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872(2020. 3. 10. 화요일).

시편 71:7-8.

찬송 28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가 말했다. “당신이 모르는 것, 알 수 없는 것, 또는 사람 수가 많든 적든, 그들에게 머리를 숙여라.” “풀끝에 앉은 새 몸이라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더 먼저 일어나는 풀인데, 빨리 그 끝에 앉다니. 그만큼 불안한 처지를 비유하는 속담입니다. 하지만 김수영시인은 그런 풀에게서 강인한 생명력을 읽어냈습니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고 하면서요. 그렇게 풀에게서 대중의 모습을 보았던 시인이 미국에도 있었습니다. 미국의 황금시대였던 19세기 말의 시인 월터 휘트먼입니다. “화려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 또한 한 편의 시가 되리라.” 우리들에게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읽어 주었던 시였습니다. 바로 휘트먼의 <오 미 오 라이프/Oh Me, Oh Life> 라는 시였는데요. 이 시가 들어 있는 시집의 제목이 [풀잎]입니다. 휘트먼은 어느 날 너른 들판에 무수히 돋아난 풀을 보고, 사람의 머리카락과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김수영 시인에게 풀이 대중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한다면, 휘트먼에게는 풀은 초록색 희망덩어리, 느낌의 깃발,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었습니다. 그는 [풀잎]1885년에 처음 출판한 후에 평생 이 시집을 수정했는데요. 1885년 판 서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인생은 당신이 배우는 대로 형성되는 학교다. 당신의 현재 생활은 책 속의 한 장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종반부에 이르러 풀잎들에게 이처럼 당부합니다. 그의 당부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더 우리들의 삶의 지침서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읽어드리면 이렇습니다. “신에 대해서 논쟁하지 말라. 사람들에게는 참고 너그럽게 대하라. 당신이 모르는 것 알 수 없는 것, 또는 사람 수가 많든 적든 그들에게 머리를 숙여라. 지식은 갖추지 못했으나 당신을 감동시키는 사람들, 젊은이들 가족의 어머니들과 함께 가라. 자유롭게 살면서 당신 생애의 모든 해 모든 계절 산과 들에 있는 이 나뭇잎들을 음미하라. 학교 교회 책에서 들은 모든 것들을 다시 검토하라. 당신의 영혼을 모욕하는 것은 무엇이든 멀리하라.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바야흐로 꽃 보다 풀잎이 아름다운 계절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451일 방송>

 

2. “음행에 대한 바울의 단죄(1-8)”을 읽었습니다. 검색창에 교회 오빠라는 용어가 올라온 지 오래되었습니다. 저의 청소년 시기에는 교회를 연애당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비난하는 말이었지만, 순기능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의 교회 오빠의 경우는 예능에서 자주 써먹는 용어로 듣기에 민망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는 교회 안에서 공공연히 음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문을 사도가 지적하고 있습니다. 건전한 사귐이 아니라는 말인데, “제거 되어야 하고,” “슬퍼해야 할일이라는 말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런 행위를 잘난체 하고 있다며 비난까지 합니다.

   청춘 남녀가 있는 곳에는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성경의 배경은 부모가 자녀들의 결혼 상대자를 결정해 주던 시대였습니다. 결혼식 당일까지도 신랑과 신부가 서로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는 양반과 상놈(班常)이라는 사회적 경계를 유지하려고 혹독한 규율도 있었습니다. 결국 교회에서 남녀가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은 미풍양속과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중죄로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과도기는 건전한 남녀교제와 진실하고 순결한 결혼제도를 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사도 바울의 관점은 그 당시의 시각에서는 극히 보수적이고 시대적 질서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가르쳐야 했을 것입니다. 차제에 우리 교회가 젊은 남녀로 하여금 가정이라는 새로운 공동체의 의미와 정신을 세우는 일에 크게 기여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안 중의 하나로 결혼 학교, 혹은 규수 학당 등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일인데, 미지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좋은 길잡이가 되자는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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