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529(2013. 10. 10. 목요일).

시편 시 119:137-144.

찬송 491.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결정적 순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1932년에 출판한 사진집 제목이었습니다. 브레송이 거장이 되면서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은, 사진의 본질을 가리키는 말이 됐는데요. 설명을 덧붙이자면, 결정적인 순간이란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도래하는 것이고, 또 이를 응고시키는 것이 사진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결정적인 순간이 때로는 매우 익숙하고 낯익은 풍경 속에서 오기도 하지요. 이미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 섬광처럼 망막에 찍힐 때가 있습니다. 그건 방금 전까지 내가 누웠던 잠자리일 수도 있고, 날 두고 막 떠나버린 버스의 뒷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또 가장 일찍 출근해서 둘러보는 사무실 풍경이나, 항상 1, 2m 거리에 있던 사람을 10m 밖에서 볼 때도,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 있지요.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요,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신선한 것이 생전 처음이라던가, 낯선 곳, 멀리서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아주 익숙하고 오래된 것에서도 올 수 있다는 사실, 기억한다면, 우리들의 삶이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겠지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74일 방송>

 

2. 은사에 대한 말씀은 어떤 사람에게는 자포자기나 위로를 주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의식을 갖게 하는 동기유발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재능으로 불리는 이 은사는, 하나님께서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해서 주신다는 것이 오늘 본문의 말씀입니다. 본문에서 언급하는 은사(헬라어로 카리스마)는 보통 사람들은 재능이라는 말로 사용합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천재는 1%의 재능과 99%의 노력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재능에 대해서 크게 점수를 주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반대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타고난 미성(美聲)을 가진 분도 있고, 타고난 색감(色感)을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음악이나 그림을 그릴 때, 다른 사람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재능에 대해서 사도가 말하고자 하는 초점은, 성령께서 의도하신 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까닭은 우리에게 재능을 주시는 분이 바로 성령 하나님이신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저는 재능이라는 것도 타고난 그대로 보존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노래 부르기에 남다른 재능을 가졌다면,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래공부나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성악가는 대학 시절에 교수님에게 혹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소리가 그게 뭐냐? 그만 두는 게 낫지 않겠니?” 그런데 그 분은 그 뒤 남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테너 가수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재능이라는 것은, 타고난 것보다는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하는 사람에게 후천적으로 허락되는 축복이 될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평생을 아버지를 돕다가 그 분야에 장인이 된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그런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하는데, 어느 순간 그 일이 자신의 성격과 생활에 너무 잘 맞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보다도 그 일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우리에게 허락된 재능을 감추어 둔다면, 그 보다 더 슬픈 인생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는 일을, 자신의 재능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3. 이른 아침에 부산 출장을 갑니다. 교단 정기 총회가 부산에서 열리는 때문입니다. 12일 동안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며, 옛 교우들이 초청하는 특별한 만찬에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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