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003호(2012. 5. 2. 수요일).
시편 146:1-5.
찬송 252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엄마에게 무조건 모두 떠맡기기에 세탁은, 특히 나이 드신 어머니께는 참 죄송한 일입니다. 세탁은 세탁기가 한다고 해도, 그걸 햇볕에 널고 뒤집어 주고, 말려 고르게 펴서 개는 일이 적지 않게 힘이 드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힘드는 것과 상관없이 옷이든 뭐든 깨끗이 세탁해서 햇빛 아래 차근차근 너는 일은, 그 자체로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합니다. 마음까지 다 깨끗하고 정갈하게 정화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직접 하지 않더라도 때론 지나가다가 세탁물이 널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마당을 가로 지르는 긴 빨래 줄과 거기 걸린 옷이며 양말들을 볼 때면, 더더욱 맑고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지요. 화가 에공 슐레는 남자였지만, 그의 눈에도 빨래줄 풍경이 남달라 보였던 걸까요? 그 역시 <빨래가 널린 집>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가 그린 집은 체코의 유명한 체스키크롬로프 마을에 있는 집이었습니다. 체스키크롬로프는 프라하에서 세 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유적도시이지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동화 같은 마을입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18세기 이후로는 새로 지어진 건물이 없는 그런 마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1917년에 에공 슐레가 그린 집이나, 불과 몇 년 전에 가서 봤던 체스키크롬로트의 집들이나, 똑 같습니다. 그의 그림 속 빨래들이 몇 시간 전에 방금 펼쳐놓은 것처럼 느껴지지요. 동화 속 마을 같은 그곳에도, 빨래하는 일상이 있었고, 그 일상의 순간에 영혼이 다 정화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여성들이 있었으리라는 실감에, 따스한 봄 햇살이 비치는 마당의 빨래줄 풍경이 더욱 그리워지네요.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년 3월 15일 방송>b.
2. 자존심이 강하다는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이 <자기변명>일 것입니다. 구차하고 때론 치사하다고 생각되는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은 사도 바울의 자기변호라고 알려진 말씀입니다. 이와 비슷하거나 정 반대로 생각되는 <간증>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간증이라는 것을 썩 달갑게 여기질 않습니다. 한국 개신교회를 어지럽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간증이라고 생각하는 때문입니다. 어쩌다가 간증집회의 달인이 된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얘기 주제는 동일한데, 얼마나 진화를 했는지 내용이 새로운 차원으로 업그레이드 된 경우는 충분히 짐작한 대로입니다. 그래서 어떤 간증자에게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물으니까, 은혜만 받게 하면 거짓말은 면죄부를 받는 것 아니냐고 대답하더랍니다.
사도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회 교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노골적으로 진솔한 용어를 총 동원합니다. “우리의 권면은 간사함이나 부정에서 난 것도 아니요, 궤계에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또 계속하기를 “우리가 아무 때에도 아첨의 말이나, 탐심의 탈을 쓰지 아니한 것을 하나님이 증거하신다.”고 말입니다. 심지어 “너희를 사모하여 하나님의 복음으로만 아니라, 우리 목숨까지 너희에게 주기를 즐겨하며”, “너희 아무에게도 누를 끼치지 아니하려고 밤과 낮으로 일하면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였노라.” 라고 말입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장황스럽게 사설은 늘어놓는 것일까요?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사도는 자신의 진정성 혹은 순수함을 털어놓고 싶었던 것입니다. 사도 바울의 이러한 자기변호는 제 공로를 알리려는 다른 간증들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습니까? 복음만을 전하기 들어내기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이나 비난도 감수할 그런 마음을 엿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3. 짧은 대심방이지만, 교우들의 삶의 현장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은 목회자의 의무사항입니다. 삶의 오르막길에서 너무 빨리 가려고 힘쓰지 말라고, 쉬엄쉬엄 가자고 말씀드리기가 참 힘이 듭니다. 끝없는 오르막길이니 말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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