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831(2020. 1. 29 수요일).

시편 66:5-7.

찬송 10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어느 해 겨울이던가 유난히 추운 날인데, 초등학교 친구들과 부석사에 간적이 있습니다. 겨울의 부석사도 보고 무량수량도 보고 부석 바위도 봤습니다. 추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더 맑아지는 듯 기분이 좋았습니다. 절에서 내려와 그 마을을 지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겨울 들판이 참 맑고 아름다웠습니다. 철저히 비워내고 많이 기다리고 단단히 준비하는 모습이 갖는 아름다움일까요? 넉넉한 여유며 서늘한 결기가 함께 느껴졌습니다. 겨울엔 눈꽃 여행이나 겨울 바다 여행 못지않게, 빈 겨울 들판을 보는 여행도 꼭 해볼 만하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들판을 구경하고 읍내에서 많이 늦은 점심을 먹고 났을 때입니다. 일행 중 누군가가 옆의 초등학교에 가서 농구를 잠깐 하자고 합니다. 모두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 친구의 차 트렁크에는 언제나 농구공이 들어 있습니다. 어디서든 농구대만 보이면 주위 사람들을 재촉합니다. 두 세 명은 즐겁게, 한두 명은 내키지는 않았지만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친구를 따라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갔습니다. 작지만 친근함이 느껴지는 운동장 농구대 한쪽에서는 이미 마을 청년 몇 명이서 농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 몇 명도 반대편 농구대에서 공을 주고받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겨울 해는 얼마나 짧던지, 운동장 저쪽 교실 유리창들엔 햇빛이 환한데, 농구대가 있는 쪽은 벌써 어두워질 기세였습니다. 그렇게 한 쪽은 오히려 더 눈부시고 한쪽은 그늘이 더 짙어갈 때에야 말로, 해도 움직이는 동체라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하루라는 단어가 명사가 아니라, 흐리고 움직이고 넘어가고 지는, 동사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미국화가 로얄 해리슨의 그림 <겨울 석양빛>을 보면, 그 날의 저녁 빛이 떠오릅니다. 그림속의 집과 마당 들판은 온통 다 흰 눈에 덮여 있습니다. 담장에는 고드름이 길게 맺혀 있고, 사람은 어느 누구도 보이지 않습니다. 집 옆을 흐르는 아직 다 얼지 않은 냇물만이, 그 겨울의 정적을 깨며 흐르는 듯합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126일 방송>a.

 

2. “아들의 권한(19-29)”을 읽었습니다. 안식일 규정을 어기면서 하신 변명은 아버지께서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는 동문서답 같은 말씀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안식일 규정을 어긴 주님께 따져 묻는 유대인들에게 주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말문을 열면서 하신 말씀 잘 들어 두어라.”는 말씀을 세 번씩이나 했다는 것입니다(19, 24, 25). 잘 들어야 할 세 가지 내용은, 첫째 아버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보고 아들도 일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아버지께서 죽은 이들을 일으켜 세우듯 아들도 살리고 싶은 이들을 살린다는 것입니다. 둘째 아들의 말을 듣고 아들을 보내신 분을 믿는 사람은 영생을 얻는다는 말씀입니다. 셋째 때가 되면 하나님의 아들의 음성을 듣게 될 때가 오는데, 바로 지금이 그 때라는 것입니다. 세 가지 내용은 하나하나 그 자체로 깊이 묵상할 가치가 있지만, 그 공통점은 예수님의 모든 권위와 능력은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온 것이라는 점입니다. 표제어처럼 아들의 권한은 함축적인 의미라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이 말씀의 중심점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안식일 논쟁이면서도 그 강조점은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 당신의 관계를 언급하는 것이 훨씬 더 비중이 있기 때문입니다. 입장을 바꾸어서 유대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단순히 안식일 규정을 어긴 범법자의 변명을 듣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시선을 돌리게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 아버지였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그것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아들을 세상에 보내주셨다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아들의 말을 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씀합니다.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들 역시 충격을 받을지 모르겠습니다. 땅의 일에만 골몰하던 삶을 살고 있을 뿐이었는데, 갑자기 하늘의 음성을 듣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오늘은 하나님을 향해서 머리를 들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을 겸손히 경청해야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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