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830호(2022. 10. 24. 월요일).
시편 시 105:11-13.
찬송 33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고전 음악과 서양 음악의 접목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작곡가 중에 김달성이 있습니다. 작곡가 김달성은 시인 조병화의 시 중에 12편을 골라서 작곡한 연가곡 집 [사랑이 가기 전에]를 통해서, 대중에게 이름을 냈지요. 소개를 해 드릴 <편편화심> 역시, 연가곡 집 [사랑이 가기 전에]에 수록된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입니다.
“꽃이 지누나. 기다려도 무심한 봄 날, 봄이 무거워 꽃이 지누나. 진관사 가는 언덕 훨훨 날리는 꽃. 꽃은 피어도 임 없는 봄 날, 꽃이 지누나. 몸이 무거워 봄이 지누나. 세상에 한번 피어 가는 날까지 소리 없는 자리. 임 그리다 마는 자리. 하늘이 넓어 산이 깊어, 가지에 피어도 피다지는 마음은 내 여기 마음. 꽃이 지누나. 진관사 깊은 골에 봄이 무거워 꽃이 지누나.”
가는 봄 날 지는 꽃을 쓸쓸히 바라보는 애상이, 곡을 통해 전해집니다. 부산 피난시절을 마치고 귀경한 작곡가 김달성은 넉넉지 못한 생활이었지만, 교편을 잡으면서 또 막 걸음마를 시작한 둘째 달의 재롱에 시름을 덜었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딸을 잃고 큰 충격을 받게 되지요. 삶의 목적이었던 딸의 죽음에 수년 동안 방황을 했습니다만, 먼저 간 딸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다시 일어설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 때 찾아낸 것이 바로 조병화의 시집 [사랑이 가기 전에] 이었습니다. 억지로라도 기운을 내자고 시작한 일이었다고 합니다만, 한국 고전 음악의 화성을 서구 음악의 기교 속에 조화를 이뤄낸 이 연가곡집은, 김달성의 가곡 이력과 우리 가곡 사에 모두에 큰 성과로 남아 있습니다. 작품 전체의 노랫말과 선율 속에서 한국적인 정서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년 10월 23일 방송>
2. “고기잡이 기적 : 첫 번째로 부르신 제자들(1-11절)”을 읽었습니다. 우리는 특별한 재능이나 이룩한 업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면 기적과 같은 일들이 많았음을 비로소 알아내게 됩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우리의 전 삶이 기적으로 구성되었다고 말해도 무리는 아닐 듯싶습니다. 저는 기적이라는 말을 하나님의 역사 참여, 혹은 하나님의 현실 참여라고 풀이합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게 될 때, 우리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그런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우리 자신에게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무슨 말이냐고 대꾸하는 소리가 제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오늘 본문에는 예수님의 전도활동을 위해서 시몬이라는 어부의 배를 빌려서 사용하신 일화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호수 쪽에 배를 타고 서 계시고 사람들은 호수 가에 둘러서서 말씀을 들으신 것입니다. 말씀을 다 마치신 주님은 배를 빌려준 시몬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져보라.” 고 명하셨는데, 밤이 새도록 여러 차례 그물을 던졌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시몬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 그물을 치겠습니다.”하고 그물을 쳤는데, 그때 고기가 너무 많이 잡혀서 다른 배를 불러 고기를 가득 채웠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적을 체험한 시몬은 겁을 잔뜩 집어먹고, 주님 앞에 엎드려 자신이 죄인인 것을 고백하였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시몬의 형제 안드레와 다른 두 동료 야고보와 요한에게 이제부터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며 제자로 삼으셨고, 그들은 그때부터 물고기를 낚던 어부에서, 사람을 낚는 주님의 제자로 삶을 바꾸었다는 내용입니다.
기적은 성경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도 넘쳐나는 이야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는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 언제나 임재하시는 때문입니다. 일전에 저의 집을 방문한 친구 중에는 고교 3년 동안에 마음속에 있는 말을 거의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던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냥 인사정도만 하면서 3년이란 세월을 보냈던 것입니다. 물론 학교 축제에서 남성 4중창 단원으로, 또는 가장행렬의 조력자로 교제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니까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마음을 나누지 못했던 관계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나간 3년의 시간보다 훨씬 더 가까워지는 마음을 나누는 체험을 한 것입니다. 따뜻한 가을 햇볕을 쬐는 일이나, 감나무에 매달린 감 하나를 따서 깎아 먹는 기쁨, 잔디 밭 여기저기에 저질러놓은 강아지의 똥을 치우는 일, 빨래를 하고 테라스에서 말리느라 두어 차례 뒤엎는 일이나, 냉장고에 보관중인 보리쌀과 귀리를 섞은 밥 두 주걱과 그 옆으로 시금치나물과 숙주나물을 올려놓고 레인지에서 덥히는 일을 할 때, 그리고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을 한 잔 따를 때, 하나님의 임재를 느낍니다. 맑은 정신과 건강한 육신으로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기적 이외에 다른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감사해야 하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잘 표현한 시가 로버트 브라우닝의 <피파의 노래>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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