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459(2013. 8. 1. 목요일).

시편 시 107:33-39.

찬송 395.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출근 길 아침, 타고 가는 지하철에 문이 열렸습니다. 한 무리가 휩쓸려 들어오면서 어떤 여자의 하이힐에 발등을 찍혔습니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을 때,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조금 더 잘 수 있는 시간입니다. 옆에 서 있는 여자의 빨간 립스틱이 불안해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밀려서 납작해지지 않으려고 온 몸에 힘을 주고 버텼습니다. 그러나 왜 안 좋은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을까요? 여자에게 떠밀리면서 와이셔츠 어깨에 빨간 립스틱이 묻고 말았습니다. 날벼락 맞은 심정이지만, 사무실에 여벌의 와이셔츠가 있든가 없던가, 생각합니다. 드디어 회사가 있는 역에 도착을 했습니다. 겨우 지하철에서 빠져 나와서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탑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질 않고 내려가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쓰며 뛰었습니다. 그러나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계속 제자리일 뿐입니다. 진땀이 흐릅니다. 이러다 지각하겠다. 악몽이라면, 제발 깨어다오.

   아까 6시에 깼을 때 벌떡 일어났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 조금만 더 조금 만 더 잠을 이기지 못해서 악몽까지 꾸고 지각까지 했습니다. 출근 시간을 넘긴 지하철은 그런대로 탈만 합니다. 지하철역에서 나왔을 때, 하늘을 나는 새를 봤습니다. 어린 새는 하늘을 날면서 여러 날갯짓을 합니다. 어른 새는 한 번의 힘찬 날갯짓으로 오랫동안 하늘을 납니다. 그건 바람을 탈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 노련함과 여유로움이 부러웠습니다. 헐레벌떡 뛰어서 문이 닫히려는 회사 엘리베이터의 열림 버튼을 눌렀습니다. 겨우 타서 숨을 고르며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는데, 세상에! 구두를 짝짝이로 신고 왔습니다. 색깔만 똑 같은 검정입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71일 방송>

 

2. 원칙과 융통성 사이에서 항상 갈등을 겪곤 합니다. 물론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 생기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니 뭐니 뭐니 해도 원칙을 먼저 잘 알아두거나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합니다. 오늘 본문은 유대에 있는 기독교인들 가운데 어떤 보수적인 지도자들이 할례 문제로 안디옥 교회 지도자들과 논쟁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불가불 안디옥 교회 지도자들 몇이 예루살렘 교회에 있는 지도자들과 협의를 하려고 파송되었습니다. 바울과 바나바는 1차 선교여행의 결과보고를 하였는데,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 계신 일들을 소상히 전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리새인 출신의 한 기독자가 이방인들에게도 할례를 주고, 모세의 법을 지킬 것을 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회의가 소집이 되었던 것이고, 이것이 최초의 에큐메니칼 회의였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을 만큼 의미 있는 모임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사도 베드로의 변론이 돋보입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자신이 부름 받은 일과, 성령께서 이방인들 가운데서도 믿음에 이르도록 감동감화 하시는 일들을 분명하게 변론합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유대인 조상들은 물론 우리들 역시 누구도 메지 못하는 율법을, 이방인들에게 메게 하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잘못된 일이냐고 말입니다. 차제에 우리는 할례가 무엇인지, 율법은 왜 지켜야 한다고 하는지를 알아야 하겠습니다. 할례는 하나님과 선민인 히브리인 사이의 약속의 증표입니다. 그들의 하나님이 되시고 그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는 증표 말입니. 이 할례는 그들이 축복의 근원으로 살아가는 데 힘이 될 뿐,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깨트려진 약속이 되고 만 셈입니다. 그리고 율법은 마땅히 지켜야 할 규범이지만, 사실은 지킬 수 없는 규범인 것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율법은 기대하는 여러 가치보다도, 이제는 복음에로 눈을 돌릴 것을 요구하는 위대한 가치가 있을 뿐이라고 말입니다. 누구도 율법 아래서 헤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우리를 그리스도께서 다 감당하시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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