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274호 (2013. 1. 28. 월요일).
시편 시 68:28-32.
찬송 344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고문진보>라는 책이 있습니다. 옛날 글 가운데 참된 보물들만 모아둔 책, 이런 뜻인데요. 다소 낯선 제목일 수 있지만요, 우리나라에서 지난 수백 년 이상 <사서삼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 고전으로, 옛 문인들의 필독서였습니다. 그러니까 옛날 사람들이 읽은 옛날 책이라는 이야기인데요. 그렇게 참 오래되고 오래됐지만, 고전의 미덕이라는 건 늙었으되 결코 낡지 않는 데 있는 법, 지금 이 시대까지도 여전한 삶의 지혜를 전해 줍니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가장 많이 들은 말, 공부해라. 학부모가 되어서 자녀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공부해라. 아마 예나 지금이나 부모가 자녀에게, 스승이 학생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일 겁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예외가 아니지요. 아예 권학문, 학문을 권하는 글이라는 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요. 옛사람들은 왜 그토록 공부를 하라고 했을까요? 먼저 송나라 3대 천자였던 진종황제가 지은 권학문입니다. “집을 부유하게 하려고 좋은 밭 사려 말라. 책속에 본래부터 천종의 곡식이 있다네. 편히 기거하려고 높은 집 지으려 말라. 책 속에 본래부터 황금으로 된 집이 있다네. 문밖에 나서매 따르는 이 없다 한하지 마라. 책 속에 수레와 말이 떨기처럼 많다네. 장가가려는데 좋은 매파 없다 한 하지 말라. 책 속에는 얼굴이 옥 같이 예쁜 여인이 있다네. 남아가 평소에 뜻을 펴고자 한다면, 육경을 부지런히 창 앞에서 읽어야 하리.” 천 종의 곡식, 황금으로 된 집, 수레와 말, 옥같이 예쁜 여인까지. 이 모든 것들이 책 속에 있다고 합니다. 책을 읽었을 때, 그에 비길 만큼 정신적인 충만함이 있다고 풀이할 수도 있지만요, 현실적으로도 맞는 말입니다. 공부 잘하면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송 8대가의 한 사람이었던 왕안석도 이런 말로 학문을 권했지요. “황금을 팔아 책을 사서, 독서하라. 책을 읽으면 황금은 쉽게 살 수 있네.” 더구나 공부해서 얻은 황금이란, 쓰면 없어지는 황금이 아니라, 써도 써도 없어지지 않는 황금입니다. 바로 내 몸에 간직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황금도 없이 꿈과 미래를 논하지 말라고 했던 사람은, 주자학을 집대성한 주희였습니다. “말하지 말라, 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올해 배우지 않고 내년이 있다고. 해와 달은 무심히 흐를 뿐, 세월은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오호라! 늙었구나. 이 누구의 허물인가.” 자 2013 대학 수학능력시험은 오늘 끝나겠지만요, 바야흐로 어른들이 공부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2년 11월 8일 방송>
2. 마가복음서는 그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유독 기적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는 마가복음서의 주제인 복음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의 행위를 강조하는 율법에 비해서, 하나님의 약속과 능력을 들어내는 복음을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말입니다. 기적은 사람으로써는 불가능한 일들을 얘기하는 말입니다. 오늘 본문 역시 그런 일화를 말씀하고 있습니다. 회당장 야이로가 자신의 죽어가는 딸을 살려달라는 간청의 말씀과(21-24절), 열 두 해를 혈루증으로 살아가는 한 여인이 주님의 옷자락만이라도 만지면 나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만진 결과, 놀라운 치유의 역사가 일어났다는 내용입니다(25-34절). 새삼스러운 질문이지만, 믿음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싶어집니다. 예수님의 옷자락만이라도 만지면 나을 것이라는 믿음이란 도대체 어떻게 힘을 낼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믿음은 신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틴어로 fiducia 라고 하는데, 이 말은 자신의 신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전폭적인 의존 혹은 맡김과 같은 의미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의 표현이 아니라, 상대방이 반드시 그렇게 하실 수 있는 분이라는, 그 상대의 인격과 능력에 대한 신뢰입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께서 하실 것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의 행동입니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행동하는 신앙처럼 말입니다.
3. 오늘부터 시작되는 보령 베델강습회에 한 주간 참가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묵상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국 잘 죽기 위해서 산다면. / 막 6:14-29. (0) | 2019.05.16 |
---|---|
곁에 계신 주님을 몰라보고 있다면. / 막 6:1-13. (0) | 2019.05.16 |
무가치한 인생까지도 품으시는 하나님의 생활. / 막 5:1-20. (0) | 2019.05.16 |
주님과 함께 살기란. / 막 4:35-41. (0) | 2019.05.16 |
하나님의 은총으로. / 막 4:21-34. (0) | 2019.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