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 행 16:6-15.

묵상자료 4464호 (2013. 8. 6. 화요일).

시편 시 108:11-13.

찬송 175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친구가 나타났습니다. 그이는 “나, 누구야!” 라고 말하지 않으면, 알아보기도 힘들만큼 변해 있었지요. 한참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친구가 불쑥 물었습니다. “그래도 말이야. 내가 좀 많이 변한 것 같지 않니?”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 할 때, 한 친구가 시원하게 일갈(一喝)했습니다. “도대체 뭐가 변했다는 거니? 넌 예나 지금이나 똑 같애.”

   그 때는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외모만 달라졌을 뿐, 지적하기 좋아하고 나서는 성격은 여전했으니까요. 그런데 자신이 많이 변한 것 같지 않냐고 왜 물었을까? 생각해 보니, 나름대로 우여곡절이 있었고, 고치려고 노력했다는 뜻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 친구의 수십 년 세월을, 너무 짧은 시간에 속단한 것 같았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쓰는 가면의 개수가 늘어나는 것 아닐까요? 신분이나 위치 책임에 따라서, 써야하는 가면이 다르고, 환경이나 조건 상대에 따라서 다르게 써야 하는 가면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무조건 가식(假飾)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에 가면을 바꿔 쓰지 못하면, 눈치가 없다거나, 심지어 예의 없다 라는 말까지 들을 수 있으니까요. 아마도 그 친구는 옛 친구들에게 맨 얼굴을 들킨 것일지 모릅니다. 그 호주머니 속에는 아마 여러 개의 다른 가면들이 들어 있겠지요.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부디 여러 개의 가면을 갖고 있길 바랍니다. 더불어 언제 가면을 바꿔 써야 하는지 잘 아는 영리함도 길렀길 바랍니다. 그래야 이 변화무쌍한 세상, 덜 상처받고 덜 외롭고 덜 고달플 테니까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년 7월 15일 방송>

 

2. 우리는 종종 성경을 읽을 때, 사도들이 경험했던 것처럼 성령께서 우리를 그쪽이 아니라 이쪽으로 와야 한다고 말씀하시면 얼마나 판단하기가 좋을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바울 일행이 아시아에서 선교할 계획이었는데, 유럽의 관문 마케도니아로 변경하게 된 배경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전혀 생각도 준비도 하지 않았던 낯선 곳에서 복음을 전하게 된 이야기를 살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칫 하던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어떤 목표가 어긋날 때, 이게 성령께서 말리시는 일일까 당황하거나 불안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중국 선교를 접었던 것은 공안에게 들켜서 내몽고로 도망간 이후, 두 세 차례 조심스럽게 비공개 지도자 강습회를 시도했지만, 도무지 공항에서부터 힘이 드니까 베트남으로 몽골로 옮기면서 했던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베트남으로 부르시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지난 달 서산 설교 세미나 역시, 처음 계획은 완도지역 도서지방 목회자를 위한 프로그램이었는데, 갑작스럽게 그 일을 추진하던 분이 두손을 들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서산지방의 구세군 사관 한 분이 저를 초청하게 되어, 소중한 계획이 진행되었던 것입니다. 다음 주간 저의 33차 선교 여행이 베트남 시골에 위치한 신학교에서 진행될 예정이고, 10월 중순에는 몽골 선교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직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봐서, 성령께서 저의 계획을 격려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저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매사에 열심을 다하는 것이 성령을 따르는 일이라 믿으면서 말입니다.

 

3. 오늘은 여선교 연합회 하기 수련회에서 “오직 은총만으로!” 라는 주제의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인간의 공로나 노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총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묵상식구 김형준 목사님께서(동안교회) 같은 수련회 특강강사로 오신다고 해서 설렙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