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869(2020. 3. 7. 토요일).

시편 70:4-5.

찬송 465.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조지 엘가 힉스의 <홈 프롬 스쿨> 속 주인공은 여학생이지만, 그 여자 아이의 굵은 눈망울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문득 떠오르는 남학생이 있습니다.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나오는 주인공 남학생입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이란 출신의 감독인 아빠 스키아로스타미가 1989년에 만든 유명한 영화지요. 초등학생인 아마드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서 숙제를 하려다가, 실수로 짝의 공책을 가져왔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공책에다 내일까지 수학 숙제를 풀어가지 않으면 짝은 선생님한테 아예 학교에서 쫓겨날 판입니다. 아마드는 그 크고 맑은 눈에 겁과 미안함은 담은 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마침내 짝의 집을 찾아 나서기로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낯선 동네를 헤매고 헤매게 되는 아마드. 누군가가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해서 달려가 보면 아니고, 거기가 맞다고 해서 달려가 보면 또 아닙니다. 결국 해가 지도록 친구 집을 찾지 못한 아마드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집으로 되돌아옵니다. 자신의 헛수고 때문이 아니라, 친구에게 내려질 불호령이 너무 불안하고 두려워서 금방이라도 울듯하던 그 크고 짙은 눈망울이 다시금 눈에 선하게 떠오릅니다. 조지 엘가 힉스의 그림 속 여자 아이라면, 아마드 보다는 좀 더 빨리 친구의 집을 찾아서 노트를 전해 주었을지. 두 아이의 맑고 순수해 보이는 눈망울에서, 문득 초등학교 1학년 때의 나의 모습과, 앞으로 나란히를 배우던 운동장, 처음 만났던 선생님 짝을, 다시금 추억해 보게 됩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313일 방송>b.

 

2. “그리스도의 사도(1-7)”을 읽었습니다. 성경을 읽을 때 자주 혼동되거나 헷갈리는 단어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弟子라는 말과 師徒라는 말입니다. 먼저 제자의 원어는 마데테스(μαθητης)로 어떤 선생의 生徒학습자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선생의 생각과 행동을 마음과 생활 속에서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예수를 믿는 모든 사람들은 예수의 제자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서 사도는 아포스톨로스(αποστολος)전권이 위탁된 자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보내는 자에게 선택되어 그의 완전한 권위를 위임받은 사람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 점을 생각할 때 오늘의 본문에서 사도라는 직능이 보다 확실한 의미와 목적을 가진 사람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바울 사도는 그리스도의 사도라는 사람은 하나님께 위임받은 특별한 진리를 관리할 청지기에 불과하며, 청지기는 주인이 아니라 주인의 전권을 가지고 주인의 뜻을 집행하는 일꾼을 말합니다. 그래서 주인에게 충성하는 것이 최상의 임무인 것입니다.

   사도는 오늘 본문에서 심판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많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곧 심판하시는 분은 주인 되시는 주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그래서 주인을 제외하고는 자신을 포함해서 어느 누구도 심판하는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밝힙니다. 매우 중요한 내용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심판주는 주인이신 주님이시고, 심판하실 때란 주님이 재림하실 때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바울 사도가 고린도전서를 기록하던 당시에는 매우 흔한 교회 안의 문제가 되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한국 기독교회처럼 말입니다. 제가 들어본 대부분의 유명 교회 목사님들은 밥 먹듯이 심판과 저주를 일삼는 설교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심판할 권한을 가진 사람처럼 당당하기까지 합니다. 바울 사도는 자신과 아볼로 사도를 두고서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판 논쟁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한계를 넘지 말라.”는 교훈을 일갈(一喝)합니다. 누구에게도 심판의 권한을 받은 사람들이 없으니, 당신들도 그리하라는 분명한 경고입니다. 그러니 하나님께 위임 받은 역할만을 실행하라고 부탁합니다. 요즘 신천지의 이만희가 구설수에 올라 있습니다만, 사실 냉정하게 따지자면 너무도 많은 목사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분수를 넘어서, 정죄하고 심판하는 월권(越權)행위를 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사도는 청지기처럼 자신이 행사할 권한이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3. 이번 3월은 제가 사는 에이스 밸리의 쓰레기 청소당번으로 한 달간 책임을 맡았습니다. 나름 보람을 일구는 역할을 맡았으니, 힘써 충실하게 일할 생각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