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555(2022. 1. 22. 토요일).

시편 시 53:4-6.

찬송 51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새벽에 일찍 사람 없는 골목길을 나서는데, 누군가가 불쑥 나타나면 누구나 깜짝 놀라잖아요. 그런데 한 정신과 전문의가요, 일반 청중을 위한 강연 중에,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왜 놀라는 거겠느냐고 물었어요. 청중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헤칠 수도 있고, 아니면 무서운 귀신일 수도 있으니 놀라는 거라고 대답했지요. 그런데 전문의의 대답은 좀 달랐습니다. 그 분에 의하면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놀라는 것은, 무섭다 두렵다 이런 감정이전에 그냥 놀라는 거라고요. 그렇지요. . 무엇인가가 갑자기 가까이 보이거나 다가오면, 무섭다 두렵다 그런 판단이전에 조건반사적으로 그냥 무조건 놀라는 거라는 것이지요. 그런 그냥 무조건적인 감정의 조건반사는요. 가령 아이티 사건 같은 참사를 접했을 때, 이성적으로 그 사건을 분석하거나 판단하기 전에, 즉각적으로 도와주고 싶다, 슬프다, 불쌍하다, 이런 생각으로 나타나지요. 그런 식의 그냥 무조건적인 조건 반사 식의 감정을 심리전문가들은 <공감능력>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러니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공감능력이라고 해요. 다른 사람의 아픈 모습에 그냥 무조건 마음 아파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함께 즐거워지는 공감능력이 사람답게 살아가는데 참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평소에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감의 마음이 또 감정이입이 심하게 부족하다 내 마음이 너무 차가운 것 같다 싶은 경우에는, 자기 자신을 좀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지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0120일 방송>

 

2. “예수와 사마리아 여자 3(27-42)”을 읽었습니다. 역전의 순간이라는 혹은 전환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라는 말로도 사용합니다. 한 사람의 생애가 완전히 뒤바꿔지는 순간이나 계기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들 삶에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전환점이 있어야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중학교 때 국어를 가르치시던 박동률이란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도 시골 벽지이지만, 선생님의 고향은 정말이지 깊은 산속이었습니다. 하루는 선생님 댁에 저녁식탁에 몇 명의 학생들이 초대를 받았습니다. 선생님은 당신의 삶의 전환점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오후 3시만 되면 산그늘이 덮쳐 어두워지는 그 심심산골에서, 어느 날 한글학회가 펴낸 <큰 사전>을 읽다가 자신의 고향에서 그리 멀리 않은 곳에서 태어나신 한글학자 정인승 교수님이 집필자 중에 한 분이신 것을 발견하고, 그때부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셨고, 선생님의 자리에까지 오르신 것입니다. 정인승 교수님이 대학교의 총장에 오르실 수 있으시다면, 자신은 얼마든지 선생님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겠다고 말입니다. 생의 전환점은 누구나 같을 순 없겠지만, 누구나 가능한 일임에 분명합니다. 오늘 본문에 조연자로 등장하는 사마리아 여인 역시 자신의 삶을 완전하게 뒤흔들게 하고, 뒤바꾸게 하는 전환점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라는 유대 청년을 만난 후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예수를 만난 사람들에게서 이런 대역전의 삶을 맞이한 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시각장애인 목사요 과학자인 신 인식 박사님이 계십니다. 그분은 오랫동안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파랑새 도서관을 운영하셨는데, 한 두 번의 클릭으로 문자로 된 책이나 신문을 소리로 전환시키는, 세계 최초의 발명품을 만드신 분입니다. 그분은 경상북도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4살 때 열병으로 시력을 잃으셨다고 합니다. 절망의 세상을 살아야 하는가 하는 번민의 시간을 보내다가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고, 새로운 인생이 열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목사가 되었고, 대구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발명품까지 만드셨다는 것입니다. 그분이 말씀하는 새로운 인생이란 바깥세상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의 속사람이 달라질 때 일어나는 기적이었습니다. 끊임없는 생각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만드는 그 내적 갈증 말입니다. 밤늦게까지 책을 읽게 하고, 기도하게 하고, 이웃을 사랑하게 하는 그런 갈망 말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의 한결같은 특징이었습니다. 그들의 마음 속 깊은 바닥에서 솟구쳐 오르는 뜨거운 사랑과 열정이,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하고, 책을 펴들게 하고, 기도하게 했다고 말입니다. 사마리아 여인의 마음을 뜨겁게 불타게 하고 걷잡을 수 없도록 흔들어댄 것은 더 이상 이상적인 남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고 있는 한 가지 생각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 구세주를 만나 모든 갈증을 풀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의 이런 진정성은 그녀와 소원(疎遠)했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예수님을 자신들의 마을에 묵으시기를 간청한 것에서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들 역시 생의 전환점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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