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초 어느 봄,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에서는 베델성서 지도자 강습회가 열렸습니다.

당시만 해도 아카데미 하우스는 고즈넉한 북한산 자락에 포근히 안긴 숲속의 명당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도로가 포장되지 않은 채 택시외에는 다른 교통수단이 없었습니다.

 

강습회를 주관하는 원장 목사님이 그날의 교육을 마치고 퇴근을 하게 되었는데, 

택시를 타야했습니다. 

그런데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택시 타기란 늘어선 줄서기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불문률이 모두가 제 값을 내고 합승을 하는 것입니다. 

 

원장 목사님 차례가 와서 승차를 했는데 공교롭게도 뒷자리 양 옆에 수녀님이 앉게 된 것입니다.

아무리 나이든 목사님이라 해도 양 옆에 수녀님이 있으니 눈을 돌리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긋이 눈을 감고 묻는 질문에만 짧게 답을 하였다 합니다. 

그런데 포장되지 않은 도로는 자주 덜컹거릴 뿐 아니라 좌우로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오른 쪽으로 쏠림현상이 생겼는데, 그만 오른쪽 수녀님 품에 안긴 것입니다.

그 오른 쪽에는 나이가 좀 드신 수녀님이 계신 것 알고 있는터라, 

당신 자신도 모르게 기도를 하게 되었답니다. "주여,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소서!"

 

그런데 얼만큼 가다가 이번에는 왼편으로 차가 쏠렸고, 이번에는 왼편 수녀님 품에 안긴 것입니다.

그 쪽에 타신 수녀님은 아주 젋은 수녀님이신 것도 알고 있던 터라 어떤 기도가 나왔을까요?

"주여, 뜻대로 이루어지이다." 

물론 이 일화는 원장님이 지어낸 얘기인지, 아니면 실제 경험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비슷한 일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종종 일어나리라 생각하면서, 

그 장면을 그려보면서 엷은 미소를 띄어 보았습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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