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914호(2020. 4. 21 화요일).
시편 77:16-20.
찬송 49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생각 하나 이어갑니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릴 때가 있습니다. 날개옷을 입은 것처럼 몸도 마음도 가볍고 괜히 즐겁지요. 그럴 때가 언제냐 하면, 별로 대단치는 않습니다. 맛있는 빵을 사려고 일부러 발품을 팔았지만, 다 팔리고 한 개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기분은 금세 바람 빠진 풍선처럼 되고 말았지요. 그냥 돌아 나오기가 아쉬워서 말해봅니다. “빵이 너무 맛있어서 꼭 먹고 싶었는데, 다음에는 일찍 와야 하겠어요.” 그러자 제빵사가 미안해하면서 머시멜로를 내 줍니다. “제가 요즘 새로 시도하고 있는 건데요. 한번 드려 봐도 될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개를 쏙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데, 그 덤과 정이 고마워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면 발걸음은 절로 가벼워지지요. 봄이 온지가 언젠데 감감 무소식이라,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딱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며칠 전 새끼손톱보다 작은 새 잎을 틔워낸 화분속의 나무가 대견합니다. “무럭무럭 자라려무나.” 이렇게 응원을 보내면서 물을 줬습니다. 라디오를 틀었더니 좋아하는 음악이 때를 맞춘 듯 흘러나옵니다. 선율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설거지한 그릇은 오늘따라 유난히 반짝이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바깥 공기 속에 이맘때만 맡을 수 있는 꽃향기가 은은하게 묻어나옵니다. 기지개 한번 크게 켜면서 속으로 말했습니다. 생활의 즐거움. 매끼를 챙기듯 매일 챙겨야 하는 생활의 즐거움.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8년 5월 4일 방송>
2. “승리의 노래(1-21절)”을 읽었습니다. 모세가 이끄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해를 육지처럼 건넌 후에 이 노래를 지어 불렀습니다. 그리고 훗날 어려운 일을 당할 때나, 원수로부터 승리를 거둘 때 다시 꺼내서 불렀을 것입니다. 엊그제 4.19 60주년 기념식 자리에서 들은 <4.19의 노래/ 강 욱 사 김동진 곡>가 너무 생소하게 들려서, 우리가 지난 60년간 4.19를 잊고 지내왔음을 새삼 깨닫고 죄송했습니다. 1960년 2월 28일 대구에서 시작되고 대전에서 이어지다 마침내 서울에서 발화된 4.19를 기념하는 노래, 우리에게 잊히기를 바란 사람들 때문이었을지 모릅니다. 어제 4.19 민주 묘역에서는 저 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고 박도일군은 국민(초등)학교 4학년생이었는데, 부산 서면 경찰서 앞에서 총상을 입고 순국한 것입니다. 저와는 같은 해 같은 날 태어난 사람도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도 제법 많았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알아서 자유를 달라고 외쳤을까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이 흘린 피로 우리는 민주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모세와 이스라엘백성들이 승리의 노래를 부른 것처럼, 마땅히 우리도 그들을 기억하며 노래해야 하겠습니다.
모세와 이스라엘이 부른 승리의 노래는 몇 가지 점에서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은 선조들로부터 지금까지 자기 민족을 인도하신 분이기에 찬양한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파라오의 군대를 물속에 장사지내신 하나님의 능력을 찬양한다는 점입니다. 셋째는 당신의 백성들을 거룩한 성소로 인도하신 하나님을 찬양한다는 점입니다. 이렇듯 노래는 승리나 패배, 기쁨이나 슬픔, 사랑과 미움 등을 표현할 뿐 아니라,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기억하고 보존하는데 크나큰 공헌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탁월한 지혜를 발휘한 민족이 이스라엘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기념비적인 모세의 승리의 노래를 비롯해서, 미리암의 노래(출 15:20-21), 드브라의 노래(삿 5:2-31), 다윗의 노래(시편), 마리아의 노래(눅1:46-55), 시므온의 노래(눅 2:25, 34) 등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노래들은 단순한 노동요나 민간에 널리 불리던 민요가 아니라, 특별한 사건을 기억하고 감사하기 위한 노래라는 점에서 의미를 두어야 할 것입니다. 짧은 설화나 신화를 노래로 부를 때, 기억을 필요로 하는 역사적 사건을 보존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할 수 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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