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685호(2019. 9. 5. 목요일).
시편 34:10-13.
찬송 423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딸을 너무나도 아끼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그 남자의 아내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딸아이가 찾으면 지구 끝에서라도 1초 만에 달려올 거라고. 그 남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주 들었던 이야기 중의 하나, “그러다 어떻게 시집보내려고 그래요?” 아마 이 소리일 겁니다. 그러나 예정돼 있던 일, 결국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사랑하는 남자가 생긴 딸이, 연인과 함께 아버지 앞에 나타났습니다. “저, 이 사람하고 결혼하고 싶어요.” 남자의 아내는 한 눈에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남자의 아내는 걱정이었습니다. 아버지의 한없는 사랑을 받고 자라난 딸에게 과연 어떤 남자가 나타나 그 사랑을 이어가 줄까? 염려됐습니다. 그래서 딸이 데리고 온 남자에게서 그 동안 남편에게서 보던 사랑의 눈빛을 보게 되었을 때, 평생을 이고 온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녀석에게 딸을 내어 줄 수 없다고 획 돌아 앉아버렸습니다.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이유 앞에서 남자의 아내는 미소를 짓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딸이 사랑하는 남자라지 않아요? 제가 보기에는 당신만큼 그 아이를 사랑해줄 남자 같은데.” 남자의 아내는 틈틈이 속삭였습니다. 그러다 “당신이 사랑하는 딸은 그 남자와 결혼해야 행복해 질 걸요.” 결국 이 한 마디에 남자는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남자는 딸아이의 행복을 빌며 자리를 비켜 주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이 서 있던 자리를 딸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내어주고 돌아서서 남자는, 가슴이 텅 비어 버린 듯한 허전함을 끌어안고 눈을 감았습니다. 눈을 뜨면 눈물이 흐를 것 같아서, 뜰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남자에게 남자의 아내가 여행을 제안했습니다. 이제 막 가을로 접어든 들녘을 보며 남자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쩌면 농부들은 저 들녘을 보며 추수를 원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농부들이 진정 원하는 건, 마냥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가을 들녘일지도 모르겠다고.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5년 9월 6일 방송>
2. “다윗이 우리야를 죽이고 밧세바를 얻다(1-27절)”를 읽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다윗은 최고의 왕이며, 최상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대인의 깃발에 그려진 여섯 꼭지를 가진 다윗의 별이 그것을 웅변하듯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윗의 별은 나치 하에서 극심한 박해를 받던 시절에 왼쪽 가슴에 붙여진 저주의 별이기도 합니다. 다윗의 생애는 승승장구 탄탄대로가 아니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그런 삶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할 것입니다. 왕의 미움을 받고 왕의 병사들에 의해 쫓기는 삶을 생각한다면, 얼마나 두렵고 떨리는 삶이었을까요? 또한 블레셋을 물리침으로 가나안 정복이라는 민족적 숙원사업을 이룬 찬란한 업적을 이루었으니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을까요? 그런데 다윗의 생애 중 가장 부끄러운 흑역사(黑歷史)가 씌어졌던 것은 바로 이런 승리와 환호를 누리던 그 순간이었습니다.
대업을 이룬 다윗 대왕은 여유 있는 마음으로 궁궐 옥상을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욕하는 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고 아름다운 자태에 홀린 왕은 그 여인을 알아보게 하니 전장에 나가있는 우리야인 것을 알게 되어, 그 여인과 정을 통한 후 돌려보냈는데, 임신 소식이 들려온 것입니다. 그러자 왕은 묘책을 쓰는데, 전장에 있는 우리야를 불러 아내에게로 들어가도록 종용합니다. 그러나 우리야는 싸움터에 있어야 할 장수가 할 일없는 사람처럼 휴가를 보낼 수 없다며 궁궐 근위병들과 잠을 청합니다. 전말(顚末)을 들은 왕은 이번에는 우리야에게 술에 취하도록 만들어 아내에게 들여보내려 했으나 우리야는 전날과 같이 근위병들과 같이 잠을 자게 되자, 마침내 군대장관 요압에게 명령을 내려, 우리야를 격전지로 보내 싸우다 죽도록 만들어 버립니다. 합법을 가장한 살인을 저지른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야의 장사를 치른 후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궁으로 불러들여 왕비로 삼은 것입니다. 간음과 살인을 차례로 저지른 것입니다. 다윗의 생애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것입니다. 권력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만행입니다. 그러나 다윗 왕은 그래서는 안 될 왕이었습니다.
3. 어제 국민일보에 묵상식구 최태성 목사님(대조동 루터교회)의 중장년 쉼터가 소개되었는데, 전(前) 노숙자와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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