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에는 신 구교 지도자들이 자주 모임을 가졌습니다. 

강원룡 목사님이 <대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많은 계층의 지도자들이 모인 것입니다.

 

저는 왜관 분도 수도원의 한 신부님과 룸 메이트가 되어 며칠을 지낸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신부님은 외모도 그렇거니와 말솜씨도 좋아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루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회력에 대해서 몇 마디 말씀을 하시는 중에 아주 흥미로운 주제를 꺼내셨습니다.

이른다 성인들을 기리는 소축일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신부님의 말씀을 더듬으며 로마 가톨릭교회의 카렌다를 본 일이 있는데, 

하루도 빈 칸이 없이 빼곡히 기념일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일화는 성모 마리아의 남편인 성 요셉의 날의 제정에 관한 것입니다. 

하루는 조용하던 천국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천사를 불러 왜 이리 시끄러운지 알아보고 오라 명하셨습니다. 

돌아온 천사는 성모님의 남편 요셉이 악다구니를 쓰며 자신의 처자를 내놓으라고 한다는 보고를 했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자신의 마누라인 마리아는 성모님이란 호칭과 함께 모든 사람들이 존경과 사랑을 보내고 있고, 

자신의 아들 예수는 성자 예수님이라고 부르며 전 세계인이 최상을 존경과 사랑을 바치고 있는데, 

자신은 쥐새끼 한 마리도 1년 365일이 다 지나가도 이름 한번 불러주지 않으니 불공평하다는 것입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 화가 날만 했다는 것입니다. 

요셉은 평생 동정녀로 살았다는 마리아의 곁에서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평생 동정남으로 살았고, 

무려 30년이란 긴 세월동안 족보도 모르는 아들 예수를 지극 정성으로 키우며 가르쳤는데, 

세상 사람들은 자신을 몰라 주어도 너무 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하나님은 요셉에 대해 무심했음을 인정하신 후 매년 3월 19일을 성 요셉의 날로 지정했다 합니다. 

그런 사연을 가진 성 요셉의 날은 1870년 교황 비오 9세에 의해서 제정되었으니, 늦어도 한참 늦은 축일이 되었습니다. 

 

하마트면 성 요셉이 천덕꾸러기로 역사에서 잊혀진 이름이 될 뻔 했습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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