영화 <겨울 연가>에 푹 빠진 일본 중년 여성들이 전세기로 양양(襄陽)을 통해 가평 남이섬과 춘천 명동 일대를 휩쓸고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치 않고 “미친 여자들”이라는 혹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천 년 전에 예수님께 미친 광팬 여자들이 성경에 많이 등장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볼 수 있다니, 참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제는 언니 마르다가 예수님께 대접하려고 음식 준비에 정신없이 바쁜데 반해, 동생 마리아는 예수님 발치에 앉아서 턱을 괴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그러자 마르다는 동생에게 귀띔을 해도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대놓고 예수님께 응원을 청합니다. 동생으로 하여금 부엌일을 돕도록 내 보내달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뜻밖의 말씀을 하십니다. 너는 너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마리아가 택한 것인데, 너는 그걸 그에게서 빼앗지 말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음식 준비에 시간과 노력을 바치는 것 보다는, 말씀을 듣는 편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입니다. 오늘 우리가 깊이 묵상할 주제입니다. 대접할 음식을 준비하느라 걱정하고 수고하는 것 보다는, 주님의 말씀 듣기를 더 힘쓰라고 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에게서 기대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가 주님께 대접한 후에 듣는 감사나 만족감의 응답일까? 아니면 우리를 향하신 생명의 말씀인가 하고 말입니다. 교회를 찾는 목적도 이런 범주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소원성취인가? 아니면 주님이 하시는 영생의 말씀인가?
3. 묵상식구 김필승 목사님이 지휘하는 Fortress Prayers 의 제20차 연주회(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가 6월 10일(월) 후 8시에 국제루터교회당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바랍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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