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하나님의 은혜로 1994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 베델성서 연구원의 강사로 일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사실 말쟁이라고 불리는 목사님들 앞에서 성경을 강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강의가 끝나갈 무렵이면 쏟아져 들어오는 질문 앞에서는 곤욕을 치루곤 했습니다. 

 

한번은 중년쯤 돼 보이는 목사님이 손을 번쩍 드시는 것입니다. 

가슴이 덜컹했습니다.

다양한 교파에서 오신 목사님들을 상대하는 일이고 보니 한 마디만 삐걱해도 난리가 납니다.

"한국 교회가 존경해 마지 않은 000개 목사님께서 그렇게 욕을 잘 하신다고 합니다.

그것도 자신의 부인에게 말입니다. 평생 성자처럼 살아오신 분이 어쩌다 이렇게 되셨는지, 

목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질문이라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교육 내용입니다. 

좋은 질문을 많이 가지는 사람은 하루가 다르게 지적 성장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철이들면서 질문을 품지도 않을 뿐더러 모처럼 생긴 질문도 입밖으로 꺼내기를 주저합니다. 

질문이 바로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을 대변하는 때문입니다. 

그래서 흥미 위주의 질문으로 방향을 바꾸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리 흥미나 재미로 꺼낸 질문이라고 해도 이런 경우에는 참 난처합니다. 

"저 역시 000개 신학자 말이야. 글쎄 지금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하나님이 없다고 부인한대."

이런 류의 얘기들로부터 유치한 일상 잡기에 이르기까지 들려올 때 말입니다. 

질문은 어떻듯 대답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저는 이럴 때 화살 기도를 합니다. "하나님! 도와 주십시요."

"여러분! 여러분은 제 정신으로 하는 말을 믿습니까? 아니면 미친 놈의 말을 믿습니까?

하나님은 미친 소리를 듣지 않으십니다."

우리는 지금은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어느 날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조차 몰라볼 날이 올지 모릅니다. 

치매 말입니다.

저는 한 사람에게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봅니다. 

정상적인 사람과 미친 놈 말입니다. 

하나님은 미친 소리를 하는 사람의 말은 귓등에도 올려놓지 않습니다.

제정신으로 했던 말들만을 기억하실 뿐입니다. 

그러니 미친 놈이 되기 전에 하나님께 신뢰의 말을 많이 하십시요. 

사랑의 말도 많이 하십시오. 

감사의 말도 빼놓지 마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이런 여러분의 말들을 한 마디로 놓치지 않으실 것입니다. 

 

훗날 우리가 천국에서 하나님과 나눌 대화의 소재들이 될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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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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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에는 신 구교 지도자들이 자주 모임을 가졌습니다. 

강원룡 목사님이 <대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많은 계층의 지도자들이 모인 것입니다.

 

저는 왜관 분도 수도원의 한 신부님과 룸 메이트가 되어 며칠을 지낸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신부님은 외모도 그렇거니와 말솜씨도 좋아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루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회력에 대해서 몇 마디 말씀을 하시는 중에 아주 흥미로운 주제를 꺼내셨습니다.

이른다 성인들을 기리는 소축일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신부님의 말씀을 더듬으며 로마 가톨릭교회의 카렌다를 본 일이 있는데, 

하루도 빈 칸이 없이 빼곡히 기념일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일화는 성모 마리아의 남편인 성 요셉의 날의 제정에 관한 것입니다. 

하루는 조용하던 천국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천사를 불러 왜 이리 시끄러운지 알아보고 오라 명하셨습니다. 

돌아온 천사는 성모님의 남편 요셉이 악다구니를 쓰며 자신의 처자를 내놓으라고 한다는 보고를 했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자신의 마누라인 마리아는 성모님이란 호칭과 함께 모든 사람들이 존경과 사랑을 보내고 있고, 

자신의 아들 예수는 성자 예수님이라고 부르며 전 세계인이 최상을 존경과 사랑을 바치고 있는데, 

자신은 쥐새끼 한 마리도 1년 365일이 다 지나가도 이름 한번 불러주지 않으니 불공평하다는 것입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 화가 날만 했다는 것입니다. 

요셉은 평생 동정녀로 살았다는 마리아의 곁에서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평생 동정남으로 살았고, 

무려 30년이란 긴 세월동안 족보도 모르는 아들 예수를 지극 정성으로 키우며 가르쳤는데, 

세상 사람들은 자신을 몰라 주어도 너무 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하나님은 요셉에 대해 무심했음을 인정하신 후 매년 3월 19일을 성 요셉의 날로 지정했다 합니다. 

그런 사연을 가진 성 요셉의 날은 1870년 교황 비오 9세에 의해서 제정되었으니, 늦어도 한참 늦은 축일이 되었습니다. 

 

하마트면 성 요셉이 천덕꾸러기로 역사에서 잊혀진 이름이 될 뻔 했습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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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초 어느 봄,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에서는 베델성서 지도자 강습회가 열렸습니다.

당시만 해도 아카데미 하우스는 고즈넉한 북한산 자락에 포근히 안긴 숲속의 명당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도로가 포장되지 않은 채 택시외에는 다른 교통수단이 없었습니다.

 

강습회를 주관하는 원장 목사님이 그날의 교육을 마치고 퇴근을 하게 되었는데, 

택시를 타야했습니다. 

그런데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택시 타기란 늘어선 줄서기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불문률이 모두가 제 값을 내고 합승을 하는 것입니다. 

 

원장 목사님 차례가 와서 승차를 했는데 공교롭게도 뒷자리 양 옆에 수녀님이 앉게 된 것입니다.

아무리 나이든 목사님이라 해도 양 옆에 수녀님이 있으니 눈을 돌리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긋이 눈을 감고 묻는 질문에만 짧게 답을 하였다 합니다. 

그런데 포장되지 않은 도로는 자주 덜컹거릴 뿐 아니라 좌우로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오른 쪽으로 쏠림현상이 생겼는데, 그만 오른쪽 수녀님 품에 안긴 것입니다.

그 오른 쪽에는 나이가 좀 드신 수녀님이 계신 것 알고 있는터라, 

당신 자신도 모르게 기도를 하게 되었답니다. "주여,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소서!"

 

그런데 얼만큼 가다가 이번에는 왼편으로 차가 쏠렸고, 이번에는 왼편 수녀님 품에 안긴 것입니다.

그 쪽에 타신 수녀님은 아주 젋은 수녀님이신 것도 알고 있던 터라 어떤 기도가 나왔을까요?

"주여, 뜻대로 이루어지이다." 

물론 이 일화는 원장님이 지어낸 얘기인지, 아니면 실제 경험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비슷한 일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종종 일어나리라 생각하면서, 

그 장면을 그려보면서 엷은 미소를 띄어 보았습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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