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874(2020. 3. 12. 목요일).

시편 71:12-13.

찬송 180.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는 좋은 소설을 쓰는 소설가였습니다. 그런데 컴퓨터가 그리 흔치 않던 시절, 컴퓨터에 아직 적응이 덜 돼서 타자기를 문서작성 정도로만 쓰던 무렵이었습니다. 어느 날 무슨 키를 어떻게 잘못 눌렀는지 컴퓨터에 저장해 놨던 거의 다 완성돼 가던 2,000매 가량의 소설이 모조리 사라져 버렸습니다. 순간 전 재산이 날아가는 게 아니라, 전 영혼이 정신 전체가 다 날아가 버리는 느낌이었지요. 컴퓨터라는 문명의 기기에 정이 딱 떨어지는 것은 물론, 소설에까지 정이 떨어졌습니다. 결국 소설 쓰는 일을 포기하고, 대신 그는 영화감독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설가일 때처럼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었지요. 그러면서 그는 소설가일 때 가졌던 독자보다, 훨씬 많은 팬을 두게 됐다고 합니다. 다니엘 아라스는 [서양 미술사의 산책]이라는 책을 쓴 미술사학자입니다. 그가 원래 쓰려고 했던 박사 논문은, 르네상스기의 이탈리아 예술을 주제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고로 논문 초고며 준비 자료를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한동안 망연자실해 있다가, 논문의 주제를 아예 바꿔버렸습니다. <수사학과 기억술> 이라는 방대한 주제로 바꾼 거지요. 그 주제는 결과적으로 미술사학자로써 그의 역량을 훨씬 더 크고 강하게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전화위복의 대표적인 사례들이 아닐 수 없지요. 그러나 실수로 전 재산에 버금가는 것을 잃은 사람들이, 누구나 다 그런 전화위복의 행복을 누리는 건 아닐 겁니다. 오히려 극소수의 사람만이 누리는 게 아닐까요? 너무나 큰 손실 자체에 집착해서 일까요? 잃어버린 것을 만회해야 한다는 초조감 때문에, 오히려 완전히 새로운 전화위복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완전히 절망적인 순간이야말로, 때론 여태까지의 모든 것을 완전히 다 버리고 더 나은 걸 시작하라는, 새로운 재능과 희망의 안내문이라는 것도 기억해 두고 싶어지네요.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314일 방송>a.

 

2. “음행의 죄(12-20)”을 읽었습니다. 음행의 문제는 언제나 그 삶의 배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의 배경이 되는 고린도라는 도시는 주전 46년경에 로마에 의해서 재건된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로마의 용병으로 일했던 제대군인들을 위해서 재건되었다는 점입니다. 도시 국가 로마는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용병을 모집했고, 그들에 의해서 지중해 연안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차례로 정복, 영토를 확장한 것입니다. 그래서 군인에 대한 예우가 남달랐는데, 그들이 퇴역하고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자 그들을 위한 삶의 자리가 필요했던 것인데, 그렇게 해서 고린도와 에베소 등 로마의 위성도시가 생겨난 것입니다. 자연히 국제도시의 성격, 곧 다양성과 이를 이해하기 어렵게 되자 혼란과 혼잡이 생겨난 것입니다. 결국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이 도시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아시아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의 토속 신앙들이 뒤섞이게 되자, 그 영향이 고린도 교회 안을 사정없이 몰아친 것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고린도에서는 한 자리에서 여러 종교의 사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안내자는 대부분의 사원에는 여사제들을 고용해서 사람들을 끌어들였는데, 성황 중이던 때는 한 사원에 1천여 명의 여사제들이 미인계를 통해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수입을 올렸다고 합니다. 고린도 교회가 그런 자리의 한 복판에 살고 있었으니 그 영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는 음행의 패악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하였고, 크리스천의 존재감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곧 크리스천은 그리스도의 지체라는 의식(意識)이 절대적으로 확립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의 한 부분이 된 이상, 창녀와 한 몸이 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크리스천의 몸이란 성령께서 거하시는 성전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한 크리스천의 몸은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전부를 주신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사신 그리스도의 소유물이라는 점을 말씀하십니다. 더 이상 자기 것이라 주장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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