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811호(2022. 10. 5. 수요일).
시편 시 103:6-9.
찬송 441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떤 음악은 추억의 사진첩과 같습니다. 곡을 듣고 있으면 과거의 어느 시절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던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지요. 하옥이 시 김동환 곡 <별이 내리는 강 언덕>. 이곡을 들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별이 내리는 강 언덕, 그대와 다정히 앉아, 빛난 별 여울져 흐르는, 말없이 바라보고 있네. 길섶 속에 풀잎 타는 향기, 강물 따라서 흘러가고, 밤을 지새우며 꽃 잎 밟는 그늘진 그대의 눈빛. 별이 내리는 강 언덕. 기대어 바라보고 있네. 푸르른 하늘의 빛난 별, 말없이 바라보고 있네. 별이 내리는 강 언덕. 그대와 정답게 앉아 물빛이 어울려 흐르는, 그대와 바라보고 있네. 길섶 속의 풀잎 타는 향기, 강물 따라 흘러서 가고, 밤을 지새우며 꽃 잎 밟는 그늘진 그대의 눈빛. 별이 내리는 강 언덕, 기대어 마주 보고 앉아, 푸르른 하늘의 빛난 별, 말없이 바라보고 있네.”
하옥이 시에는 풋풋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을 떠 올리며 시간의 아픔과 존재를 노래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작곡가 김동환 선생은 시 속에 담겨 있는 추억처럼 정다운 것들을 선율로 되살려 보려고 했다고 하는데요. 먼 옛 시절로 돌아간 듯 추억에 잠길 수 있는 곡이었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년 10월 4일 방송>
2. “욥의 마지막 독백 2(30:1-2, 16-31)”을 읽었습니다. 욥은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표현하기를, “제 아비들은 내 양떼를 지키는 개들 곁에 서 있기도 민망하다 했었는데, 그 자녀들은 나를 무참히 조롱하고 있구나.”라고 말입니다. 돌변하는 차가운 세태를 한 마디로 일축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어느 때보다도 자기 자신이 또렷이 잘 보이기 시작합니다. 행복했던 날들이 구름처럼 날려가고, 괴로운 날들이 자신을 사로잡고, 뼈를 도려내듯 하는 긴긴 밤만이 남아 있을 뿐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는 하나님께로 향합니다. 아무리 부르짖지만 한 마디 대답도 없으신 하나님, 젊은 날 즐거웠던 시절에는 무엇을 구하든 그렇게도 잘 들어주시고 필요한 말씀을 주셨던 분이셨는데, 이렇게 모질고 냉정하신 하나님이신 줄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자신은 고생하는 사람들이 내민 여린 손들을 잡아 주었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도움을 청할 때나 고생하는 자들과 함께 울어주었었는데. 그런데 모든 희망은 사라져버렸고, 승냥이나 타조처럼 외로운 처지가 되었다고 한탄합니다. 부르는 노래는 장송곡이고 연주하는 피리는 통곡소리나 반주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사람들에게서 외면을 당해 외톨이가 된 듯 하고, 하나님에게서 조차 한 마디 위로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으니, 누군들 욥을 두둔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에게는 밀어닥친 어려운 시절을 슬기롭게 이겨내야 할 과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옹지마라는 옛 고사를 떠올리며 스스로 위안을 삼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욥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우리들 인간이 짊어져야 할 고통의 무게가 얼마나 크고 두려운 것인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한 가지만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 어떤 사람도 욥처럼 고통스럽고 외로운 시련은 있을 수 없다고 말입니다. 욥은 하나님의 양해아래 악마의 괴수에게 송두리째 내던져진 삶을 살아야 했으니 말입니다. 생명을 빼앗기는 일만 제외하고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주어도 무방하다는 황당한 저주를 받았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괴롭고 외롭더라도, 한 마디라도 욥의 저주받은 삶과 우리네 삶을 비교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어제는 고향 집을 지키고 있는 아우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도 않고 나중에라도 연락이 올까 해서 기다렸는데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참을 기다렸다가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옛 고향 교회의 교우 부모님 묘를 서울 인근으로 이장(移葬)하는 것을 돕고 있다 대답했습니다. 저도 잘 아는 초등학교 동기 동창네 일을 돕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한참동안 안부를 묻고 건강하자고 서로 격려하였습니다. 그런데 식구들이 세상을 다 떠나가고 자기 혼자만 남았다며, 이제는 은퇴하였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힘썼던 일이 호스피스 활동이었다 말했습니다. 그이의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을 다 잘 아는 저의 고향집 동네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식구들 무덤을 6기나 한 곳으로 모았다 말하며, 이젠 고향에 남아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말할 땐 떨리는 음성이었습니다. 아들과 남편까지 앞서 떠나는 등,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어찌 욥만 하겠습니까? 그는 아직도 하나님의 사랑이 넘치고 넘친다고 말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치고 힘들 때가 오면, 외롭고 쓸쓸하다 낙심하게 되면, 욥을 떠올려야 하겠습니다. 욥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욥처럼 독백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입니다. 언제든지 그리고 얼마든 용기를 낼 수도 있고, 기쁨과 희망을 되찾을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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