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272호 (2013. 1. 26. 토요일).
시편 시 68:19-23.
찬송 418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가끔 어떤 사람을, 이름 따로 얼굴 따로 아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중에 그게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난 후에, 이런 생각이 들지요. “저 사람, 이름하고 얼굴하고 다르게 생겼어. 내가 그래서 몰라본 거야.” 이름이 얼굴 같고, 얼굴이 이름처럼 생겼다는 이론적인 근거는 어디에도 없지만요, 지금까지의 경험상 대부분의 경우, 영회는 영회처럼 생겼고, 철이는 철이처럼 생겼던 것 같습니다. 아빠는 아빠처럼, 엄마는 엄마처럼, 비슷한 식이지요. 그 이유는 신경숙의 소설 [레진]에 나오는 구절을 빌려와서, 근사하게 표현해 보자면 이렇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름 속에는 그 이름을 가진 존재의 성품이 숨어 살고 있다. 이름은 그 존재의 숨결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건, 말에 담긴 마법의 힘을 이용해서 그 존재의 숨어 있는 성품을 한 번씩 일깨워 주는 겁니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존재의 숨결을, 너와 내가 함께 공유하는 겁니다. 그렇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 서로에게 스며드는 존재의 숨결. 그래서 어떤 이름은 부를 때마다 즐겁고, 부를 때마다 웃음이 나고, 또 어떤 이름은 부를 때마다 애틋해지고, 부를 때마다 더 외로워집니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서 그 얼굴마저 기억에서 희미해져도, 마지막 까지 붙잡고 싶은 것, 그것은 이름. 어쩌면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마치 이름마저 잊어버리면, 다 잊어버리는 것처럼.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2년 11월 7일 방송>
2. 오늘 본문은 귀신들린 사람을 고쳐 주신 일화인데, 두 가지 주목할 점을 찾았습니다. 하나는 “더러운 귀신들린 자”라는 말이며, 다른 하나는 그를 온전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2천 마리나 되는 돼지 떼를 물에 빠트려 죽게 하셨는데, 꼭 그렇게 엄청난 피해를 주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먼저 “더러운 귀신들린 자”라는 말은, 구약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사야서 65:1-7절을 떠올릴지 모르겠습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불신자와 우상 숭배자를 일컬어서 “무덤 속에 들어가 살며, 돼지고기를 먹고, 부정한 음식을 그릇에 담는 것들”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더러운 귀신들린 자라는 말은, 유대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의심할 여지도 없이 불신자요, 우상 숭배자를 말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무가치하고 보호할 대상이 아닌 존재를 위해서 엄청난 값을 치르신다함은, 그들도 구원받아야 할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물론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유대인의 입장에서는 2천 마리의 재산상 손해는 오히려 잘된 일이 아닌가하고 할 테지만. 한 사람의 생명이 가진 무게를 새삼 묵상하게 하는 말씀입니다. 그가 비록 더러운 귀신에 붙들린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역시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이라는 점에 우리의 눈이 떠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오래 전부터 경건하다는 신앙인들에게서는 버림을 받은 존재요, 잊혀진 존재일지 모릅니다. 어느 것 하나도 희망적인 구석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사람까지도 당신의 사랑의 대상에서 제외시켜두지 않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아울러 하나님 앞에서 과연 본문에 등장하는 더러운 귀신들린 자 보다 더 나은 인생은 있기나 한지, 되물어 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 더러운 귀신들린 자가 주님 앞에서는 더 솔직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스스로 경건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모욕이 되는 해석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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